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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아나운서 비밀노트

앵커의 암기력 그 비밀


아직도 물어오는 분들이 있다.
뉴스 진행할 때 그 많은 걸 다 외워서 말하냐고.

당연히 아니다.

나를 찍는 카메라 렌즈 앞에 '프롬프터'라는 장치가 설치돼 있어 렌즈만 보면 원고가 그대로 보인다.



앞 쪽에 프롬프터 화면이 달린 카메라 모습




프롬프터 장치.
원고를 사진 왼쪽 장치에 두면 오른쪽 모니터 화면에 그대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치에 원고를 놓고 카메라를 보면 위 사진과 같다.
앵커는 저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즉, 동그란 렌즈가 아닌 사각 원고 화면을 보게 되는 것.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지는 않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뉴스에서만 쓴다.

워낙 고가이고, 쉽게 손상되는 예민한 장치라 야외로도 웬만하면 가져가지 않는다.




위 사진의 장치는 셀프 타입이 아니라서
제3의 인물이 따로 프롬프터 장치를 담당해, 앵커를 위해 두번째 사진의 저 장치에 원고를 올리고 앵커의 호흡에 맞추어 원고를 넘겨준다.

내가 있던 곳의 경우는 셀프 타입이어서
스튜디오 내 데스트 위에 원고를 놓으면 카메라에 원고가 잡힌다. 즉, 내가 직접 말하면서 원고를 슬슬 넘겨간다.

장단점은 있으나
서울, 본사 방송국들은 전자의 경우가 많고 지역에서는 셀프타입이 많다고 들었다.



공통점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시선처리가 중요하다는 것.

프롬프터 화면 뒤에 감춰진 렌즈와 내 눈높이가 맞지 않거나, 대놓고 원고 글자를 따라 눈동자가 굴러가면
당장에 앵커의 어색한 눈초리가 시청자의 눈에 띄게 된다.


따라서 읽을 생각으로 임하지는 않는다.
미리 기사에 대해 숙지하고, 멘트 연습도 하고 들어가
원고 전체를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읽어간다.



여기서 잠깐.
물론, 프롬프터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는 모든 앵커가 외웠다. 컴퓨터가 발달되지 않았던 때에는 기자가 손으로 친 '한자 섞인 흘림체를' 한 눈에 보고 외워 들어갔다고 한다.

난 이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ps. 예외의 인물.

작년에 퇴임하신 김준석 앵커(기자)는 마지막 뉴스 진행까지 쭈욱 프롬프터에 의지하지 않은 분으로 알려져 있다. 프롬프터 화면에는 리포트 담당 기자 이름 정도만 써놓고 나머지는 완전히 숙지하여 자연스레 얘기하듯 하셨던 분.
퇴임에 즈음하며 이미 방송에서 물러나셨던 때였다, 갑자기 비상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급박하게 편성된 특보, 그것도 중대 민감 사안인지라 진행을 맡길 인물이 없었다나. 결국 회사 요청으로 급히 출근해 중요 특보 진행을 맡았다는 후문이다.
전무후무한 특보 생방송의 귀재심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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