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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방송가 뒷담화

기자들의 고생담 :순직한 KNN 기자를 추모하며...




부산 KNN 기자가 순직하셨다.

(관련기사 링크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8/11/0200000000AKR20100811053200051.HTML?did=1179m)
 

(기사 전문)
태풍 취재중 순직 KNN 손명환 기자




  부산경남 민영방송 KNN 손명환 기자(45.영상제작팀)가 11일 오전 순직했다.

   손 기자는 지난 10일 오전 6시께 부산 민락어촌계 방파제에서 태풍 '뎬무'를 취재하던 중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고 부산 한서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고인은 1996년 KNN의 전신 PSB에 카메라맨으로 입사해 지난 2001년 카메라 기자에 특별채용 됐다.

   생전에 산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고향의 지리산을 좋아했고, 높은 산과 깊은 골 등 산악현장을 취재할 때는 가이드를 능가하는 전문지식과 노련함으로 빼어난 영상미를 담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

   사고 전날에는 부산의 바다를 더 알고 싶다며 아열대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다대포 앞 형제섬 취재를 자원하기도 했다.

   사고 당일에도 숙직 근무 중 태풍 뎬무가 몰려오는 현장을 좀 더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민락동 방파제 현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생전에 고인이 보여준 너그러운 품성과 성실함, 영상기자로서의 능력으로 3차례 모범사원상을 수상했고, 대외적으로도 제32회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과 KNN 창사 10주년 특별기획 어부사시사로 65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하는 등 남다른 기록을 남겼다.

   유가족으로는 부인과 2녀1남이 있다. 장례는 부산의료원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ljm703@yna.co.kr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자들은 태풍이 올 때... 폭우, 한파, 화재 현장... 등등 재난방송을 할 때 고생이 참으로 많다.
'눈사람'으로 유명해진 KBS의 박대기 기자를 보며 기자 정신이 저런 거다, 멋있다, 웃기다... 말도 많았고 지금도 기억되는 자랑스러운 1인이지만, 기자 선배들은 콧방귀 낄 일이다. 그만큼 말도 못할 더한 고생을 겪는다는 얘기.




1. 집중 폭우 등 재난방송 때

 폭우 시, 기자들은 기상특보를 위해 중계차를 탄다. 근무 체계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취재의 연결, 지속성 때문에 한 번 맡은 기자가 계속 (죽도록) 중계차 타고 대기하며 시시각각 상황에 맞게 대처할 때도 많다. 그 동안 방송국 안인 보도국 데스크에서는 현장에서 취재 리포트를 넘겨받고, 앵커멘트를 작성하고 기상청, 타 방송국 등과의 공조로 대기하며 시시각각 특보 원고를 바꿔가며 준비한다.
 
 작년 여름에 부산에서는 유난히 국지성 폭우가 심했다. 한 번은 기상청에서도 예상치 못한 집중 폭우로 출근 시간 몇 시간 동안에 무릎 높이 넘게 물이 차올랐고 넓은 해운대구 일대가 잠겨버려 오후까지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취재 인력이 시간 안에 출근하지 못해 전날 밤새운 당직 기자들도 고생해야 했고 적은 인력으로 신속하게 취재, 특보 방송을 편성해야 하므로 말 그대로 난리 아수라장이었다. (지역총국은 대개 기자 수가 부족해 비상 시엔 인력난에 시달린다.)

아침 9시 반에 뉴스를 맡은 선배 아나운서도 교통대란 때문에 갇혀, 급하게 내가 투입돼 뉴스를 진행했다는...


아무튼,
이 때 우리 기자님들-, 정신 없이 일하다 면도도 못하고 카메라 앞에 서야 했고, 오가다 마주칠 때면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바라보셨다. '너희 아나운서는 편-하고 좋겠다' 푸념하시기도...
업무의 특성이 다르고 우리도 특보나 특집방송 때 밖에 나가 고생할 때가 많긴 하지만 우리보다 육체적 고통이 큰 것은 분명히 사실은 사실이다


2. 김길태 사건 때  해프닝

전국적인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 사건 때문에 부산 보도국은 초죽음이었다. 오래도록 안 잡히는 바람에 부산시 뿐 아니라 방송국도 맘고생 몸고생~.
보도는 해야 겠고 내용은 매일 비슷비슷하고.... 몸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던 기자님들.
후배 기자들은 '죽겠어요 선배-'하고 면도 안 한 까칠한 몰골로 웅얼웅얼 하더라고...


결국 보도국 뿐 아니라 일반 편성제작국(뉴스 이외 보통의 교양/오락 프로 쪽...)에서도 나섰다. 김길태 관련 특집방송 령(?)이 떨어진 것.
당연히 아나운서인 내게도 비상명령이 떨어졌지. 17시부터 밤까지 방송인데 13시 경에 연락이 와서 준비하시란다- 헉. 김길태가 사는 동네로 나가 중계차를 탈 거라나~ 원고도 없단다-;;;


김길태와 맞닥뜨릴 상황까지 상상하며(;;;) 긴장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멘트를 옹알거려 본다. 민감하고 심각한 사안인 만큼 단어 선택 하나 잘못해도 혼~이 날터.

한참 분장하고 있는데 3시 쯤이었나?
편제국 피디 선배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 : ??? ..... 왜 그러세요 선배님??
피디선배 : 야! 잡혔어 잡혔어!
나 : 그, 그럼 우린 이제 모하나요-.....
피디선배 : 아 몰라몰라 일단 보류! 아니 철수!... 아니.. 있어봐!!


결국 분장 거의 다 마치고 긴장으로 마지막 분위기까지 잡고 있을 무렵,
잡혀버렸고(?), 방송은 취-소-!


 

기쁜 소식이지만 특집방송이 물거품된 본사와 부산총국의 편제국, 그리고 검거 소식을 재빨리 내보내야 하는 보도국은 또다시 아수라장이다.
한 쪽은 철수하고 한 쪽은 빨리 좋은 자리 잡고 특보 내보내야 하니까.

각 방송사 보도국 차량들은 1등으로 검거 소식을 내보내겠다며 현장으로 급히 모여들었고, 자리 다툼이 일어났다. 한 켠에서는 김길태를 잡자며 특방을 준비하던 KBS편제국 본사 차량, 부산차량, 원조 나온 대전총국 중계차 등등이 현장에서 힘겹게 빠져나온다- ;;;;

이 상황에서 모 민영 부산방송국 중계차는 웃지 못할 실수를...
검거장소가 어딘지 찾다가 KBS 중계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 저기다!' 하고 따라갔던 것.
그러나 그 차량은 원조나온 대전총국 중계차가 철수해 대전으로 가던 거였다.
뭣도 모르고 따라가 고속도로까지 탔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이 곳은 한-참 후에야 검거 소식을 전할 수 있었고
KBS는 빠릿한 동기기자의 눈치싸움으로 좋은 자리 잡고 1등으로 검거 소식을 방송했단다...

검거되고 나서도 끝난 게 아니었던 기자 선후배님들. 검거와 관련해 당시 상황과 앞으로의 추이를 계속해서 특집으로 내보내야 했다. 그 적은 인력으로.









기자들의 고생, 뭐 이 뿐이겠는가. 기자 본인들의 입으로라면 흥분해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셨을 것이다.

태풍 소식만 들려도 긴장하고 한숨 쉬는 곳이 부산 방송국들이다. 부산은 유난히 태풍의 영향이 크고, 전국적으로 기상상황을 리포트하는데 까딱 잘못해 사고나 실수라도 일으키면 보도국 전체에 태풍이 이니까.

그 긴장과 고생 가운데 기자 스스로도 잊는 것이 있다. 급박한 상황의 취재는 방송 이전에 자신의 안전도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온갖 고생을 마다 않고 비상 시에 카메라와 함께 뛰어드는 취재기자, 촬영기자, 오디오맨.. 모두에게 존경을 표한다.

 
  - Made in Koana -
 

ps.


            PIFF 특집방송 중계차 안, 기술감독님과 피디님

웃고 있지만 입 속에선 이가 덜덜 떨리고 있음. 겨울날씨에 야외 특집 뉴스.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비 맞으며 활기차게 모금 홍보 중.

축제 분위기여야 할 피프특집 방송 현장, 한적하고 조용하며 우리 촬영진들로만 북적대다-;;

비가 줄기차게 내릴 줄 알고 대기했던 기상특보 성 중계차.
비는 안 오고 내 얼굴만 물에 불은 듯 팅팅 붇다.


이 곳은 자갈치 시장.
그 많은 사람들을 카메라 앞에서 비켜나게 방송 내내 제지.
유난히 조용한 듯 보이는 자갈치 특집.


아직 봄인데 너무 더웠던 야외 촬영날.
목부터 발목까지 속사포로 땀이 흘러내리던 '땀 샤워' 방송.
나가기 싫어 방송 직전까지 차에서 버티기~!

"합주기가 됩시다 합!!!"을 수 백 번 외쳐대고 목이 쉬고야 말았던,
오지게~~도(;;) 말 안 듣던 초등학생들과의 방송


수많은 사람들... 아니 아이들,,, 그 함성 (괴성) 속에 말 한 마디 내뱉기도 힘들던 목 아픈 방송


2009년 여름 피서기간의 절정.
모두가 벗고 돌아다니던 해운대 바닷가 '제2 샤워장' 바로 옆에서
폐휴대폰을 모금했던 '멋적음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