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10. 스테이지 톡 게재.
국제시장과 유도소년
2015년,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연극 '유도소년'이 초연 당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응답하라, 유도소년!' 신드롬을 재현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은 영화관에서 추억을 머금고,
‘우리’ 세대는 공연장에서 청춘을 추억할 수 있겠네요.
‘아버지’ 세대의 그것은, 바로 영화 ‘국제시장’ 을 두고 드린 말씀입니다.
국제시장은 올해 1400만이 넘는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로 어려웠던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온 덕수의 뜨거운 부성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끈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이야기합니다.
1950년대라는 특정 시대에 다소 진부한 아버지를 소재 삼았지만, 영화는 세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비결이 뭘까요?
한국전쟁에서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현대사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는데요 어쩌면 뻔한 이야기에 진부한 연출일 수도 있습니다. 울리려고 작정한 영화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알고도 울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힘입니다. 신파로 눈물을 주고 공감을 만들어 내죠. 일부터 촌스럽고 투박함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모 기자는 이렇게도 말하더군요.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야 대작이 된다"는 충무로의 속설이 관통하는 영화가 <국제시장>이라고요.
여기에 윤제균 감독 특유의 스케일 있는 장면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채워줍니다. 흥남부두 철수 장면, 월남전쟁 장면, 이산가족 찾기 장면 등은 잊혀지지 않는 그림이죠.
배우 오달수의 살아있는 감초 캐릭터라든지, 고 정주영 회장이나 이만기 선수, 앙드레 김, 남진 등을 의외의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재미요소입니다.
진부한 소재에 반전 없는 이야기. 하지만 촌스러움과 신파를 어떻게 잘 연출할까를 신파의 정공법으로 고민하고 잘 풀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한국전쟁세대의 이야기라면, 유도소년은 응답하라 1997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국제시장이 부산이라면 유도소년은 전라도를 배경으로 하고요.
국제시장에서 남진의 ‘님과 함께’를 들었다면 유도소년들은 HOT의 캔디를 부르죠.
그 외에도 지누션, 젝스키스, 자전거 탄 풍경, UP 등의 음악을 곳곳에서 만나며
우리는 우리의 풋풋했던 청춘을 떠올립니다.
“그때 걔는 잘 살고 있을까?”
하고 인터넷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보기도 하면서.
국제시장이 사실적으로 팍팍했던 현대사를 재현하여
우리 아버지들로 하여금
고단했던 일생을 돌아보고 황혼의 여운에 눈물짓게 했다면,
유도소년은 유쾌하게 뜨거웠던 청춘을 되돌려 줍니다.
바로 오늘이 팍팍한 우리가, 세상밖으로 나와 너무나 외로워진 우리가
현실을 잠시 잊고 끈끈했던 청춘을 다시 찾게 되죠.
현실로 돌아올 에너지를 유도장에서 얻고 갑니다.
연극 유도소년은 2014년에 이어 올해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랑의 힘에 대해,
지난 5일에 만난 유도소년의 배우들(박훈, 박정민, 신창주)은
아래와 같이 비결을 귀띔해 주었습니다.
유도소년은 땀이다!
연극 유도소년은 이재준 연출이 황정민 유준상 주연의 영화 ‘전설의 주먹’을 보고 스포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박경찬 작가의 과거 에피소드를 모티브 삼아 만들게 된 작품입니다.
관객들에게는 ‘유도장을 무대로 옮겨온 연극’ ‘유도하는 연극’ 등으로 입소문이 퍼질 만큼, ‘배우가 유도를 연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유도를 한다’는 점이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유도선수들 못지 않게 기술을 연마, 그것도 속기로 훈련하면서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고 하네요.
공연을 볼 때 경찬이라는 인물도 보지만, 동시에 박훈이라는 배우가 함께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물에도 감동 받지만 배우 자체에 감동 받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작가와 연출이 판을 깔아주었다면 배우가 완성한 연극, 바로 유도소년입니다.
유도소년은 1997이다!
공연을 보면 관객들은 베시시 웃게 됩니다. ‘90년대스러움’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 촌스러움과 유치함 때문에 말이죠.
특히 경찬이의 사복패션은 신의 한수. 민욱이의 90년대 순정만화 식 오글거리는 대사에도 손가락을 오므리면서도 즐겁게 보게 됩니다.
음악은 1997년으로 우리를 타임슬립 시켜줍니다. UP의 바다, 그대안의 블루 등을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면서 말이죠.
유도소년은 청춘이다!
이 극은 실패하기 때문에 더 재밌습니다. 90년대 식 촌스러움이 세련된 연출로 보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는 것도 경찬이가 우승하지 않아서인 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경찬이가 우승했다면, 촌스러움이 의도된 세련된 연출이 아니고, 그냥 촌스러운 작품이 됐을 겁니다.
실패했던, 그리고 실패하고 있는 나의 청춘 그대로를 말하고 있습니다. 쥐어짜내는 눈물도 없고, 교훈을 주입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랬던 우리를 보여주기에,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기억으로 내 청춘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아파야 청춘이고, 아버지처럼 살아야 성공한다는 가르침이 없으니, 맘편히 유도장에서 배우와 같이 땀 흘리고 웃고 가슴이 먹먹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프레스콜 현장. (출처: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유도소년이 영화 국제시장을 만든 JK필름을 통해 영화화 된다고 합니다.
무대에서 카메라 앵글로 옮겨질 90년대 청춘들의 모습, 기대해 봅니다.
(링크)
연극 유도소년이 만들어진 이야기, 배우들의 매력 토크가 궁금하다면…
클릭!
http://youtu.be/o9aMqjsX2Po (유튜브로 바로 보기)
http://file.ssenhosting.com/data1/engweb/yudo01.mp4 (팟캐스트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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