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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이야기/리뷰

[칼럼] 팟캐스트를 통한 공연 유통과 관객 개발

http://webzine.gokams.or.kr/01_issue/01_01_veiw.asp?idx=1473&page=1&c_idx=48

예술경영지원센터 웹진. 위 링크에서 기사를 보실 수 있어요.



팟캐스트를 통한 공연 유통과 관객 개발_“플랫폼 변화의 노력, 스튜디오뮤지컬”







매체가 변화하면 그에 따라 소통 양식과 문화 양식도 변화한다. 종이가 사람들의 소통 방식과 문화를 바꾸었듯이 라디오와 TV가, 그리고 PC가 세상을 바꾸어 나갔다. 특히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존재방식에 있어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기존 기반 공간을 벗어나 스마트기기라는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차세대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는 예술들이 눈에 띈다. 이 글에서는 연극, 뮤지컬을 고정무대가 아닌 팟캐스트에서 공연하는 필자의 단체 <스튜디오뮤지컬>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2010년 대 들어 공연계는 한 편으로는 하이테크놀로지의 도입으로 최첨단으로 나아가고  점점 더 화려해졌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여 정 반대의 경향을 만들기 시작했다. 배우구성이나 무대 배경을 최소화 하는 단출한 공연이 많아졌으며, 낭독공연을 쇼케이스나 연습공연으로서가 아니라 최종 결과물로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사례도 많아졌다.
낭독공연의 바람은 팟캐스트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도 옮겨 왔다. 팟캐스트에서도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더니 역사 이야기를 라디오드라마 형태로 들려주는 방송이 나왔고, 뒤이어 <희곡을 들려줘>와 <스튜디오뮤지컬>과 같이 한 편의 공연을 낭독공연 형식으로 서비스하는 방송도 등장했다.
<희곡을 들려줘>는 한 극단에서 명작 희곡들을 낭독공연의 형식으로 읽어주는 방송이고, <스튜디오뮤지컬>은 연극이나 뮤지컬의 기존 작품 및 새로운 창작물을 라디오드라마 형태로 제작하여 선보인다.

필자가 만들고 있는 스튜디오뮤지컬은 2012년 1월에 시작된 팟캐스트로서, ‘스테이지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뮤지컬(공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많은 다른 예술들이 대중의 소외에서 탈출하고 접근성을 높이고자 스마트기기를 홍보도구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연극도 스마트기기 위에서 공연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팟캐스트 라디오극’을 생각해 냈다.  




-왜 팟캐스트인가-
팟캐스트라는 채널을 선택한 이유는 최근 문화소비 형태의 변화 추이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대중은 점차 소유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음악을 들어도 소유 후 감상이 아니라 검색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감상하고 아주 마음에 드는 경우만 소유한다. 만화책 독자들도 이제는 웹툰으로 먼저 보다가 몇 작품만 선별하여 책으로 소유한다.
또한, 최상의 퀄리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최상의 편의’이다. 예술의 향유 방식도 개인화 및 사후 공유를 지향한다. 즉, 즐길 때는 다 같이 모여서 즐기기보다 혼자 편하게 즐기고, 온라인에서 감상의 내용을 적극 공유한다.




 
‘공연하는 팟캐스트’는 이러한 소비형태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직접 공연장으로 가는 것이 물론 최상의 퀄리티를 보장하겠지만, 소비 이전에 사전 무료 감상을 해볼 수 있는 안전한 채널이 있다면, 그리고 개인적 감상이 가능하되 감상의 공유와 참여가 용이하다면, 편의성과 참여성을 보장 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공연장에 가기 전에 이 채널을 먼저 선택해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 왜 라디오극인 가- 
스튜디오뮤지컬은 연극을 다루지만 시각을 제거하고 라디오드라마 형태로 바꾸어 소개했다. 
라디오극으로 만든 이유는, 먼저, 팟캐스트에서는 비디오 채널보다 오디오 채널이 편의와 효용의 이유로 더 인기가 많고, 팟캐스트의 급부상과 함께 ‘라디오드라마’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둘째, 제작비용 감소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 지고 이는 창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회가 되었다. 시각적 요소를 배제한 라디오극에서는 무대제작이 필요 없어 제작비용이 대폭 감소된다. 따라서 제작능력이 없는 신인들이 공모당선이나 상업성 등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도 다양성과 양의 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고 티켓 가격의 부담도 제거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객유입의 효과이다. 공연에 관심 없던 팟캐스트 이용자들이 열린 공간  안에서 한 번쯤 눌러보면서 공연을 경험할 기회가 생긴다. 애써 공연장까지 찾아가는 정성 없이도 작품을 감상해볼 수 있으니 연극이 나와는 상관없고 머나 먼 세계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내 손 안으로 들어와 준 연극 작품에 긴장과 경계를 풀게 된다.






- 어떻게 만들어지나 - 
스튜디오뮤지컬의 라디오극 제작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존 작품의 각색이냐 새로운 창작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현재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성 작품의 경우, 공연권을 가진 제작사와 접촉하여 많은 부분 협조를 얻는다. 대본을 제공해 주며 배우 섭외에 도움을 준다. 뮤지컬일 경우 AR음원 추출을 위해 공연실황 녹음에 협조해 주기도 한다. 대본과 배우, 음원이 확보되면 스튜디오뮤지컬 제작진이 이를 토대로 라디오극으로 각색하고, 녹음실 녹음과 편집을 거쳐 팟캐스트 채널에 공개한다. 대개는 제작사에서 협조를 잘 해주시는 편인데, 회당 평균 2만 정도의 고정 청취자 수가 있어 불특정 다수에 쏟는 홍보 대비 효과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무대 공연에서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그대로 투입되기 때문에 연습비용과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창작물일 경우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간다. 제작사 대신 대학 전공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트리트먼트 대본으로 이들을 선별하여 최종 선정한다. 선정 후 라디오극 대본 작업을 함께 해 나가며 배우 선정 및 연습 기간도 별도로 둔다. 뮤지컬일 경우는 편곡 및 MR제작을 별도로 진행하고, OST앨범을 만들어 내듯 노래 부분은 별도로 배우와 함께 녹음하여 AR을 제작해 둔다. 그리고 대사 연기 녹음과 전체 편집을 거쳐 팟캐스트에 공개한다.     
이렇게 공개된 작품은 한 달여 동안 SNS 상에서 집중 홍보를 하며, 팟캐스트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링크도 걸어둔다. 이벤트나 퀴즈, 후기 독려 등으로 SNS에서의 대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창작물에 대해서는 방송 후 창작자 및 배우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관객모임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 위기와 보람 -
이 같은 노력이 3년을 지나면서, 현재는 최고 청취율 약 10만, 작품 당 평균 약2만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팟캐스트라는 대중성 높은 매체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는 효과도 있었다. 관객모임에서의 대화나 설문 결과에서 연극을 보지 않던 분들이 스튜디오뮤지컬 이후 보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하기 전에 체험과 공유를 원하고 감상의 방식은 개인화 되어가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팟캐스트 공연’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물론, 제작 과정 중에 어려움이 많고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많은 인내심도 요구된다.
2012년 초 스튜디오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팟캐스트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작업이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 ‘현장성(liveness)’과 ‘시각성’의 한계점을 들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은 방송일 뿐 더 이상 연극은 아니라고 했고, 관객들도 외면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팟캐스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 공연권을 가진 제작사와 창작자들을 이해시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대본과 음악의 노출을 꺼려하는 분들에게 영화나 음악 장르가 이미 팟캐스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설명하며 설득해 내는 것도  힘겨운 과정이었다. 긴 과정을 거쳐 라디오극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노출이 염려된다는 통보를 받아 방송되지 못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해외에서는 로열셰익스피어 극단의 SNS공연이라든지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홀’, 팟캐스트 발레와 클래식 공연 등 플랫폼을 바꾸려는 공연계의 실험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라디오극을 연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베케트 등 부조리작가들이 라디오극을 시작하던 때부터 설파되고 있으며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더욱 많은 작가들에 의해 연극으로서의 타당성이 논증되고 있다.
공연을 포함한 콘텐츠들은 결국 어떠한 특정 플랫폼 위에 얹어지게 되는데,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공연도 점차 무대라는 한정된 플랫폼을 넘어서는 사례가 점점 일반화 되어 가고 있음은 분명한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팟캐스트가 무료 채널이어서 청취율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이었다.
음악처럼 유료 스트리밍서비스를 직접 판매 모델로 삼을 수 있겠으나 당장은 소비시장이 작고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시기상조이다. 지금처럼 콘텐츠를 꾸준히 서비스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다림 가운데 진행할 수 있는 서브 수익모델을 찾아가고 있다.
첫째는, 팟캐스트로 관심을 모은 후 그 관심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 내어 유료 공연을 하는 방식이다. 갈라쇼나 관객행사를 유료로 개최하기도 하고, 큰 규모의 축제에서 대본구성을 담당하거나 하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둘째는, 배리어프리 공연이다. 라디오극이다 보니 청객(‘청취자+관객=청객’ 스튜디오뮤지컬 방송용어) 가운데 시각장애인도 많은데, 이분들의 지지로 라디오극을 오프라인으로 옮겨 배리어프리 공연을 여러 차례 개최하게 되었다. 무료공연이지만 사전 크라우드펀딩과 개인 기부금, 기관 후원 등으로 제작비용 부담 없이 진행하고 있다. 배리어프리로서의 제작 전문성도 매회 높아지고 있어 배리어프리공연 전문제작소로서의 성격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갈라쇼‘자리주show’, 배리어프리공연 ‘당신만이’) 



- 앞으로 스튜디오뮤지컬은? -
스튜디오뮤지컬은 앞으로도 ‘스마트한 공연감상’을 위해 제작자들에게는 효과적인 작품소개의 창구로, 창작자들에게는 ‘장벽 없는 창작공간으로, 관객들에게는 ‘내 손 안의 공연장’으로 열어두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스트리밍서비스를 오픈하고 싶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하여 관객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우선은 ‘팟캐스트 공연’을 한 작품 한 작품 꾸준히 만들어 나갈 것이며, 배리어프리 공연이라는 사회적 서비스를 동반하여 라디오극의 긍정성을 널리 알려가고자 한다.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비영리성이 강하므로 여러 기관의 지원도 필요하고, 시장의 형성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과 업계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2015년, 팟캐스트 위에 놓인 공연물을 방송임과 동시에 공연으로 봐주고, 함께 해주는 분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