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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이야기/리뷰

스테이지톡) 덕혜옹주

스테이지톡 2015. 6.19. 게재.


뮤지컬 덕혜옹주

- 엄마와 딸의 이야기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공주였습니다. 고종황제의 큰 사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황제가 회갑 때 궁녀 양귀인에게서 얻은  고명딸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종에겐 4명의 딸이 있었지만 모두 1살이 되기 전에 병사했다고 합니다.

고종은 그녀가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 양귀인에게 복녕당이라는 당호를 하사하였고, 종친과 종척들이 궁으로 축하 문안을 왔으며 삼칠일 되는 날에는 고종이 축하연을 베풀었습니다.  아예 유모를 딸려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 주는가하면 딸을 위해 유치원을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왕녀가 태어나서 이렇게 환영 받은 전례는 없었다고 하네요..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

 


하지만 이 시기는 일제강점이 시작되던 시기. 고종은 딸이 일본으로 연행되거나 일본인과 결혼하는 것을 막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고종은 어린 딸을 두고 갑자기 승하하고 맙니다. 옹주는 결국 강제로 일본으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여자 학교를 다녔습니다.  말이 없고 학교에서 급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결혼사진)

 

그녀는 고국에 계신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떴을 때에도 복상하지 못했습니다.

몽유증 증세가 있더니 조발성 치매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치료를 받고 좀 나아질 무렵,

일본에 의해 일본인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하게 됩니다. 다케유키와의 사이에서 소중한 딸 정혜를 얻게 되지요.

그러나 이후 병세가 더욱 악화되어 결국 남편은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이송시킵니다. 덕혜옹주는15년 간 그곳에서 외롭게 생활합니다.

한편, 외동딸 정혜는 자라서 결혼을 하지만 금세 이혼하였고, 유서를 남긴채 일본 남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실종되었습니다.

 

 

(귀국사진)

 

덕혜옹주는 고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광복을 맞이한 이후에도 당시 이승만이 정치적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여 귀국을 거부하였습니다.

마침내 1962 1 26일 귀국하였지만 실어증과 지병으로 고생하다 1989 4 21일 낙선재에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덕혜옹주.. 그 기록만 읽어도 가슴이 저며옵니다. 한 나라의 황녀가, 아버지 황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그녀가 일본에 의해 끌려가 15년 간 타국 정신병원에서 살았다니.

이 가엾은 여인을 뮤지컬로 만난다면..., 어떨까요.

한 편으로는 이런 작품이 세상에 나와주어 감사하고 기대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너무나 슬플 것 같아 무대 위의 덕혜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뮤지컬 속 덕혜옹주.

보고 난 소감은 이렇습니다.  슬펐지만 아름다웠으며, 덕혜옹주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야기는 비운의 공주 덕혜의 삶을 좇지 않습니다.  작품의 가운데에서 우리는 그녀의 딸 정혜를 만나게 됩니다. 작품은, 아버지 다케유키가 사라진 딸 정혜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케유키는 가족을 지키려 했고, 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딸을 서서히 사라지게 만들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딸을 잃은 후, 아버지 다케유키는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선택들을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조국과 가족의 버림에 모든 것을 잊었지만, 모든 것을 잊지 않으려는 덕혜

가족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시대와 가문에 휘둘린 덕혜의 남편 다케유키

덕혜와 다케유키 사이에서 그 어느 쪽도 될 수 없는 딸 정혜

 

다케유키가 보여주는 액자 속 과거 이야기들을 통해,

세 인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잊고 있던 시대의 아픔을 곱씹게 되며, 나아가 오늘 우리들의 가족에게 그 질문을 돌려 보게 됩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 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이 작품에서는 액자가 하고 있습니다. 무대 구현의 주요 장치는 액자 프레임입니다. 액자를 통해 과거와 연결되면서, 다케유키는 딸이 사라진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엄마와 딸을 1 2역으로 연기하는 배우는 액자를 통해 같은 아픔을 보여주었고 액자를 통해 시공간을 넘어 하나가 되는 모녀를 보여주기도합니다.

하나이지만 구분돼야 할 모녀 연기는 배우의 구분되는 발성과 더불어 악기가 해주고 있습니다. 덕혜옹주는 우리나라 마지막 황녀임을 대변하여 대금을 썼고, 정혜는 예리한 바이올린을 선택함으로써 두 악기의 느낌만으로 서로 이야기하듯 연주되도록 하였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이동하며 퍼즐조각를 맞춰가는 이야기 구조,

액자를 이용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움직임,

악기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아름다운 음악.  

 

나도 모르게 작품이 의도한 바에 따라 덕혜와 정혜,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폭 빠져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몇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덕혜가 아닌 나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정혜까 아닌 나의 가족에게 향하는 질문입니다.

 

작품을 쓴 작가이자 주인공 덕혜 및 정혜 역의 문혜영 씨도 말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나 자신과 내 가족을 보게 되면 좋겠다고. 이 작품은 불쌍한 덕혜를 이야기하는 슬픈 작품이 아니라고.

시대의 잘못된 이데올로기(군국주의)가 한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평범한 가정조차 꿈꾸지 못하게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내려는 엄마(덕혜옹주)를 뮤지컬 <덕혜옹주>를 통해 만나게 된다고 말이지요.  같이 살고 있지만 같이 살고 있지 않는현대 사회의 가족의 문제를 같이 살고 싶었지만 같이 살지 못하는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기도 하며,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방송 1부 드라마 듣기 클릭!

http://down-cocendn.x-cdn.com/data1/engweb/smu3301.mp3

 

방송 2부 토크 보기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Oqg9Ajmr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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