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방송이야기/아나운서 비밀노트

아나운서를 당황시키는 시청자 모니터



 내가 들은 시청자들의 지적

1. 써클렌즈 끼지마라
   내 눈이 너무 청초했나? 9시 뉴스 직후 보도국으로 여러번 전화가 왔었다.
   "방금 뉴스한 아나운서~ 볼 때마다 써클렌즈를 끼던데 티납니다~~~~"


2. 울고 방송하지마라
    진짜 뉴스 중 울었다는 거 아니니 놀라지 말라. ㅎ

   "고은령 아나운서 있죠, 왜 만날 울고 방송합니꺼~ 오늘도 '저 여자 또 운다' 그랬다 아입니꺼~"
 
    이 분, 방송 볼 때마다 눈이 충혈되어 있어 내가 울고 난 직후 뉴스하는 줄 아셨던 거다. 당시 오전에 출근해 밤까지 근무하다보니 마지막 스케줄인 9시뉴스 때는 눈이 항상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난 눈 피로감이 쉽게 온다-;;;) 속눈썹 붙이고 풀메이크업인 채로 하루종일 있다보니 더욱 쉽게 충혈됐던 것 같다.
    이 때는 HD뉴스하기도 전인데, 고화질 HDTV를 갖고 계셨나보다~~;;;
 
충혈된 나의 눈.... 잘 안 보이네 ;;;
다시 확대하면~  ↓
                                             안 좋은 사진 화질 속에서도 드러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나의 눈


3. 입 빨리 다물지마라

    뉴스를 보면 앵커가 리포트 리드멘트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000기자가 보도합니다.'
    이 때 '-다'가 매우 중요하다. 톤도 발성도 입모양도.

    어느 날은 '-다' 가 끝나는 동시에 너무 빨리 앙 다문다고 전화가 왔다.
    깍쟁이 같고 딱딱하다고.

4. 입 빨리 다물어라

    세세한 모니터에 놀랐으나 그래서 조금 여유 있게 다물었다.
    그랬더니 한 일주일 뒤에 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색기가 흐른다고. 혹은 바보 같다고.
    혈압 팍- 오르는 기분였으나 어쩌겠누~~~ 한 번은 빨리 다물고 한 번은 여유 있게 다물고 하며 일관성을 없애 버렸더니 조용하더군.


         
  

                    입 재빨리 다물기                                  v.                        천천히 다물기
    


5. 앞머리 내려라  /  올림 머리 해라 ....

   나는 때로는 이마를 가렸고 때로는 시원하게 넘겼다.
   여기에도 '논란(?)'은 있었고 취향(?)에 차이가 있었다.

    어떤 분은  "고은령 씨, 답답하게 이마 가리지 말아요." "이마가 이쁘시니까 넘기세요"
    어떤 분은  "여성스럽게 앞머리를 좀 내리지 그래요." "머리 올리니까 차가워 보여요~"

   오 마이 갓.
   이렇게 앵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다양한 취향도 놀랍지만, 일일이 전화걸어 얘기하시는 적극성도 놀랍다.

                    

                        올백(?) 머리 했다가~~~                                            앞머리 내림머리 했다가~~~





감사한 지적
1. 표정 딱딱하다
2. 목소리에 힘이 약하다

  무섭도록 예리한 관찰력으로 꼭 필요한 모니터를 해주시는 시청자도 있으시다. 슬프거나 화가 난 날은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고, 무미건조하게 진행한다. 피곤할 땐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그런데 일반 교양/오락 프로도 아닌 뉴스진행을 보고 그걸 잡아내 전화하신 분이 계셨다-
  뜨끔~. 그런 날은 더 마음을 다잡고, 방송에 대한 책임감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남자MC 멘트 중 무뚝뚝                                  남자MC 멘트 중 활~짝!







기타 전화로 들어오는 아나운서 컴플레인

1. 그 앵커 뉴스하지 말라고 하라
   그냥 보시지 않길 권유드린다.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나이 많다고, 혹은 못생겨서 싫다고 앵커를 바꾸라거나 그 아나운서 자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건 좀....

2. 00시 라디오 뉴스 만들라
    편성에 관여하시는 분들이다. 몇 시에 지역뉴스를 만들라, 뉴스 시간을 늘이라거나, 남녀 더블 캐스터로 바꾸라.. 등등 그 적극적 조언은 내용도 다양하다. 또한 이런 분들은 한 번의 전화로 끝나지 않으시는 공통점이 있다.

3. 살 좀 빼라
    간혹 이미지 관리에 매니저 역할을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000 남자 분, 살 찌셨던데 앵커시면 더 빼야..." 이렇게 전화를 친히 주시어서 말이다.

4. 안경테 바꾸라
     "그 안경테 차가워 보여요" "코 밑으로 자꾸 내려가던데"

5. 남자 화장 너무 하얗다
    "남자가 왜 화장을 합니까?"  "그 남자 앵커, 너무 얼굴만 하얗게 동동 떠요~~~"



 - Made in Koa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