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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아나이야기/高作 落書

여린 작별 2011



몽글몽글 내 손에 온 몸이 감싸지던 꼬맹이 강아지,

이제 막 눈을 뜬 갓난아기가 어느 날 우리 집으로 왔다.

아장 걸음을 걸으면서부터 강아지는 유난히 나를 따랐다.
나도 아직 여리고 작을 때 나보다 더 여리고 작던 내 동생은
내 허벅지 품에서야 든든하다는 듯 휴식했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발 밑에 엉덩이를 붙이고 엎드려 기다렸고
누군가 나타나면 방해라도 할까 데려가기라도 할까-, 내 앞에 버티고 서서 으르렁- 했다.
집안의 막둥이인 우리 둘은 그렇게 교감하고 의지했나보다...

그러던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내 동생은 떠났다.

어느.. 우울한 바람이 불어 더욱 추웠던 어느 겨울날 밤, 아파 헐떡이며 괴로워 하다가
미처 인사할 겨를도 없이 눈 맞추고 안아줄 기회도 주지 않고, 그렇게 그 따뜻한 심장 울림을 멈추어버렸다.

혼자 서울로 떠나가버리자 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동생,
오랜만에 만나면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내 눈만 바라보며 내 곁에 있던 동생.



이전 생애가 정말 있다면,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도 되었던 걸까, 다시 한 번 더 날 보려고 잠시 태어났다 떠난 건 아닐까-
아니면 수호천사였을까-
내겐 동생이기보다 애인 같고 보디가드 같고 천사 같던 그 아이.

저어기 시골 우리 가족 묘지에 묻혀 있는 그 아가가 무서워 떨지는 않을지, 더 아파 하고 있지는 않을지...
다음에 다시 만나면 오래오래 같이 있자.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내가 수호천사가 되어줄게.



- 2011년 2월, 겨울바람 같은 여린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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