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3.5.의 일기)
얼마 전
흐린 일요일 아침에
택시를 탔어.
타면서,
"가까운 거립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씨익 웃었지.
다행히 기사님이
'드물게' 무뚝뚝하지 않은 분이셨어.
"아~ 괜찮습니다. 손님이 원하시면 어디든 가야죠~허허"
기분 좋게 출발~^^.
기사님이 물으시더라.
"우산 챙기셨어요 손님?"
전날 뉴스에서 내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봤지만
무신경하게 흘려듣고, 아침에 그냥 나온 터였어.
"아. 아뇨~ 뭐, 안 오길 바라야죠~호호."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기사님.
그 때부터 걱정어린 말씀을 하시더라구~.
"아..
우리나라. 걱정입니다.
오늘 새벽에 일 나왔는데 손에 우산을 든 사람이 별로 없어요~
어제 뉴스에서 전국적으로 비 온다고 예보를 했고, 지금도 이렇게 흐린데 다들 그냥 다녀요-."
"에이~ 갑자기 비오면 택시기사님들 좋으시잖아요- 손님 늘거 아녜요~
우산으로 나라 걱정까지 하세요~~피~"
"그게 문제가 아니죠~ 당장 내 택시에 타는 손님 수를 보는 건 짧은 생각이에요~이 우산 챙기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능력이 드러나잖아요.
위기 관리 능력. 아시죠?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이 없으면 이것이 우리사회의 위기관리 능력도 흔들리게 만들어요. 사회가 불안해지는 거죠. 그럼 그것이 다시 경기 문제로 다가오고- 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하잖아요. 그럼 우리 택시들, 더 살기 힘들거고 말입니다.
안 그래요 아가씨?"
한 수 배웠지.
그리고 한 일주일 쯤 지나서
우리의 국보 1호가 불탔어.
우산 하나 챙길 자기 관리 능력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의
국보 1호 관리 능력? 당연히...... 쩝.
내 집의 재산목록 1호, 베스트 프렌드, 첫키스... 암튼, 뭐든 첫번째- 1호- 라는 건 가장 소중한 거 아니니?
그런데, 나라의 재산목록 '첫번째- 1호-...' 관리가 이따위면 나머진 보나마나지.
불타는 숭례문을 보는데
택시 기사님 말씀이 떠오르더라구.
얘들아.
어제 뉴스보니까 주말쯤 또 황사가 닥친댄다.
마스크 잘 쓰고 다니고, 집에 오면 눈, 코, 귓속까지 박박 씻어 먼지 잘 비워내~.
우리의 위기 관리 능력.
그것이 모여 사회의 안정성도 만들어내고 경기도 만들어낸단다-.
더이상,
숭례문이 일본에 있었으면 그런 사고는 없었을 거라는 둥, 남의 놈들의 무시는 받지 말아얄 것 아녀~.
우리의 능력. 보여주자고~~~~~~~!! -.-!
(2008.3.5.의 고아나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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