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기자의 리포트 VCR이 나가는 동안 앵커는 무엇을 할까?
전국뉴스를 하는 본사의 경우 아침 첫 뉴스나 프라임타임 9시 뉴스는 상대적으로 더 바쁜 분위기임을 수습사원 시절부터 곁에서 봤었고, 방송되는 시간 대에 따라서도 분위기와 분주함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VCR이 나가는 동안의 행동, 비슷비슷하다.
몇 가지를 알려드린다.
1. 태도
거의 드물지만 방송사고나 비상 상황으로 VCR이 끊기고 내 모습으로 화면이 넘어올 수도 있다. 이 0.0001%(?)를 위해서도 항상 흐트러지지 말아야 한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긴장된 자세로 앉는다.
2. 원고 수정, 리드멘트 쓰기
정신 없이 돌아가는 뉴스 생방송, 이미 써놓은 앵커 리드멘트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도 종종 있고, 시시각각 바뀌는 현지 상황 때문에 리드멘트를 VCR이 나가는 사이에 써야 하는 돌발 상황도 분명히 생긴다.
이럴 땐 화면이 넘어가자마자, 급히 원고를 꺼내 멘트를 쓰거나 수정한다.
(여기서 짚고가기.
아나운서는 마지막 데스크다. 기자가 취재해 정리하고, 보도국 데스크에서 점검, 수정한 멘트를 마지막으로 다시 점검하고 수정한다. 의외로 수정할 부분이 자주 생긴다. 말이 어렵거나, 주술관계가 맞지 않는 말, 비표준어, 띄어쓰기가 틀려 보기에 헷갈리는 경우 등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실수까지 손댈 것은 분명 있다. 넋놓고 있다가 그대로 읽었다가는 모든 책임은 앵커에게로....;;)
3. 리시버(페이징)
일반 프로처럼 뉴스에도 피디가 있다. 수정할 부분이나 중요한 사항을 다시 확인, 주지시킬 때 피디는 앵커에게 VCR이 나가는 사이를 틈타 귀에 꽂는 리시버를 통해 알린다.
앵커는 카메라를 향해 손으로 O.K.사인을 그리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한다.
4. 분장 점검
TV뉴스는 정보자체 만큼이나 시청자의 눈을 민감하게 붙잡는다. 정적이고 경직되게, 그리고 타이트하게 화면에 잡히는 앵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쉽게 거슬릴 수 있다. 특히나 HD 고화질로 바뀌면서 앵커들은 더욱 조심스럽다.
진행하면서 화장이 조금이라도 지워지거나 번지지 않았는지, 들뜨거나 번들거리지 않는지 중간중간 이런 틈을 타 거울을 보며 점검하고 팩트로 두드리며 수정한다.
<관련기사 :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904/h2009040914481291970.htm>
여기서 잠깐.
작년 4월 9일, 'MBC의 이정민 아나운서가 뉴스 도중 거울을 봐서 사고가 났다'는 내용의 기사가 화제를 모았었다. 그러나 실은 앵커의 잘못이라기보다 방송기술 상의 잘못이었다. 앵커가 리포트 화면 도중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데, 기사가 나간 후 이정민 아나운서가 해명 및 사과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속이 상했다. 앵커 잘못이 아니라, 편집이 덜 된 테이프를 틀게 만든 기자와 피디, 기술팀의 실수라 해야 하지 않을는지.
5. 목 가다듬기
분장을 점검하며 자동 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 목 가다듬기. 목으로 '흠흠' 하며 가다듬는 습관은 성대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목 상태가 안 좋으면 절로 하게 된다-;
목이 아플 경우, 건조할 경우를 대비해 미지근한 물을 종이컵에 담아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위치에 놓아두는 것도 기본. VCR이 나가는 사이 한 모금 씩 마신다.
6. 의상 정리
뉴스에서 앵커가 입는 옷은 협찬 받은 옷이다. 즉, 내 옷이 아니라 빌린 옷이라는 얘기. 따라서 내 몸에 딱 맞지는 않다. 소매 길이가 길거나 허리 라인이 헐렁할 경우, 어깨선이 붕 뜨는 경우 등등 맞지 않는 부분은 코디가 도와주어 표 안 나게 짚게나 옷핀 등으로 살짝 잡아준다. 뉴스 전에 이 작업을 마치지만 움직이다 보면 흐트러지기 일쑤. 중간 중간 코디, 혹은 앵커가 직접 매무새를 다시 가다듬는다.
7. 시청자와 함께 리포트 시청
여유가 있을 때는 시청자와 함께 리포트 화면을 시청한다. 오늘의 이슈일 때는 더욱 귀를 기울이면서. 화면을 보며 혀를 끌끌 차거나 웃거나, 파트너 앵커와 한 마디 씩 주고 받으며 보기도 한다.
2008 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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