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뮤지컬이 무시 당할 때의 기분은 참... 드럽다.
오페라가 지루하면 내가 교양없다 자기 탓하고
연극이 졸리면 내가 무식하다 창피스러워 하면서,
뮤지컬이 재미 없으면 작품이 거지 같아서라고 단정한다.
뮤
지컬이 오페라의 대중적 변형인 오페레타, 나아가 미국의 레뷔나 민스트럴쇼, 보드빌 같은 쇼의 형태를 미국에서 자리잡은 장르라는
역사와 정의 봐도, 볼거리 우선이고 내용은 점점 느슨해졌다. 그렇다고 오페라는 고급예술, 뮤지컬은 논할 거리 없는 단순오락거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성격이 바뀐 것이지 지적인
고급예술에서 퇴락한 장르는 아니다. 또한, 뮤지컬의 탄생이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의 모든 뮤지컬이 '쇼'가 우선되는 것도 아니고
연극보다 탄탄한 드라마를 자랑하는 것도 있다. 또한, '쇼', 달리 말해 피지컬 퍼포먼스가 우선되는 장르는 오히려 말로만 전달하는
장르보다 고차원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연극에는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던, 실험주의, 키치, 단순 퍼포먼스.... 요상한 거 다 인정해주면서 뮤지컬은 이래야 한다는 '틀'을 정해놓고 자기가 아는 그 틀 안에 없으면 무시할까.
드라마는 빈약해도 음악이 꽉 채워주기에 감동 받는 작품도 있고, 화려한 쇼 위주로 기쁨을 주는 작품들도 있다.음악은 아쉽지만 드라마가 감동적인 경우도 있고, 배우들이 노래를 무지하게 못해도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작품도 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42번가'도 좋고 '지하철1호선'도 좋으며, '태양의 서커스'도 좋고 '식구를 찾아서'도 좋다.
누
구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미국스러운 화려한 쇼에 불과하며 드라마는 거지 같다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 경제 대공황 속에서
경제적, 심적으로 힘든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 작품의 화려한 쇼는 해소감을 주었고, 여주인공의 성공스토리는 힘을 불어주었다. 당시
관객들이 감동 받고 박수칠 수밖에 없는, 당시로서는 힐링 뮤지컬이었던 것이다. 지하철 1호선도 지금 보면 조잡하고 극적 전개가
어색한 드라마라고 할지 모르지만 90년대 당시 관객에게는 쇼킹한 컬트뮤지컬로서 통쾌한 즐거움을 주었고, IMF 시기 힘든 사회를
미화가 아닌 거친 사실주의로 드러내면서 관객들의 이입과 감동을 이끌어냈다.
연
극도 그 역사와 사회, 시대성, 관객을 이해하지 못하면 창작도 관람도 힘들어지듯이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뮤지컬의 역사 흐름과 해당
작품의 공연사, 당시의 사회상 등을 알 때 감상의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뮤지컬을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뮤지컬을
얼마나 아시느냐고.
내가 순수관객이기만 했을
때는 오히려 혹평 리뷰도, 비판글도 쉽게 끼적였었으나 뮤지컬을 공부하고 조금씩 더 알게 되면서부터는 글쓰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진 탓도 있겠으나 쉽게 단정하고 재단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극이 뮤지컬보다 좋아. 오페라가 뮤지컬보다 좋은 걸.' 이건 개인 취향이겠지만, 싸잡아서 단정적으로 비하하는 태도는 그 자체가 비판 받을 창피스러운 관극 태도일 것이다.
공
연이라는 장르는 - 나는- 관객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관객이 창작의 우선에 있어야 한다. 쉽게
관객을 단정해버리거나, 그들을 가르치려 하고, 일방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창작,제작자들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
관객들도 스스로 성숙해져야 할 것 같다. 관람할 뮤지컬을 선택할 때, 뮤지컬을 관람할 때, 관람한 뮤지컬에 대해 소감을 드러낼 때
관객으로서의 책임감의 무게를 좀더 느낀다면 그때에야 말로 뮤지컬 제작,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이나 생각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뮤지컬을 무시하는 작자들에게 한방 엿을 날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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