전주로 자주 강의를 오면서 새삼 더 관심 가지게 된 전주다운 전주 대표 축제.
2년 전 써본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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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과와 과제
도입
한국 현대사에서 뿌리찾기 운동은 1970년대 사회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일제 강점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근대화를 겪으며 생겨난 왜곡된 역사와 서구만능주의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전 사회적으로 전통유산에 대한 관심과 보존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이는 가면극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문화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극이나 음악, 나아가 축제에서도 전통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문화계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오늘날은 단순히 감상적인 뿌리찾기가 아니라 현재 존립의 근거로서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띤다. 전통은 우리 정체성의 근원임과 동시에 문화수출의 발판이 되는 시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고유성 확보와 함께 공감대의 세계화, 즉, 현대적 감각의 확보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살리는 여러가지 노력을 문화 예술 실현을 통해 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축제이다. 그리고 이 축제들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초기의 전통문화 복원과 실현이라는 차원을 넘어 요즘은 국제축제로 규모와 성격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이다.
이 글에서는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규모 국제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전통의 현재화, 그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진단해 보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본문
1.전주소리의 고유성
이 글에서 다룰 ‘소리’의 개념이 전통음악의 유산으로서의 소리라는 것을 전제할 때 전주소리의 역사적, 사회적인 고유성을 먼저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주는 역사적으로 풍요로운 농경지를 배후에 지니고 왕가의 본향임을 자랑으로 삼아 성장한 양반도시이다. 또한 권부를 향해 항거해온 민중적 저항 의식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역사적 기억의 산물에서 전주소리의 고유성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전주의 소리는 태생적으로 다른 지역의 소리와는 구별되는 몇 가지 본질을 지닌다.
또한 전북도민의 ‘소리’에 대한 연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판소리 49.8%, 전통음악 17.2%, 음악과 노래 11.3%, 악기소리 5.5%, 기타 16.2%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역민 의식과 본질을 따라 전주민들이 전주 소리라 규정한 바는 다음의 범주로 드러난다. ( 전주 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hanok.jeonju.go.kr/ )
2. 전주소리의 세계성과 한계점
전주 소리의 고유성을 보다 명확히 찾아내기 위해, 그리하여 보다 성공적으로 국제문화산업의 동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환경적 특성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의 2002년 세미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방향과 전망’에서 제기된 강점과 약점 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자료에 따르면,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체험형 문화관광의 수요증대, 행정 당국의 관심과 지원 확대 등이 긍정적 요인이다. 반면, 관광상품화에 대한 조급한 기대와 조직의 취약한 정체성, 전문 인력의 부족, 불리한 접근성 등이 장애 요인으로 발견된다. 이 시점에서 재고돼야 할 것은 소리에 대한 문화산업적 기대이다. 상업적으로는 경쟁력 없는 상품인 ‘소리’를 상품화 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과 아이디어를 모아 일정한 시간과 공력을 인내심을 갖고 투자,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 또한, 위 자료의 정서적 요인과 기회적 요인들에서 보듯, 관이나 교육, 문화계 각 단위의 공동 노력이 수반돼야 하며 나아가 지역 전체의 ‘문화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때 전주 소리의 세계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질문이 생긴다. 그 방향은? 전주 소리를 어떻게 오늘날 전세계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실현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물론 가장 먼저는 소리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겠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리와 관련한 지역의 이벤트를 확장, 보완하는 일이다. 전주의 소리 관련 양대 이벤트에는 전주대사습놀이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있는데 특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승 및 보존형 경연대회인 대사습과 달리 ‘소리’ 개념의 확산과 유사한 세계음악과의 소통, 교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통음악 또는 전통연희를 중심에 두고 현대적 교류와 소통을 강조하는 축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소리축제는 매우 독창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등의 관립단체와 민간 단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위시한 몇몇 문화시설에서 전주소리의 육성과 보존을 위해 여러 공연과 행사를 펼치고 있지만 이들의 연례 종합 행사이자 대표적인 축제는 역시 올해 10회를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다.
3. 전주세계소리축제
- 2010 전주세계 소리축제의 성과 .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의 여파로 행사가 취소된 뒤 2년 만에 열렸다. 10회째를 맞는 올해 소리축제는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을 주제로 10월 1일부터 닷새 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등에서 개최됐으며, 총 9개국 213회 공연 234팀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찾은 방문객은 약 12만 6천420명(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번 축제는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제시했다. 지난 10년 간 정체성과 대중화, 운영 능력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 만큼 이를 일단락 짓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높았다.
일단 올해 축제는 공연의 질과 다양성, 관객 호응도에서 무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요 프로그램을 하나 씩 살펴보면, 먼저 소리축제 10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제작된 창작극인 '천년의 사랑여행'이 개막작으로 공연되었다. 옛 백제가요와 신비로운 전통 가무악, 오케스트라단의 연주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대규모 종합 음악극이었다. 전통으로부터의 창조, 세대와 국경, 장르를 넘나드는 교류, 수준 높은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핵심 콘텐츠인 판소리 분야에서는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인 조상현, 성창순, 최승희 명창이 한 무대에 올라 국보급 소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천하명창전', 창작 판소리의 산 역사인 임진택 명창과 그 뒤를 잇는 이자람이 현대적 감각의 판소리를 엿보는 '창작판소리 초대전'이 펼쳐졌다. 국내 기획 및 초청공연 분야에서는 밤을 새우며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뮤직밴드의 음악에 젖어보는 '소리 프론티어'와 한국 시나위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바람곶의 콘서트', 5명의 소리꾼과 5명의 아티스트가 만나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소리오작교'가 마련되었다. 외국에서는 천상의 목소리를 자랑하는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와 프랑스의 집시 기타리스트인 티티 로빈, 아프리카 출신의 캐나다 아카펠라 그룹인 아싸오, 이스라엘의 5인조 앙상블인 샴 토브 레비 등이 전주를 찾아 격조 높은 음악을 선보였다. 야외 행사로는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와 퓨전국악팀인 이창선 대금스타일 등 90개 공연팀이 참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소리+끼!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외적 성과를 볼 때 평균 좌석점유율은 2008년 72%에서 77%로 5%포인트가 늘었고, 유료좌석 점유율도 34.9%로 2008년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최고 입장객 수익을 올린 공연은 1위가 이네사 갈란테(소프라노, 2003년 공연)2위가 천년의 사랑여행이다. 올해 최고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공연은 1위가 해외전통가무악으로 132.5%, 2위가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란 무엇인가가 107%, 그리고 3위는 천년의 사랑여행으로 100%이다. 올해 최고 유료 관객 점유율 기록 공연 1위는 어린이 국악 뮤지컬 '독도탐험대'가 93.2%, 2위는 장단놀이 뮤지컬 '안녕 핫도그'로 86.9%, 3위는 창작판소리 초대전 '이자람 사천가'로 75.7%이다.
최고 입장객 수익을 올린 이네사 갈란테 등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세계음악은 공연을 다채롭게 해주었으며,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허문 10개 창작국악 아티스트 팀이 야외에서 밤을 새워 공연하는 '소리 프런티어'는 축제 기간 내내 젊은 층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높은 관객 수준으로 즐기는 모습이 축제 분위기를 더욱 기분 좋게 달구어주었다. '소리+끼 페스티벌'은 축제성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판소리를 창극, 무용, 오페라 등의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소리오작교'나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등은 새로운 실험에 나선 국악과 소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소리축제가 이제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음악을 하나의 틀 안에 녹여내는 포용력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판소리와 국악도 얼마든지 젊고 흥미로우며, 세계적인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공연의 다양성, 전통의 현대화와 대중화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강점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경쾌한 국악 선율이 울려 퍼진다. TV 음악 프로그램에 국악 그룹이 등장하고 상점마다 해당 프로를 틀어놓은 지역민들은 기분 좋게 추임새를 넣는다. 이번에 전주를 찾았을 때 경험한 것들이다. 실제로 국악의 대중화 운동으로 국악을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개최 초기부터 고민하고 노력해온 ‘지역민 생활화’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생활화'와 함께 축제의 중요한 목표이자 노력이었던 것이 '세계화'다. '세계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관건은 역시 '우리 소리의 세계화'이기 때문이다. 5년 동안 행사를 이끌던 안숙선 명창의 뒤를 이어 축제를 맡은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대대적인 변혁을 시도했다. 특히 올해 소리축제만의 고유한 기획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의 원형과 이를 재해석한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개막작인 <천년의 사랑여행>은 김 조직위원장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난 공연이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대본을 쓰며 총감독한 이 작품은 산유화가, 서해안 용왕굿, 정읍사가 등 옛 백제가요와 신비로운 해외 전통가무악을 조화시켰다. 국악관현악과 심포니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의 연주와 합창이 어우러져 완성시킨 우리만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 측은 매년 새로운 창작 작품을 기획·제작해 브랜드화하고, 소리축제만의 창작 기반을 세울 계획이다. 서양 뮤지컬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세계적인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가 드러난다.
판소리 담론도 이번 축제부터 그 존재 고민의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판소리는 전통의 다섯 마당만 '정통'으로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최근 젊은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다섯 마당 외에서 벌어지는 소리들은 일종의 변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혼종과 해체의 시대를 맞아 옛 틀 안에만 머물러 있는 소리는 점점 관객과 멀어져 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축제에서 기획되어 선보인 '소리 오작교(五作交)'는 판소리가 가진 고민에 대한 해법을 보여주었다. 판소리가 문학과 록(Rock), 영상, 미술 등 다른 장르와 결합돼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작고한 명창 임방울 선생이 생전에 부른 호남가를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가 하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운드 페인팅'을 시도하는 전시도 기획했다. 5명의 소리꾼과 함께하는 5팀의 또 다른 예술가들은 전통 판소리의 맥을 잇는 한편, 미래의 우리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감한 실험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창작판소리에 대한 조명은 이번 축제가 지향하는 바를 잘 드러내준다. 임진택과 이자람의 '창작판소리 초대전'이 그것이다. 새로운 판소리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해 '새로운 창작판소리 12 바탕 추진위원회'를 꾸리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임진택 명창은 이번 무대에서 물질만능의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창작판소리를 보여줬다. 또 임진택을 잇는 이자람은 최근 관객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사천가>를 다시 한 번 선보였다. 이번 창작판소리 두 세대의 배치는 대중에게 판소리의 현대적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아직 한계는 있다. 외국인에게 비친 한국의 전통예술은 '신비로움'이며, 특히 '한(恨)'의 정서는 그들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코드다. ‘한’의 정서를 담은 ‘신비로운’ 전주소리는 한국 고유의 예술이지만,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예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올해 '전주 우드스탁'을 시작했다. 이번 축제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 프론티어(Sori Frontier)'가 그것이다. 이전의 소리축제가 '소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 '축제'에 좀 더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이다. 우드스탁이라는 콘셉트를 지향하는 만큼 캠핑장이 마련된 야외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맥주와 함께 1박 2일 동안 퓨전국악을 포함한 월드뮤직을 만날 수 있었다. 얌전하게 공연을 관람하는 행사보다 날 새며 즐기는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소리 프론티어는 축제인 동시에 대회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창작 국악 혹은 퓨전국악 아티스트 10개 팀이 무대에 올라 경선 방식을 통해 1개 팀이 소리 프론티어로 선정된다. 소리 프론티어로 선정된 팀은 국민은행이 후원하는 'KB 소리상'과 함께 10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소리 프론티어 팀은 이듬해 소리축제와 네트워크를 맺은 해외 축제의 초청권도 갖게 된다. 따라서 소리 프론티어는 월드뮤직으로서의 국악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토대가 된다. 또한 한국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통해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젊은 뮤지션들에 대한 응원이자 투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음악시장과의 본격적인 교류가 늦은 감이 있는 만큼 이번 축제에서는 실질적인 시스템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국내외 월드뮤직 시장의 예술가나 기획자, 공연 전문가 사이에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월드뮤직 심포지엄을 마련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퓨전국악이나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필요한 실질적 접근과 함께 세계무대에서 대중성을 얻기 위한 방법들이 논의됐다. 특히 이 심포지엄은 논의만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아트마켓의 역할도 했다. 한국 아티스트들과 세계 유수의 축제 관계자와 공연기획자들이 모인 자리는 그 자체로 소리 세계화의 메신저 기능을 했다. 소리 프론티어와 월드뮤직 심포지엄은 '세계 속의 소리축제'를 시스템화하가는 과정이며 올해의 행사들은 세계진출을 위한 그 시스템의 첫 가동이 되었다 하겠다.
- 문제점
올해 보여준 새로운 도전과 결실은 10년 노력의 성공적인 성과로도 볼 수 있지만, 소리축제가 전주만의 지역축제가 아니라 국제축제라는 점에서 볼 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매해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의 부실 운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축제 기간 공연장 안팎에서 길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는 관객들 불만, 자막이 원활하지 않은 데 대한 불평, 주최 측이 좌석 배치에 혼선을 빚어 공연 시작을 앞두고 소동이 벌어진 일 등 각종 불편불만이 접수됐고, 축제 직후 전략 기획문제에 대한 내부의 반성적 목소리도 일었다. 운영 상 미숙으로 제기된 내용을 정리하면, 공연일정 차질에 따른 고지 불이행을 비롯해 티켓 발매 중복 집계, 리허설 중 출연진의 낙상 사고, 매끄럽지 못한 개막공연, 자원봉사를 무색케 하는 소리천사 업무 불찰 등 전반적인 프로그램 운영이다.
시설 측면 또한 세계 축제에 걸맞게 보완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축제의 주 무대인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찾은 관람객 대다수가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휴게실도 없고, 유모차도 대여해주지 않는다며 공연장 시설에 불만을 드러냈다.
운영 미숙은 지난 10년 간 끊임없이 지적돼왔다는 점에서 근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리천사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미숙한 관리 교육이나 공연 좌석 중복, 서툴렀던 매표관리 등의 운영 상 미숙한 부분들은 세계적인 국제 교류의 장이 되기에는 여지 없이 부족한 단면이다. 올해도 여전히 전문 프로그래머 영입 없이 진행하는 등 인력의 전문성 부재부터가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또한 시설 확충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도 안정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소리축제가 명실상부한 '세계소리축제'로 발돋움하려면 프로그램의 질을 좀더 높이고 행정 의존도를 낮춰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공연 별로 살펴보자. 이번에 조직위원장이 기획하고 연출에 참여한 특별기획공연은 자막이 매끄럽지 않고 출연진 공연 수준 편차가 커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소리축제가 야심차게 선보인 ‘소리프론티어’의 경우는 내년 축제 고정 창작 지원금은 지원하되 실질적 성과물을 제시하거나, 해외 진출 연계성에 관한 확정 사안은 없고, 단지 해외 심사위원 간 네트워크 구축만으로 추상적인 기대와 전망만을 내놓은 상태여서 예술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타 방송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팀과 프로팀이 수상하면서 아마추어 팀들에게 무력감을 주게 만들었고 심사위원 역시 해당 방송 관계자가 배석하며 의구심을 들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점은 진행 상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서 시설과 시스템 보완 등 해결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수치 상으로 드러난 수익성이다. 최근에는 이 때문에 존폐 논란까지 불거졌다. 지난 11월 11일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몇몇 도의원들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투자비에 비해 효과가 미비해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가 제시한 근거에 따르면, 2억 3천여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천년의 사랑여행'의 경우, 입장객 1천730명 중 유료 입장객은 212명이지만 무료 입장객은 1천 518명에 달해 입장 수입이 겨우 580여 만원에 그쳤다. 또한 올해 전체 투자비가 24억 8천여 만원인데 비해 수입은 고작 2억 7천 300만원으로 예산집행액 대비 11%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입장객 수로 파악해보면, 5일 간 유료 입장객은 1만6663명으로 좌석 점유율 43.7%에 불과한 실정이고, 나머지 56.3%인 9376명은 돈을 주지 않고 공짜로 들어왔다는 말이 된다. 의원들은 이러한 올해 결과를 제시하며 지역문화콘텐츠 세계화의 장이 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일회성 공연으로 전락, 혈세만 축낸 세계소리축제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예산에 비해 수입 구조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조직위의 잦은 인사와 전문인력 부족도 연관이 있다. 직원 근무현황을 보면 10년에 걸쳐 6명이 근무, 적게는 8개월 많게는 2년을 근무했으며 공연기획 및 진행 또한 40여명이 근무, 적게는 8개월 많게는 7년(2명)을 근무해 의원퇴직,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인사가 자주 발생했다. 공연기획, 홍보, 마케팅 인력의 잦은 인사로 인해 예술감독이 바뀐 뒤 사무국은 개인 능력 여부를 떠나 분야별 인력 선별이 절실한 실정이지만, 전체 인력을 뽑아 놓고 역할 분담을 하지 못한 의구심이 든다. 이 같은 미숙한 운영으로 유료공연의 경우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행정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익성에 대한 주최 측의 입장을 빌리자면, 행사 기간이 크게 단축된 데다 실험적이고 창작적인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는 새로운 10회를 치러낸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새롭게 고민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음에 축제 조직위는 주목해야 한다. ‘돈 내고 보는 축제, 가고 싶은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기획의 전환이 재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축제의 가능성과 장기 전략
축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폐지하고 전주대사습놀이 같은 소리이벤트를 더욱 활성화시켜 세계적인 브랜드로 상품화하고 마니아 중심의 고품격 예술제와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주민통합적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술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폐지 주장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고기 먹으라고 해’, 대통령의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리라’, 최근 물난리로 저지대 침수 피해가 크자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주택 신축금지 개정안 등 묻지마 식 정책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10년 간의 성과는 무시한 채, 문화와 축제의 본질을 고려치 않고 전주소리를 덮고 대사습놀이로 무작정 바꾼다고 이 새로운 이벤트는 과연 성공적 발전이 쉬이 이루어질까? 어떤 축제도, 어떤 문화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로 계발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은 우리 문화를 가꾸고 보전하는데 해가 될 뿐이다.
축제는 인류 공동체가 만들어낸 가장 문화적인 행사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출발한 축제는 절대 신(神)에 대한 제의(祭儀)적 기능과 시대의 다양한 특색이 담겨진 Event(사건)가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민족의 일상적인 의식과 놀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목적을 부여하여 축제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현재의 축제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서 외국에서는 Special Event라고도 한다. 수 십년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외국의 축제를 보면 오랜 세월의 보전 노력 끝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부심, 내용의 정통성 등이 함께 지켜져, 오늘날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에나 '팔리오 축제'는 안장 없이 타는 말 경주로 70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말 경주는 1분 남짓으로 승리한 말의 깃발 한 개만이 성모마리에게 바치는 영광을 얻는다. 단순한 말 경주지만 선조로부터의 내려오는 전통의 자부심이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여 가장 좋은 좌석은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되고 축제 기간은 피렌체 등 인근도시 또한 숙박이 모두 동이 난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는 매년 8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에딘버러 축제가 펼쳐진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1947년 시작하여 지금은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입장권 21만 7천 장은 1년 전에 동이 난다. 관광객중 약 80%가 타 지역 관객이고 그 중 30%가 외국인이다. 축제로 인한 고용 창출은 10만 명이고 축제기간 중 벌어들인 돈으로 1년을 산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축제지만 예산 문제, 수익성의 난관을 끈기 있게 견뎌냈으며 축제예산의 45%를 전 세계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캐나나 퀘백시는 겨울은 추위로 인하여 경제, 문화 등 모든 행사가 올 스톱된다. 이런 조건을 역발상하여 윈터 페스티벌을 통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얼어붙은 세인트로렌스강의 아이스카누 대회, 얼음으로 지어진 호텔, 도시를 휘감는 하천을 이용한 세계에서 제일 큰 스케이트장 등 자연적인 조건을 관광 축제화 하여 지역의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예산은 7백만 달려, 수입은 약 500백만 달러이다.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 스페인 토마토축제, 독일의 맥주 축제, 일본의 삿뽀로 눈축제와 마쯔리, 태국의 송그란 축제, 영국의 노팅힐 축제 등 세계 약 40만개가 있고, 단순히 축제의 계념을 넘어 그 나라의 관광 산업 자원화에 여념이 없다.
국내축제는 외국보다 늦게 출발하였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의 부활과 더불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낸다. 2007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로 약 1,200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축제가 생겨났지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운영의 경직성이다. 축제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의 전문성 결여, 조직의 통일성, 주변 조직의 이권, 지역과의 갈등이 즐거워야 할 축제를 본래의 기능을 감소시킨다. 두 번째는 내용의 중복성이다. 지역의 특성을 담아 차별화된 내용의 즐거움이 있어야 하지만 음식점, 잡화점, 대중가수 무대 등 정리되지 않는 구성으로 제일 중요한 키워드를 찾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나타낸다. 셋째로 행정적 접근이다. 자발성에 의한 자연발생적 요건에 민간주도형 보다 대체적으로 관(官) 주도형 축제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로 전주세계소리축제 폐지 논란과 함께, 함평나비축제 정체성 논란, 창영 화황산 억새 축제 참사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 비교적 성공한 축제라 하더라도 축제의 연속성과 지속성,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확실히 성공한 축제는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외국에 비해 짧은 기간임에도 가능성을 가진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은 희망적이다.
바라보는 배경과 관점이 외국과 다르고 성공적인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미래에 외국의 축제들처럼 세계적인 우리의 축제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축제는 외국보다 역사는 짧지만 내용과 수적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장기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몇 백 년을 지속시켜온 소중한 무형의 유물을 소중히 여기고, 참가자들의 열정과 오랜 시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공한 세계의 축제와 같이, 이제 국내의 축제도 이런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축제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무형의 자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종합예술이다. 당장의 수익과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의 정체성을 후세에 전할 메시지이자 선물로 다루어야 한다. 축제는 축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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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교육과 산업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그 실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충고해 왔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변화하는 공연에서 보듯, 우리 음악과 춤은 이 같은 요구에 발맞추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개막식에 참여했던 한 국악평론가는 "난타와 김덕수의 사물놀이 등 이미 국악 장르가 대중화,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계속해서 우리 소리를 현대인, 세계인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성공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긍정적 소감을 밝혔다. 제10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여러 문제 지적과 수익성 논란 속에서도 세계적 소통과 기획의 가능성, 저력을 보여주었다. 폐막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 15만 관객이 하나가 된 것처럼 지역민과 관광객, 예술인이 함께 어우러져 전주소리를 소중한 문화재산으로 아끼고 가꾼다면, 시대에 따라 변화와 실험을 멈추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은 국악과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가치 있게 살려 전주소리의 세계화를 이루어낼 것이다.
< 참고 자료 >
곽병창, ‘연희,극,축제’, 월인,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 ‘전북도민의 문화향수실태와 소리축제’, 2002.
전주 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hanok.jeonju.go.kr
전주세계소리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www.sorifestival.com
특별기획세미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방향과 전망’ 자료집,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02.3.11.
연합뉴스 등 언론 자료
2년 전 써본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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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과와 과제
도입
한국 현대사에서 뿌리찾기 운동은 1970년대 사회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일제 강점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근대화를 겪으며 생겨난 왜곡된 역사와 서구만능주의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전 사회적으로 전통유산에 대한 관심과 보존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이는 가면극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문화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극이나 음악, 나아가 축제에서도 전통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문화계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오늘날은 단순히 감상적인 뿌리찾기가 아니라 현재 존립의 근거로서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띤다. 전통은 우리 정체성의 근원임과 동시에 문화수출의 발판이 되는 시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고유성 확보와 함께 공감대의 세계화, 즉, 현대적 감각의 확보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살리는 여러가지 노력을 문화 예술 실현을 통해 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가 축제이다. 그리고 이 축제들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초기의 전통문화 복원과 실현이라는 차원을 넘어 요즘은 국제축제로 규모와 성격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이다.
이 글에서는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규모 국제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전통의 현재화, 그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진단해 보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본문
1.전주소리의 고유성
이 글에서 다룰 ‘소리’의 개념이 전통음악의 유산으로서의 소리라는 것을 전제할 때 전주소리의 역사적, 사회적인 고유성을 먼저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주는 역사적으로 풍요로운 농경지를 배후에 지니고 왕가의 본향임을 자랑으로 삼아 성장한 양반도시이다. 또한 권부를 향해 항거해온 민중적 저항 의식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역사적 기억의 산물에서 전주소리의 고유성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전주의 소리는 태생적으로 다른 지역의 소리와는 구별되는 몇 가지 본질을 지닌다.
1)공동체성
전주소리는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공동체성을 지닌다. 풍물, 민요 등 농촌 공동체의 직접적 유산은 말할 나위가 없거니와 판소리의 태동과 성장과정이나, 풍류, 삼현육각 등의 음악적 유산들에도 경제적 공동체 또는 비경제적 공동체 단위의 전승과 향유의 기억이 두드러지게 발견됨을 알 수 있다.
2)통합성
판소리를 비롯하여 풍류, 풍물 등의 소리들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소리는 기존의 모든 음악적 유산을 통합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예술형태로 재창조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융합적 성격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민중들의 음악적 유산과 양반 계층의 음악적 유산이 서로 교섭하고 있으며 판소리의 경우 그 향유 계층을 달리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계층 통합적인 면모를 지닌다. 물론 소수 양반 계층의 자족적 예술이었던 ‘풍류’의 경우, 이런 특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3)창의성
민요나 판소리, 풍물장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주의 소리는 익숙한 장단과 선율, 가사를 그대로 수용, 복제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생산자와 수용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무한한 자기 복제의 기능만이 강조되는 여타의 음악적 유산과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판소리와 산조의 경우, 청중의 요구와 창작자-소리꾼의 감수성에 의해 기존의 유산에 대한 첨삭 작업이 가능한 소리라는 점에서 매우 특징적인 면모를 보인다. 특이할 것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장르와 세대를 통합하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양반층의 ‘풍류’ 소리는 창의적 개변의 흔적이 현저히 적다.
전주소리는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공동체성을 지닌다. 풍물, 민요 등 농촌 공동체의 직접적 유산은 말할 나위가 없거니와 판소리의 태동과 성장과정이나, 풍류, 삼현육각 등의 음악적 유산들에도 경제적 공동체 또는 비경제적 공동체 단위의 전승과 향유의 기억이 두드러지게 발견됨을 알 수 있다.
2)통합성
판소리를 비롯하여 풍류, 풍물 등의 소리들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소리는 기존의 모든 음악적 유산을 통합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예술형태로 재창조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융합적 성격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민중들의 음악적 유산과 양반 계층의 음악적 유산이 서로 교섭하고 있으며 판소리의 경우 그 향유 계층을 달리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계층 통합적인 면모를 지닌다. 물론 소수 양반 계층의 자족적 예술이었던 ‘풍류’의 경우, 이런 특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3)창의성
민요나 판소리, 풍물장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주의 소리는 익숙한 장단과 선율, 가사를 그대로 수용, 복제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생산자와 수용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무한한 자기 복제의 기능만이 강조되는 여타의 음악적 유산과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판소리와 산조의 경우, 청중의 요구와 창작자-소리꾼의 감수성에 의해 기존의 유산에 대한 첨삭 작업이 가능한 소리라는 점에서 매우 특징적인 면모를 보인다. 특이할 것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장르와 세대를 통합하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양반층의 ‘풍류’ 소리는 창의적 개변의 흔적이 현저히 적다.
또한 전북도민의 ‘소리’에 대한 연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판소리 49.8%, 전통음악 17.2%, 음악과 노래 11.3%, 악기소리 5.5%, 기타 16.2%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역민 의식과 본질을 따라 전주민들이 전주 소리라 규정한 바는 다음의 범주로 드러난다. ( 전주 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hanok.jeonju.go.kr/ )
판소리
전라북도는 판소리의 성지이다. 판소리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전북사람의 심성을 토양으로 여러 곳에서 움이 트고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다. 조선말에 판소리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은 고창의 신재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전주에서 펼쳐진 전주대사습을 통해야만 소리꾼은 명창의 반열에 오르고 입신양명의 길을 닦을 수 있었다. 한때 소멸의 길을 걷던 판소리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바로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였다. 전주사람들은 일제 암흑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문화말살정책에 의해 전승의 맥이 끊겼던 전주 대사습놀이를 1975년에 부활시켜 명창 등용문으로서의 기능을 회복시켰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2001년부터 해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열고 있다.
풍류
풍류라는 말은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 맛이 있는 것, 음악을 아는 것, 예술에 대한 조예, 여유, 자유분방함, 즐거운 것 등 많은 뜻을 내포하는 용어이며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을 ‘풍류객’이라 하였다. 풍류음악으로 분류되는 것은 줄풍류의 영산회상과 도드리 등이 있으며 대풍류의 관악 영산회상, 길군악, 별우조타령, 염불타령, 굿거리, 당악 등이 있다. 또 성악으로 하는 가곡, 가사, 시조도 풍류음악의 한 갈래이다.
삼현육각
‘삼현육각’이란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악기편성으로 대금, 피리2, 해금, 장고, 북으로 구성된 연주를 말하는데 연주음악은 흔히 ‘대풍류’라고도 한다. 전주는 전라감영과 전라관찰사가 전주 관아에 있어 의식행사가 많았던 탓에 삼현육각이 자주 연주되었다. 전주의 삼현육각에는 농삼현육각과 민삼현육각이 있었다. 노암현육각은 관아의 삼현육각으로 음계가 우조에 가깝고 주로 관아의 제반 행사와 무용반주에 사용되었으며 민삼현육각은 민간의 삼현육각으로 계면조에 가깝고 주로 민간의 잔치행사에 사용되었다.
풍물놀이
넓은 의미로 꽹과리, 징, 장고, 북과 같은 타악기를 치며 행진, 의식, 판놀음 등을 벌이는 음악을 두루 가리키는 말로 굿, 매구, 풍장, 금고, 취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람의 현장을 중요시 하는 풍물놀이는 전통적인 놀이로서 일상의 삶에 가장 가까운 음악이었다. 호남의 풍물은 좌도 농악과 우도 농악으로 나뉘는데, 전주는 좌도 농악이 주로 전승되고 있다. 좌도 농악은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곡창지대에서 성행함으로써 여성적이고 가락이 느리며 유연하여 가락을 맺고 푸는 변주기교와 개인 놀이가 아주 발달되어 있다.
전라북도는 판소리의 성지이다. 판소리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전북사람의 심성을 토양으로 여러 곳에서 움이 트고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다. 조선말에 판소리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은 고창의 신재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전주에서 펼쳐진 전주대사습을 통해야만 소리꾼은 명창의 반열에 오르고 입신양명의 길을 닦을 수 있었다. 한때 소멸의 길을 걷던 판소리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바로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였다. 전주사람들은 일제 암흑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문화말살정책에 의해 전승의 맥이 끊겼던 전주 대사습놀이를 1975년에 부활시켜 명창 등용문으로서의 기능을 회복시켰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2001년부터 해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열고 있다.
풍류
풍류라는 말은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 맛이 있는 것, 음악을 아는 것, 예술에 대한 조예, 여유, 자유분방함, 즐거운 것 등 많은 뜻을 내포하는 용어이며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을 ‘풍류객’이라 하였다. 풍류음악으로 분류되는 것은 줄풍류의 영산회상과 도드리 등이 있으며 대풍류의 관악 영산회상, 길군악, 별우조타령, 염불타령, 굿거리, 당악 등이 있다. 또 성악으로 하는 가곡, 가사, 시조도 풍류음악의 한 갈래이다.
삼현육각
‘삼현육각’이란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악기편성으로 대금, 피리2, 해금, 장고, 북으로 구성된 연주를 말하는데 연주음악은 흔히 ‘대풍류’라고도 한다. 전주는 전라감영과 전라관찰사가 전주 관아에 있어 의식행사가 많았던 탓에 삼현육각이 자주 연주되었다. 전주의 삼현육각에는 농삼현육각과 민삼현육각이 있었다. 노암현육각은 관아의 삼현육각으로 음계가 우조에 가깝고 주로 관아의 제반 행사와 무용반주에 사용되었으며 민삼현육각은 민간의 삼현육각으로 계면조에 가깝고 주로 민간의 잔치행사에 사용되었다.
풍물놀이
넓은 의미로 꽹과리, 징, 장고, 북과 같은 타악기를 치며 행진, 의식, 판놀음 등을 벌이는 음악을 두루 가리키는 말로 굿, 매구, 풍장, 금고, 취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람의 현장을 중요시 하는 풍물놀이는 전통적인 놀이로서 일상의 삶에 가장 가까운 음악이었다. 호남의 풍물은 좌도 농악과 우도 농악으로 나뉘는데, 전주는 좌도 농악이 주로 전승되고 있다. 좌도 농악은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곡창지대에서 성행함으로써 여성적이고 가락이 느리며 유연하여 가락을 맺고 푸는 변주기교와 개인 놀이가 아주 발달되어 있다.
2. 전주소리의 세계성과 한계점
전주 소리의 고유성을 보다 명확히 찾아내기 위해, 그리하여 보다 성공적으로 국제문화산업의 동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환경적 특성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의 2002년 세미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방향과 전망’에서 제기된 강점과 약점 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강점
* 정서적 강점 요인
- 지역민의 잠재의식 전반에 깔려 있는 예향 또는 소리의 고장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
* 풍부한 인적 자원
- 소리꾼을 포함하여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는 전통예술 종사 인력. 주료 연주자, 실기인 등
* 시설, 단체, 기관 등의 우위
-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각급 교육기관, 관립 예술단, 사설 예술단 등의 교육기관과 공연단체
* 유리한 공간적 자원
- 소리의 전당, 한옥마을 문화시설, 객사, 풍남문, 경기전 등의 기존 자원과, 향후 복원 대상인 전라감영 등 소리 또는 소리의 역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갖는 시설들
* 전통적 권위와 가치를 지닌 행사 또는 신생 축제들
- 전주대사습놀이, 전주세계소리축제, 산조예술제 등
2. 약점
* 낙후한 지역경제
- 이에 따른 소리 관련 공연 또는 부가적 산업생산물의 생산-소비 구조 취약, 항구적이고 건전한 민간 스폰서십 형성의 어려움
* 소리 관련 사업예산의 불안정성
- 관 특히 지자체에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며, 정, 관, 민 사이의 국비 및 각종 공공 기금 또는 민간 자금 등의 화보를 위한 체계적, 유기적 협조 미흡
* 취약한 인적 자원
- 기획자, 연출가, 비평가, 홍보 및 마케팅 전문 인력 등 부족. 상대적으로 풍부한 생산자-실기 인력과 잠재적 소비자인 주민, 관광객들을 이어주는 소통인력의 취약함.
* 불리한 공간적 자원 또는 hardware infra
- 대사습청, 축제광장, 퍼레이드의 거리, 전통예술 전용공연장, 주제가 있는 박물관, 소리 테마파크 등 항구적, 지속적 수익 창출 구조로 이어질 만한 공간 및 구조물 등 미흡
* 빈약한 연계 관광 인프라
- 전주 인근의 관광지 개발 미흡. 체험과 숙박을 겸한 투숙형 관광객 유인 요인 미흡
* 접근성 취약
- 공항, 고속철도 등의 외부 관광객 접근 통로 미흡. 국내 주요도시 가운데 서울에서의 심리적 거리가 가장 먼 ‘육지 속의 섬’으로 인식됨.
3. 기회
* 문화관광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 증대
- 점증하는 동남아 관광객을 비롯, 문화-체험 관광에 대한 관광객들의 관심도 증대 추세
* 국가 및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체계 강화
- 중앙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전략, 전통문화중심도시 지정, 무형문화재 전당 건립 등 실질적인 지원 강화추세
* 소리 및 소리 관련 사업에 대한 긍정적 지역 여론
- 낙후한 산업 기반 시설, 제조업 등의 취약함에 대한 상대적 반전 가능 분야로서의 소리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
4. 위협
* 인접 국가 또는 지자체와의 경쟁문제
- 유사한 전략을 수립, 진행하고 있는 인접 도시와의 콘셉트 중복으로 인한 비교우위 확보의 어려움
* 조급한 수익성 기대
- 소리와 관련한 산업화의 성공여부, 특히 수익성을 기준으로 한 조급한 기대
- 전통예술에 대한 인식의 세대 간 편차 심화
* 사업추진 주체의 문제
- 사업추진 단위조직의 정체성 취약. 반관반민 조직으로서의 한계 노출.
< 특별기획세미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방향과 전망’ 자료집 12쪽,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02.3.11. >
* 정서적 강점 요인
- 지역민의 잠재의식 전반에 깔려 있는 예향 또는 소리의 고장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
* 풍부한 인적 자원
- 소리꾼을 포함하여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는 전통예술 종사 인력. 주료 연주자, 실기인 등
* 시설, 단체, 기관 등의 우위
-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각급 교육기관, 관립 예술단, 사설 예술단 등의 교육기관과 공연단체
* 유리한 공간적 자원
- 소리의 전당, 한옥마을 문화시설, 객사, 풍남문, 경기전 등의 기존 자원과, 향후 복원 대상인 전라감영 등 소리 또는 소리의 역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갖는 시설들
* 전통적 권위와 가치를 지닌 행사 또는 신생 축제들
- 전주대사습놀이, 전주세계소리축제, 산조예술제 등
2. 약점
* 낙후한 지역경제
- 이에 따른 소리 관련 공연 또는 부가적 산업생산물의 생산-소비 구조 취약, 항구적이고 건전한 민간 스폰서십 형성의 어려움
* 소리 관련 사업예산의 불안정성
- 관 특히 지자체에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며, 정, 관, 민 사이의 국비 및 각종 공공 기금 또는 민간 자금 등의 화보를 위한 체계적, 유기적 협조 미흡
* 취약한 인적 자원
- 기획자, 연출가, 비평가, 홍보 및 마케팅 전문 인력 등 부족. 상대적으로 풍부한 생산자-실기 인력과 잠재적 소비자인 주민, 관광객들을 이어주는 소통인력의 취약함.
* 불리한 공간적 자원 또는 hardware infra
- 대사습청, 축제광장, 퍼레이드의 거리, 전통예술 전용공연장, 주제가 있는 박물관, 소리 테마파크 등 항구적, 지속적 수익 창출 구조로 이어질 만한 공간 및 구조물 등 미흡
* 빈약한 연계 관광 인프라
- 전주 인근의 관광지 개발 미흡. 체험과 숙박을 겸한 투숙형 관광객 유인 요인 미흡
* 접근성 취약
- 공항, 고속철도 등의 외부 관광객 접근 통로 미흡. 국내 주요도시 가운데 서울에서의 심리적 거리가 가장 먼 ‘육지 속의 섬’으로 인식됨.
3. 기회
* 문화관광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 증대
- 점증하는 동남아 관광객을 비롯, 문화-체험 관광에 대한 관광객들의 관심도 증대 추세
* 국가 및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체계 강화
- 중앙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전략, 전통문화중심도시 지정, 무형문화재 전당 건립 등 실질적인 지원 강화추세
* 소리 및 소리 관련 사업에 대한 긍정적 지역 여론
- 낙후한 산업 기반 시설, 제조업 등의 취약함에 대한 상대적 반전 가능 분야로서의 소리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
4. 위협
* 인접 국가 또는 지자체와의 경쟁문제
- 유사한 전략을 수립, 진행하고 있는 인접 도시와의 콘셉트 중복으로 인한 비교우위 확보의 어려움
* 조급한 수익성 기대
- 소리와 관련한 산업화의 성공여부, 특히 수익성을 기준으로 한 조급한 기대
- 전통예술에 대한 인식의 세대 간 편차 심화
* 사업추진 주체의 문제
- 사업추진 단위조직의 정체성 취약. 반관반민 조직으로서의 한계 노출.
< 특별기획세미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방향과 전망’ 자료집 12쪽,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02.3.11. >
위의 자료에 따르면, 지역민들의 자긍심과 체험형 문화관광의 수요증대, 행정 당국의 관심과 지원 확대 등이 긍정적 요인이다. 반면, 관광상품화에 대한 조급한 기대와 조직의 취약한 정체성, 전문 인력의 부족, 불리한 접근성 등이 장애 요인으로 발견된다. 이 시점에서 재고돼야 할 것은 소리에 대한 문화산업적 기대이다. 상업적으로는 경쟁력 없는 상품인 ‘소리’를 상품화 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과 아이디어를 모아 일정한 시간과 공력을 인내심을 갖고 투자,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 또한, 위 자료의 정서적 요인과 기회적 요인들에서 보듯, 관이나 교육, 문화계 각 단위의 공동 노력이 수반돼야 하며 나아가 지역 전체의 ‘문화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때 전주 소리의 세계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질문이 생긴다. 그 방향은? 전주 소리를 어떻게 오늘날 전세계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실현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물론 가장 먼저는 소리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겠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리와 관련한 지역의 이벤트를 확장, 보완하는 일이다. 전주의 소리 관련 양대 이벤트에는 전주대사습놀이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있는데 특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승 및 보존형 경연대회인 대사습과 달리 ‘소리’ 개념의 확산과 유사한 세계음악과의 소통, 교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통음악 또는 전통연희를 중심에 두고 현대적 교류와 소통을 강조하는 축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소리축제는 매우 독창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등의 관립단체와 민간 단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위시한 몇몇 문화시설에서 전주소리의 육성과 보존을 위해 여러 공연과 행사를 펼치고 있지만 이들의 연례 종합 행사이자 대표적인 축제는 역시 올해 10회를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다.
3. 전주세계소리축제
- 2010 전주세계 소리축제의 성과 .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의 여파로 행사가 취소된 뒤 2년 만에 열렸다. 10회째를 맞는 올해 소리축제는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을 주제로 10월 1일부터 닷새 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등에서 개최됐으며, 총 9개국 213회 공연 234팀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찾은 방문객은 약 12만 6천420명(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번 축제는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제시했다. 지난 10년 간 정체성과 대중화, 운영 능력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 만큼 이를 일단락 짓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높았다.
일단 올해 축제는 공연의 질과 다양성, 관객 호응도에서 무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요 프로그램을 하나 씩 살펴보면, 먼저 소리축제 10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제작된 창작극인 '천년의 사랑여행'이 개막작으로 공연되었다. 옛 백제가요와 신비로운 전통 가무악, 오케스트라단의 연주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대규모 종합 음악극이었다. 전통으로부터의 창조, 세대와 국경, 장르를 넘나드는 교류, 수준 높은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핵심 콘텐츠인 판소리 분야에서는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인 조상현, 성창순, 최승희 명창이 한 무대에 올라 국보급 소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천하명창전', 창작 판소리의 산 역사인 임진택 명창과 그 뒤를 잇는 이자람이 현대적 감각의 판소리를 엿보는 '창작판소리 초대전'이 펼쳐졌다. 국내 기획 및 초청공연 분야에서는 밤을 새우며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뮤직밴드의 음악에 젖어보는 '소리 프론티어'와 한국 시나위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바람곶의 콘서트', 5명의 소리꾼과 5명의 아티스트가 만나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소리오작교'가 마련되었다. 외국에서는 천상의 목소리를 자랑하는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와 프랑스의 집시 기타리스트인 티티 로빈, 아프리카 출신의 캐나다 아카펠라 그룹인 아싸오, 이스라엘의 5인조 앙상블인 샴 토브 레비 등이 전주를 찾아 격조 높은 음악을 선보였다. 야외 행사로는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와 퓨전국악팀인 이창선 대금스타일 등 90개 공연팀이 참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소리+끼!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외적 성과를 볼 때 평균 좌석점유율은 2008년 72%에서 77%로 5%포인트가 늘었고, 유료좌석 점유율도 34.9%로 2008년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최고 입장객 수익을 올린 공연은 1위가 이네사 갈란테(소프라노, 2003년 공연)2위가 천년의 사랑여행이다. 올해 최고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공연은 1위가 해외전통가무악으로 132.5%, 2위가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란 무엇인가가 107%, 그리고 3위는 천년의 사랑여행으로 100%이다. 올해 최고 유료 관객 점유율 기록 공연 1위는 어린이 국악 뮤지컬 '독도탐험대'가 93.2%, 2위는 장단놀이 뮤지컬 '안녕 핫도그'로 86.9%, 3위는 창작판소리 초대전 '이자람 사천가'로 75.7%이다.
최고 입장객 수익을 올린 이네사 갈란테 등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세계음악은 공연을 다채롭게 해주었으며,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허문 10개 창작국악 아티스트 팀이 야외에서 밤을 새워 공연하는 '소리 프런티어'는 축제 기간 내내 젊은 층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높은 관객 수준으로 즐기는 모습이 축제 분위기를 더욱 기분 좋게 달구어주었다. '소리+끼 페스티벌'은 축제성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판소리를 창극, 무용, 오페라 등의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소리오작교'나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등은 새로운 실험에 나선 국악과 소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됐다. 소리축제가 이제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음악을 하나의 틀 안에 녹여내는 포용력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판소리와 국악도 얼마든지 젊고 흥미로우며, 세계적인 장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공연의 다양성, 전통의 현대화와 대중화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강점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경쾌한 국악 선율이 울려 퍼진다. TV 음악 프로그램에 국악 그룹이 등장하고 상점마다 해당 프로를 틀어놓은 지역민들은 기분 좋게 추임새를 넣는다. 이번에 전주를 찾았을 때 경험한 것들이다. 실제로 국악의 대중화 운동으로 국악을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개최 초기부터 고민하고 노력해온 ‘지역민 생활화’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생활화'와 함께 축제의 중요한 목표이자 노력이었던 것이 '세계화'다. '세계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관건은 역시 '우리 소리의 세계화'이기 때문이다. 5년 동안 행사를 이끌던 안숙선 명창의 뒤를 이어 축제를 맡은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대대적인 변혁을 시도했다. 특히 올해 소리축제만의 고유한 기획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의 원형과 이를 재해석한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개막작인 <천년의 사랑여행>은 김 조직위원장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난 공연이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대본을 쓰며 총감독한 이 작품은 산유화가, 서해안 용왕굿, 정읍사가 등 옛 백제가요와 신비로운 해외 전통가무악을 조화시켰다. 국악관현악과 심포니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의 연주와 합창이 어우러져 완성시킨 우리만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 측은 매년 새로운 창작 작품을 기획·제작해 브랜드화하고, 소리축제만의 창작 기반을 세울 계획이다. 서양 뮤지컬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세계적인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가 드러난다.
판소리 담론도 이번 축제부터 그 존재 고민의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판소리는 전통의 다섯 마당만 '정통'으로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최근 젊은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다섯 마당 외에서 벌어지는 소리들은 일종의 변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혼종과 해체의 시대를 맞아 옛 틀 안에만 머물러 있는 소리는 점점 관객과 멀어져 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축제에서 기획되어 선보인 '소리 오작교(五作交)'는 판소리가 가진 고민에 대한 해법을 보여주었다. 판소리가 문학과 록(Rock), 영상, 미술 등 다른 장르와 결합돼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작고한 명창 임방울 선생이 생전에 부른 호남가를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가 하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운드 페인팅'을 시도하는 전시도 기획했다. 5명의 소리꾼과 함께하는 5팀의 또 다른 예술가들은 전통 판소리의 맥을 잇는 한편, 미래의 우리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감한 실험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창작판소리에 대한 조명은 이번 축제가 지향하는 바를 잘 드러내준다. 임진택과 이자람의 '창작판소리 초대전'이 그것이다. 새로운 판소리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해 '새로운 창작판소리 12 바탕 추진위원회'를 꾸리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임진택 명창은 이번 무대에서 물질만능의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창작판소리를 보여줬다. 또 임진택을 잇는 이자람은 최근 관객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사천가>를 다시 한 번 선보였다. 이번 창작판소리 두 세대의 배치는 대중에게 판소리의 현대적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아직 한계는 있다. 외국인에게 비친 한국의 전통예술은 '신비로움'이며, 특히 '한(恨)'의 정서는 그들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코드다. ‘한’의 정서를 담은 ‘신비로운’ 전주소리는 한국 고유의 예술이지만,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예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올해 '전주 우드스탁'을 시작했다. 이번 축제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 프론티어(Sori Frontier)'가 그것이다. 이전의 소리축제가 '소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 '축제'에 좀 더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이다. 우드스탁이라는 콘셉트를 지향하는 만큼 캠핑장이 마련된 야외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맥주와 함께 1박 2일 동안 퓨전국악을 포함한 월드뮤직을 만날 수 있었다. 얌전하게 공연을 관람하는 행사보다 날 새며 즐기는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소리 프론티어는 축제인 동시에 대회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창작 국악 혹은 퓨전국악 아티스트 10개 팀이 무대에 올라 경선 방식을 통해 1개 팀이 소리 프론티어로 선정된다. 소리 프론티어로 선정된 팀은 국민은행이 후원하는 'KB 소리상'과 함께 10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소리 프론티어 팀은 이듬해 소리축제와 네트워크를 맺은 해외 축제의 초청권도 갖게 된다. 따라서 소리 프론티어는 월드뮤직으로서의 국악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토대가 된다. 또한 한국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통해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젊은 뮤지션들에 대한 응원이자 투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음악시장과의 본격적인 교류가 늦은 감이 있는 만큼 이번 축제에서는 실질적인 시스템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국내외 월드뮤직 시장의 예술가나 기획자, 공연 전문가 사이에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월드뮤직 심포지엄을 마련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퓨전국악이나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필요한 실질적 접근과 함께 세계무대에서 대중성을 얻기 위한 방법들이 논의됐다. 특히 이 심포지엄은 논의만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아트마켓의 역할도 했다. 한국 아티스트들과 세계 유수의 축제 관계자와 공연기획자들이 모인 자리는 그 자체로 소리 세계화의 메신저 기능을 했다. 소리 프론티어와 월드뮤직 심포지엄은 '세계 속의 소리축제'를 시스템화하가는 과정이며 올해의 행사들은 세계진출을 위한 그 시스템의 첫 가동이 되었다 하겠다.
- 문제점
올해 보여준 새로운 도전과 결실은 10년 노력의 성공적인 성과로도 볼 수 있지만, 소리축제가 전주만의 지역축제가 아니라 국제축제라는 점에서 볼 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매해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의 부실 운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축제 기간 공연장 안팎에서 길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는 관객들 불만, 자막이 원활하지 않은 데 대한 불평, 주최 측이 좌석 배치에 혼선을 빚어 공연 시작을 앞두고 소동이 벌어진 일 등 각종 불편불만이 접수됐고, 축제 직후 전략 기획문제에 대한 내부의 반성적 목소리도 일었다. 운영 상 미숙으로 제기된 내용을 정리하면, 공연일정 차질에 따른 고지 불이행을 비롯해 티켓 발매 중복 집계, 리허설 중 출연진의 낙상 사고, 매끄럽지 못한 개막공연, 자원봉사를 무색케 하는 소리천사 업무 불찰 등 전반적인 프로그램 운영이다.
시설 측면 또한 세계 축제에 걸맞게 보완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축제의 주 무대인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찾은 관람객 대다수가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휴게실도 없고, 유모차도 대여해주지 않는다며 공연장 시설에 불만을 드러냈다.
운영 미숙은 지난 10년 간 끊임없이 지적돼왔다는 점에서 근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리천사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미숙한 관리 교육이나 공연 좌석 중복, 서툴렀던 매표관리 등의 운영 상 미숙한 부분들은 세계적인 국제 교류의 장이 되기에는 여지 없이 부족한 단면이다. 올해도 여전히 전문 프로그래머 영입 없이 진행하는 등 인력의 전문성 부재부터가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또한 시설 확충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도 안정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소리축제가 명실상부한 '세계소리축제'로 발돋움하려면 프로그램의 질을 좀더 높이고 행정 의존도를 낮춰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공연 별로 살펴보자. 이번에 조직위원장이 기획하고 연출에 참여한 특별기획공연은 자막이 매끄럽지 않고 출연진 공연 수준 편차가 커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소리축제가 야심차게 선보인 ‘소리프론티어’의 경우는 내년 축제 고정 창작 지원금은 지원하되 실질적 성과물을 제시하거나, 해외 진출 연계성에 관한 확정 사안은 없고, 단지 해외 심사위원 간 네트워크 구축만으로 추상적인 기대와 전망만을 내놓은 상태여서 예술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타 방송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팀과 프로팀이 수상하면서 아마추어 팀들에게 무력감을 주게 만들었고 심사위원 역시 해당 방송 관계자가 배석하며 의구심을 들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점은 진행 상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서 시설과 시스템 보완 등 해결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수치 상으로 드러난 수익성이다. 최근에는 이 때문에 존폐 논란까지 불거졌다. 지난 11월 11일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몇몇 도의원들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투자비에 비해 효과가 미비해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가 제시한 근거에 따르면, 2억 3천여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천년의 사랑여행'의 경우, 입장객 1천730명 중 유료 입장객은 212명이지만 무료 입장객은 1천 518명에 달해 입장 수입이 겨우 580여 만원에 그쳤다. 또한 올해 전체 투자비가 24억 8천여 만원인데 비해 수입은 고작 2억 7천 300만원으로 예산집행액 대비 11%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입장객 수로 파악해보면, 5일 간 유료 입장객은 1만6663명으로 좌석 점유율 43.7%에 불과한 실정이고, 나머지 56.3%인 9376명은 돈을 주지 않고 공짜로 들어왔다는 말이 된다. 의원들은 이러한 올해 결과를 제시하며 지역문화콘텐츠 세계화의 장이 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일회성 공연으로 전락, 혈세만 축낸 세계소리축제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예산에 비해 수입 구조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조직위의 잦은 인사와 전문인력 부족도 연관이 있다. 직원 근무현황을 보면 10년에 걸쳐 6명이 근무, 적게는 8개월 많게는 2년을 근무했으며 공연기획 및 진행 또한 40여명이 근무, 적게는 8개월 많게는 7년(2명)을 근무해 의원퇴직,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인사가 자주 발생했다. 공연기획, 홍보, 마케팅 인력의 잦은 인사로 인해 예술감독이 바뀐 뒤 사무국은 개인 능력 여부를 떠나 분야별 인력 선별이 절실한 실정이지만, 전체 인력을 뽑아 놓고 역할 분담을 하지 못한 의구심이 든다. 이 같은 미숙한 운영으로 유료공연의 경우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행정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익성에 대한 주최 측의 입장을 빌리자면, 행사 기간이 크게 단축된 데다 실험적이고 창작적인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는 새로운 10회를 치러낸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새롭게 고민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음에 축제 조직위는 주목해야 한다. ‘돈 내고 보는 축제, 가고 싶은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기획의 전환이 재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축제의 가능성과 장기 전략
축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폐지하고 전주대사습놀이 같은 소리이벤트를 더욱 활성화시켜 세계적인 브랜드로 상품화하고 마니아 중심의 고품격 예술제와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주민통합적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술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폐지 주장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고기 먹으라고 해’, 대통령의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리라’, 최근 물난리로 저지대 침수 피해가 크자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주택 신축금지 개정안 등 묻지마 식 정책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10년 간의 성과는 무시한 채, 문화와 축제의 본질을 고려치 않고 전주소리를 덮고 대사습놀이로 무작정 바꾼다고 이 새로운 이벤트는 과연 성공적 발전이 쉬이 이루어질까? 어떤 축제도, 어떤 문화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로 계발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은 우리 문화를 가꾸고 보전하는데 해가 될 뿐이다.
축제는 인류 공동체가 만들어낸 가장 문화적인 행사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출발한 축제는 절대 신(神)에 대한 제의(祭儀)적 기능과 시대의 다양한 특색이 담겨진 Event(사건)가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민족의 일상적인 의식과 놀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목적을 부여하여 축제를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현재의 축제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서 외국에서는 Special Event라고도 한다. 수 십년 수 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외국의 축제를 보면 오랜 세월의 보전 노력 끝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부심, 내용의 정통성 등이 함께 지켜져, 오늘날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에나 '팔리오 축제'는 안장 없이 타는 말 경주로 70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말 경주는 1분 남짓으로 승리한 말의 깃발 한 개만이 성모마리에게 바치는 영광을 얻는다. 단순한 말 경주지만 선조로부터의 내려오는 전통의 자부심이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여 가장 좋은 좌석은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되고 축제 기간은 피렌체 등 인근도시 또한 숙박이 모두 동이 난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는 매년 8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에딘버러 축제가 펼쳐진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1947년 시작하여 지금은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입장권 21만 7천 장은 1년 전에 동이 난다. 관광객중 약 80%가 타 지역 관객이고 그 중 30%가 외국인이다. 축제로 인한 고용 창출은 10만 명이고 축제기간 중 벌어들인 돈으로 1년을 산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축제지만 예산 문제, 수익성의 난관을 끈기 있게 견뎌냈으며 축제예산의 45%를 전 세계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캐나나 퀘백시는 겨울은 추위로 인하여 경제, 문화 등 모든 행사가 올 스톱된다. 이런 조건을 역발상하여 윈터 페스티벌을 통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얼어붙은 세인트로렌스강의 아이스카누 대회, 얼음으로 지어진 호텔, 도시를 휘감는 하천을 이용한 세계에서 제일 큰 스케이트장 등 자연적인 조건을 관광 축제화 하여 지역의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예산은 7백만 달려, 수입은 약 500백만 달러이다.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 스페인 토마토축제, 독일의 맥주 축제, 일본의 삿뽀로 눈축제와 마쯔리, 태국의 송그란 축제, 영국의 노팅힐 축제 등 세계 약 40만개가 있고, 단순히 축제의 계념을 넘어 그 나라의 관광 산업 자원화에 여념이 없다.
국내축제는 외국보다 늦게 출발하였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의 부활과 더불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낸다. 2007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로 약 1,200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축제가 생겨났지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운영의 경직성이다. 축제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의 전문성 결여, 조직의 통일성, 주변 조직의 이권, 지역과의 갈등이 즐거워야 할 축제를 본래의 기능을 감소시킨다. 두 번째는 내용의 중복성이다. 지역의 특성을 담아 차별화된 내용의 즐거움이 있어야 하지만 음식점, 잡화점, 대중가수 무대 등 정리되지 않는 구성으로 제일 중요한 키워드를 찾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나타낸다. 셋째로 행정적 접근이다. 자발성에 의한 자연발생적 요건에 민간주도형 보다 대체적으로 관(官) 주도형 축제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로 전주세계소리축제 폐지 논란과 함께, 함평나비축제 정체성 논란, 창영 화황산 억새 축제 참사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 비교적 성공한 축제라 하더라도 축제의 연속성과 지속성,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확실히 성공한 축제는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외국에 비해 짧은 기간임에도 가능성을 가진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은 희망적이다.
바라보는 배경과 관점이 외국과 다르고 성공적인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미래에 외국의 축제들처럼 세계적인 우리의 축제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축제는 외국보다 역사는 짧지만 내용과 수적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장기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몇 백 년을 지속시켜온 소중한 무형의 유물을 소중히 여기고, 참가자들의 열정과 오랜 시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공한 세계의 축제와 같이, 이제 국내의 축제도 이런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축제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무형의 자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종합예술이다. 당장의 수익과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의 정체성을 후세에 전할 메시지이자 선물로 다루어야 한다. 축제는 축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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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교육과 산업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그 실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충고해 왔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변화하는 공연에서 보듯, 우리 음악과 춤은 이 같은 요구에 발맞추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개막식에 참여했던 한 국악평론가는 "난타와 김덕수의 사물놀이 등 이미 국악 장르가 대중화,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계속해서 우리 소리를 현대인, 세계인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성공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긍정적 소감을 밝혔다. 제10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여러 문제 지적과 수익성 논란 속에서도 세계적 소통과 기획의 가능성, 저력을 보여주었다. 폐막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 15만 관객이 하나가 된 것처럼 지역민과 관광객, 예술인이 함께 어우러져 전주소리를 소중한 문화재산으로 아끼고 가꾼다면, 시대에 따라 변화와 실험을 멈추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은 국악과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가치 있게 살려 전주소리의 세계화를 이루어낼 것이다.
< 참고 자료 >
곽병창, ‘연희,극,축제’, 월인,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위원회, ‘전북도민의 문화향수실태와 소리축제’, 2002.
전주 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hanok.jeonju.go.kr
전주세계소리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www.sorifestival.com
특별기획세미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방향과 전망’ 자료집,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02.3.11.
연합뉴스 등 언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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