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공연이야기/리뷰

연극 '토너먼트' - 내일의 리그를 위해 오늘도 호이짜!




제목이 토너먼트....
'이게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였다면 ... ' 보는 내내 이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


택기가 웃으며 넘긴 말이 가장 아려.
 "우리 같은 사람이야 태어난 것(사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요 뭐~ 허허"


참 아프다-, 씁쓸한- 오늘에도 서민들에게 살아 있는 말이니까. 그래서 더 아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이 멘트가 오물거려지는, 토너먼트에서 떨어져 냉패개쳐지는 서러운 삶이 펼쳐진다-.



--------------

난 이 극단(극단 죽도록 달린ㄴㄴㄴ다)을 사실 잘 몰랐어. 그냥 잘나가는 연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
그저 엘지아트센터에서 하는, 올해 주목되는 작품이라고만 알고 갔어.
'올해 LG의 연극패키지에 오른 작품이니까 센세이셔널한 뭔가 있겠지. 포스트모던한 연출? 신선한 무대 장치?'
그런 스펙터클한 것들을 좀 기대했더랬지.

근데 왠걸. 사각 무대 속에서 따로 살고 있는 배우, 사실적 무대와 마주했네?
우려됐어. '아~ 지루하겠네.'


이야기로 들어가보니,
86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환경정화운동을 펼치는 단속반들이 나오고 그에 속절 없이 당하고 나락으로만 떨어지는 약한 한 가족이 눈물을 짜내더군.
86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일류시민이 되라고 외치는 단속반 아자씨들. 그래서 일류 시민이 아닌, 포장마자촌 아자씨 아줌씨들은 다 몰아내버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일류시민이 되라' 외치는 80년대 단속반의 외침이 왜 오늘의 나도 그리 쓰던지.
하던 일 멈추고 아침 저녁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 의식을 경건히 가슴에 손 올려 치렀던 국민들, 그렇게 국민들을 애국의 이름으로 희생시킨 - 오늘도, 바로 오늘도 당당히 희생시키고 있는 - 국가가 국민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그리도 충성 맹세를 했는지~.



----------
극의 소재가 펜싱이잖아?
왜 하필 펜싱일까.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구- 극과 안 어울린다 생각했거든.
'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담백한 채소 연극'이라는 지향 이미지와는 좀 안 맞다 싶잖아.

그치만 보면서 연출,작가 생각이 조금은 점쳐지더라.

미제에 껌벅 죽는 촌스러운 그들에게 세련된 서구 게임 펜싱은-    희망, 내지 욕망이고,,
잔인한, 한 번의 경기로 내치는 '토너먼트' 형식 그 자체와 똑닮은 우리 인생을 빗대어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나 생각해.

여럿이 함께 싸우는 야구보단 홀로 챙챙~ 칼싸움 하는 게 더 맞춤이고,
한 번 져도 새로운 기회가 있는 리그전보다 재방송 없이 한 번으로 끝나는 펜싱 토너먼트가 딱 우리 인생이잖아.



------
프로그램 북을 읽어보니.. 흠. 연출의 의도는 '채소내음'나는 진솔한 가족이야기였고,
그들이 설명하는 자신들의 극단 특유의 색깔도 묻어났어.
'죽도록 달리며' 새로움을 시도하는 젊음. 열정.


그치만 연출 의도와 내가 다른 점.
연출은 글에서, "희망을 안고 가라, '아름다운 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랬지만
난 쓰기만 하던걸. 나오면서 짜증났다구.


옆,앞, 뒤에서 훌쩍이는 다른 관객들의 음향효과도,
택기와 택진이가 욕하면서 울면서 입에 털어넣는 '두꺼비'도,
판타지 속에서야 일어나 양복쟁이 놈들과 대적하던 택진이도,
짜증났어.


일류시민이 되라며 국가 통합의 이름으로 민중들 삶의 자유와 권리를 가차 없이 쓸어가버리는 사회의 폭력은 그대로인걸.


80년대 그 때도 그렇게 아팠고
오늘, 우리의 자유와 삶의 가치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조종당하고 있으니까.

희망?

80년대에 석촌의 주민들이 내쫓겨야 했듯
오늘의 용산 주민들도 아픔을 겪어야 했고,

그 시절에 으리으리한 경기장,공원이 서민들의 희생을 뒤로 하고 박수를 받아냈다면
오늘은 힘 잃은 언론 위에 국민들의 광화문 광장도 세종대왕 동상으로 대치해서는 아이리스 드라마로 박수를 강권하고 있잖아.


난, 희망을 보기보단
반복되는 역사의 모습에서 반성과 오기를 배웠어.
현재를 곱씹고 반성케 해줬어.
택기네 가족이 환상 속에서 하얀 눈을 맞이하며 낭만 치레를 떨었다면-
아랫입술 깨물어 뜨거운 땀을 흘려야 할 다짐을 배웠어.



--------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이라면.....

니네들 이 작품을 볼 때 말이야,
추억과 감상에 젖어, 뜬 구름 같은 '판타지 희망'을 쑤셔넣기보단,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살아가는, 즉 있지 않았었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있었던, 쓴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잊혀진 것들을 자각하게 되는 쓴 공부의 시간으로 삼으면
그게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싶어.






고아나가 드리는 '토너먼트' TIP

연출가 서재형

연극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실종사건><청춘, 18대 1 등>
댄스뮤지컬 <15분 23초> 등

2005. 동아일보 선정 '차세대 연출가'
2008. 두산 연강재단이 후원하는 '젊은 아티스트'
2009.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 대학로공연예술센터 예술감독.

작가 한아름
연극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실종사건><청춘, 18대 1 >
뮤지컬 <영웅>

2008. 두산 연강재단이 후원하는 '젊은 아티스트'



<극단 죽도록 달린ㄴㄴㄴ다>
2007년 창단.
이름처럼 그대로 멈춰 있지 않고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예술가의 질부 본능을 보토로 하는 젊은 극단.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시공간의 확장을 중요시 하는 이미지연극 시리즈(활동이미지, 편집이미지, 연속이미지)로 다양한 극 형식을 실험해 옴.
젊은 창작자들의 의지와 투혼이 결합되어, 창작극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더욱 빛을 발하여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음.


<토너먼트 속 그 시절, 그 풍경, 그 사람들...>
* 서울 변두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어가는 송파구를 그려냄
* 막걸리 한 잔과 참새구이로 서민살이의 애환을 달래던 석촌 호숫가 포장마차 촌.
 - 취객들로 인한 익사사고, 자살 등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이 곳은 서민들의 고단한 하루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개발 바람과 국제대회 개최와 함께 변한다.  정부는 '지저분한' 서울 거리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서 포장마차초을 쓸어버린다. 노점상들도 '보행권'을 이유로 단속한다. 날마다 전단지를 뿌리고 확성기로 구호를 외쳐대며 상인들과 손님들을 쫓아보냈고, 그 강제 철거 통에 폭력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 86아시안게임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선진국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나.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서민들의 서러운 역사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고아나 On St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