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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이야기/공 공연(公演)한 뒷담

강요받는 사회공헌, 전시적인 사회공헌

우울하다... 우울해.

속상해...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요며칠 말버릇처럼 되뇌인다. 

표면으론, 그냥 최근에 일 하나 그르친 거 때문에 속상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복합적인 거 같다.



하나를 성취해서 기쁠 성 싶으면 두세 개의 더 큰 문제가 닥쳐온다.

일을 함에 있어 항상 만나는 장벽들,, 상관없다.

실패가 두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올 한 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해가 어찌 될 지 모른다는 압박이

사람을 패시브하고 예민하게 만들어가는 듯하다.

 




1.

배리어프리공연과 관련해 매체의 관심을 받아 인터뷰를 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몸둘바 모르겠고... 기쁘다. 


하지만 만의 한둘은 옥에티도 있는 법.

아주 가끔은 속상할 때도 있다.


전에 한번은, 인터뷰를 요청하신 작가께서 인터뷰 질문 대본을 직접 작성하도록 한 적이 있다. .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당사자가 원하는 인터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라는 담당 작가의 말에 수긍하고,,  대본을 직접 준비해 갔다.

물론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MC재량에 따라 준비된 대본과는 상관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뭐,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새롭게 다른 답변을 유도하셨고, 유도하시는 대로 다시 답변하다 보니

나는 점점 위선을 떠는 수준으로, 나와 스튜디오뮤지컬을 포장하고 있었다. 

내 관객과 청취자에 죄를 진 기분이다. 인터뷰 후... 계속 찜찜했다..




2.

한 공연관련 행사에서 아나운서이자 스튜디오뮤지컬 대표로서 사회를 봤다.

한 마디로.. 망쳤다.

KBS이전 경력을 빼고서도 10년 방송경력이 무색할 만큼 못 본 사회였다.

객석 인원도 100명 될까 말까 한 소규모 기념식 행사로, 별달리 내 역할도 크지 않았는데,, 왠일인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긴장했고,, 마이크를 잡은 손은 떨렸으며 목멘 소리가 나왔다.


아, 창피..

행사 이후 곰곰이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행사 직전, 내 사회자 용 대본 큐카드에  빨갛게 칠하며 '은/는/이/가' 까지 첨삭해주시며 이대로 하라던,, 너무 친절한(?) 담당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에서 '양해'라는 말 했으니까 뒷 문장에서 또 양해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라는 식의, 처음 겪어보는 멘트 노하우의 지도편달도 웃고 넘겼다. 내가 정말 못미더운가보다 했을 뿐.


혈압이 오르고 손이 떨리기 시작한 건, 다른 추가 주문사항을 듣고나서였다. 

스튜디오뮤지컬에 대한 소갯말을 추가하되 이렇게이렇게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그게 영 찜찜했다.

그 행사에 스튜디오뮤지컬이 사회공헌적인 일로써 동참한다... 는 내용으로 소개해야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

"꼭" 그렇게 말해야 한다는 주최측의 찌릿한 눈빛을 받으며 할 말을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뭐 하는 사람인가...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싶더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이후, 사회를 어떻게 봤는지,,, 멘트를 뭐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허둥지둥, 이런 둥 저런 둥 하고 끝냈다.






두 번의 경험 모두, 담당 작가나 행사 진행담당자 분이 뭔가 잘못하셨다는 건 결코 아니다.

나의 일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는 거다.



비영리법인과 재단을 운영하는 몇몇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좋은 일 하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무얼 하는지 모르고 일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고. 처음의 기쁨과 보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비영리법인체를 운영하는 것은 일반 영리사업체보다 훨씬 어렵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점점 보여주기 식으로 변질되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사회공헌이라는 이름표를 억지로 다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많은 선배 기업가들이 지금도 조언해주신다. 초심을 잃지 말라고.



비영리 법인 형태는 아니지만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고자 하는 우리 스튜디오뮤지컬.

자리 잡고 안정된 활동을 하기도 전에 포장하고 위선 떠는 데에 익숙해지는 건 아닌지,

나의 초심을, 묻고 또 묻게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사진. 배리어프리 공연 때 함께 했던,,, 성수 씨 수진 씨...  공연 연습 중인 모습.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