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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이야기/리뷰

공연장까지 불어온 김광석 바람, 왜 지금 김광석인가.

시사IN 2014.1.18. 기고.


공연장까지 불어온 김광석 바람, 왜 지금 김광석인가.  

 

살아있다면 올해 지천명, 쉰의 나이였을 고 김광석. 운명이라는 듯 홀연히 떠난 그는 오늘도 바람이 되어 우리에게 온다. 그의 노래는 해가 깊어갈 수록 하늘의 운명을 아는 쉰의 지혜처럼 위로가 되어 우리 곁을 맴돈다. 

2013년엔 문화계에 김광석 바람이 유독 진하게 불었다. TV에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됐고, 응답하라 1994에서도 그를 만났다. 히든 싱어2에서는 고 김광석과 모창자 간의 노래 대결까지 펼쳐지더니, 지난 달에는 육필 원고가 에세이로 출간되었다. 이 애잔한 바람은 공연장까지 불어왔다. 김광석의 노래로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는 자체도 놀라운 소식일 터인데 한 해에 무려 세 편이 만들어져, 작년 공연 계는 1년 내내 김광석 바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해도 고 김광석 50주년을 맞아 이 바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추모공연이 전국 곳곳에서 준비되거나 열리고 있고, 팬 차원의 행사도 계획되고 있다. 뮤지컬 또한 올해까지 공연이 계속되거나 다시 공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4. 오늘의 청년들이 김광석을 듣는다. 그리고 눈물 적신다. 

중장년 어른들이 공연장을 메운다. 그리고 눈물 적신다.

공연장까지 불어온 김광석 바람, 우리는 왜 지금 김광석을 듣는가.

화제의 뮤지컬 세 편 속에서 김광석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 그날들

2013.4.4.~6.30. 대학로뮤지컬센터.

/연출  장유정

음악감독   장소영

캐스트   유준상, 오만석, 지창욱, 오종혁, 강태을, 최재웅, 김정화, 방진의 등


 

그날들은 장유정의 이름만으로 공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장유정(김종욱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하면 한국뮤지컬 계의 김은숙(시크릿가든 상속자들)이랄까. 전체 짜임새를 누구보다 탄탄하게 만들어 내며 감칠맛 나는 대사의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그녀의 뮤지컬은 완성도를 보장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날들 역시 이 같은 장유정의 힘이 발현된 작품이다.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대통령의 막내딸과 수행 경호원의 묘연한 행방으로 인해, 주인공 경호원이 20년 전 친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 또한 드라마에 맞게 과감하게 편곡했다. 독립된 드라마, 이것이 그날들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청와대 경호실이라는 소재도 신선했고, 그저 로맨스가 아니라 미스터리가 가미돼 추리하며 극에 몰입해 가는 재미도 있다. 여성 관객을 사로잡는 육체미 넘치는 경호원들의 군무, 절절한 스토리 군데군데에 스며 있는 유쾌한 장면은 무대를 즐겁게 채워주었다.

재공연 시 관람 TIP : 흥미롭고 탄탄한 스토리가 강점. 김광석의 노래를 새로운 관점으로 듣게 된다. 한국의 맘마미아와도 같은 작품. 김광석 노래의 원곡 감성 그대로를 느끼고 싶은 관객보다는 완성도 높은 한국창작뮤지컬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

 


2. 디셈버

2013.12.16.~2014.1.29. 세종문화회관.

/연출  장진

음악감독   강수진

캐스트   박건형, 김준수, 오소연, 김예슬, 송영창, 김슬기 등

 



뮤지컬 디셈버는 고 김광석 음악의 저작권을 가진 영화투자배급사 뉴(NEW)의 뮤지컬 진출작으로서, 세 작품 중 유일하게 미공개곡까지 다룰 수 있음을 전면에 내세운다. 시대의 이야기꾼 장진 작,연출에 김준수, 박건형 등 톱스타까지 총 출동해 2013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올랐다. 그리고 12월 개막 후 한달 여, 예상대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 특수를 보며 높은 객석 점유율로 흥행 중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 공연 기립박수를 이끌 만큼 호연이며, 장진 특유의 연출 색채가 공연 곳곳에서 묻어난다. 화려한 무대기술도 거론할 만하다. 회당 제작비가 1억원에 달하는 만큼, 무대에 최신 홀로그램 기법이 도입됐고 LED조명으로 대형스크린을 만들어냈다.

극은, 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운동권 여학생과의 사랑, 그리고 죽음을 다룬다. 그날들과 달리 스토리를 노래에 맞추어 개발해 노래와 극의 정서 간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했다. 다만, 노래에 맞게 엮은 이야기인 탓에 부를 노래에 따라 이야기가 산만하게 이어진 아쉬움이 있다.

관람 Tip : 신흥 영화제작사의 뮤지컬 데뷔작이자 장진의 뮤지컬 데뷔작. 영화 같은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지만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쉬움. 화려한 배우, 화려한 볼거리 등 쇼 장르로서 온전히 즐기고 싶은 분에게 추천. , 티켓값도 그만큼 화려하기 때문에 참고해야 할 듯.  

 

 


3. 바람이 불어오는 곳

2013.11.8.~2014.1.26.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 

/제작  이금구

연출   김명훈

음악감독   홍종화

캐스트   박창근, 최승열 등


 

최근 히든싱어2에 남자주인공이 출연한 후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사실 공연 좀 본다는 관객은 이미 아는 must-see 작품 중 하나이다. 2012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유명배우도 대형제작사도 없는 가난한 형편이어서 광고 전단지도 찍지 못했단다. 그러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봄바람이 되어 점점 흥행몰이를 한, 인간승리의 작품이다.

내용은 소박하다. 김광석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취업전선에 내몰리는 90년대 학번 무명 가수들의 이야기이다. 무명가수 이풍세와 그와 함께 활동한 대학밴드 바람 멤버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전형적이고 진부하다. 그런데 관객들은 개의치 않는다. 울고 웃고 따라 부르며 감동 받는다. 이것이 이 작품의 강점이자 특징이다. 원곡의 해석에 충실하고 노래의 감성을 최대한 보전하고자 애쓴  콘서트 형 뮤지컬로, 김광석 노래에 담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소극장 풍경을 그려간다. , 원곡의 감성에 치우치다 보면 스토리는 뻔하고 진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래가 가진 고유의 감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모든 아쉬움을 뛰어넘는 강점이 된다.

관람 Tip 김광석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의 빈 마음을 채워주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 스토리의 한계는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감성으로 김광석을 추억할 수 있다.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소극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에게도 추천. , 잘 짜여진 세련된 뮤지컬을 기대한다면 다시 고민하시길.  

 

 


김광석을 그리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

세 작품은 서로 나아간 방식은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았다. 바로 김광석에 대한 그리움. 이는 이 작품들을 찾는 관객에게서도 발견된다. 누구의 인생에나 밀착되고 마는 노랫말은 2014년의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대입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의 표상인 김광석은 우리에게 가수이기 이전에 위로해주는 벗과도 같다. 이렇게 우리는 90년대에 이미 떠난 그를 다시 불러내어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을 위로 받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아닐까.

김광석과 함께 청년시절을 보낸 어른들은 90년대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오늘의 나를 반추한다.  김광석을 새롭게 듣는 청년들 역시 그의 호소력을 이어받는다. 쫓아가기 힘든 빠르디 빠른 세상에서 헉헉거릴 때 시대와 거꾸로 가는 듯한 목소리는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이 세상을 살아갈 위로를 ''이 해주는 것 같다.  

 

안녕들하십니까. 라는 말이 다르게 쓰이고 있는 요즘, 무대에 서면 늘 안녕하시죠?라고 운을 떼던 그가 더욱 그리워진다. 상식과 소통의 부재를 느끼는 사람들의 답답함이 더해가는 만큼, 2014년도 김광석의 노래가, 그의 이야기가, 그의 위로가 필요할 것 같다.

그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부를 노래는 이별가는 아냐

내 눈 점점 멀고 내 귀 점점 닫혀

빈 가슴으로 부를 뿐이야

 

나 혼자서 부를 노래가 아냐

어제 같은 새벽 다시 돌아올 때

흔들어 깨울 사랑 노래인 거야

 

우린 너무 그저 사는 일에 익숙해지고

함께 불렀던 그 노래는 기억조차 없구나

 

- 끝나지 않은 노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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