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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아나이야기/高作 落書

소름끼치는 대중, 자극적인 미디어 재판



요즘 모 가수의 표절 시비, 연예 병사 징계와 폐지 논란, 용인 살인사건 등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소식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민재판을 보면서 ... 점점 이 사회의 미디어가 소름끼치게 공포스러워 진다.


표절은 엄연한 범죄이고, 처벌 받아야 한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그 가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연예병사들의 그러한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용인 살인사건이 매우 잔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태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초점과 집단의 섣부른 인민재판이 소름끼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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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메인 뉴스를 장식하며 구설수에 오른 유명인들을 보자. 사법적 판단이 확실히 내려지기 전에, 이미 사람들에 의해 범죄자가 돼버린다. 정황 상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피의자를 범죄자로 속단하고 '대중의 처벌'을 시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법적 판단에서야 진위가 드러난 억울한 경우들도 많았음을 기억하자. 해당인들은 인터넷과 미디어의 인민재판이 이미 끝났기에 사법적으로 무죄 선고 판결을 받아도 대중들에게 인식된 '범죄자' 도장을 지워내긴 힘들고, 앞으로 삶을 영위하는 자체가 힘들어진다. 


'구설수에 오르면 힘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겠지만, 

내가 보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해결책 제시 방법이다. 어떤 큰 사건이 터지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귀책자로 정하고 모든 원인의 책임을 그에게 지워버리는 안일한 방식.

잔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누가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그득하여 신상털기에 바쁘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우리 사회 근저의 속성과 주변 문제를 파악하려는 의지는 없다. 미디어도 유혹적인 장면만 조장하고 있을 뿐이다. 김길태 사건 때도, 이번 용인 살인사건 때도 이 사건의 관심은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데에 있지 않았다. 그저 한 명(혹은 한 집단)만 찍어서 미디어의 인민재판 대 위에 올려놓는 게 중요한 포인트인 듯 보였다. 김길태만, 심 모 군만 처단하면 이 무서운 사건은 해결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연예병사 문제를 놓고도, 단신뉴스 하나만 보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극단적인 말로 대중의 처벌을 시작했고,

표절 시비를 놓고도 사법적 판결이 있기 이전에 유명인들까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공격한다.

SNS, 인터넷을 통해 섣부른 판결과 비방을 서슴지 않고 타이핑하는 우리의 모습이 때로는 소름끼친다. (나를 포함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윗분들에 대한 적개심이 큰 사람이 나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도 우리 젊은 사람들도 SNS, 인터넷 상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발견되면 모두 적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나와 다른 표현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봤으면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부주의하게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다.



나도 실수한 적이 있고, 누군가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SNS와 블로그에서 강하게 어떤 집단이나 사람들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고 그 일로 해당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그때는 정당한 비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에는 조심에 조심을 기해야 한다. 공인이든 아니든, 팔로워가 만 명이든 10명이든 간에.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터넷이 중요한 공공영역이 된 지금, 서로가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특히 정부나 국가가 온당한  공공영역을 주지 않고 있고 때로는 공공영역을 차단하기에 이르고 있는 지금 우리끼리 만들어내는 이 공공영역은 더욱 중요하다. 편가르기와 적개심의 감정으로 점철된 디지털 공공영역으로 전락하면 공공의 소통 통로의 노릇도 더이상 해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토론과 논쟁을 말자는 게 아니다.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시끄럽게 떠들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디지털 민주소통의 핵심 아닌가. 문제는 섣부르게 심판을 내리거나 신상털기에 집중하고, 적과 나를 구분하는데 급급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비판은 소외를 부른다. 인정은 대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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