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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아나이야기/高作 落書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

나는 비즈니스를 할 때 '나'를 버린다. 거기서 자존심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혹, 실수를 하면 적어도 나중에라도 기회가 보일 때 사과한다.

일을 할 때 우선은 '상식'과 '예의'이다.
친밀감과 정에 호소하는 마음은 차후의 문제이고, (친밀감에 호소하며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사람, 밉다.)
개인적인 반감도 잠시 접는다. 



'상식적인 행동'이 내가 비즈니스적인 선택을 할 때 첫번째 기준이다.
역시 혹, 실수를 하게 되면 나중에라도 정정하거나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사회생활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가진 능력의 차이가 아님을
방송계에서도, 공연계에서도, 기타 사회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결국은 '인덕'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린다.



방송할 때 부족했던 나의 인덕... 그 몇가지 나의 부끄러운 장면도 떠오르고, 몇몇 떠오르는 다른 얼굴들도 있다.

공연계에서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렇다.


방송할 때의 내 부족한 인덕을 돌아보며,

공연계에 들어올 때는 나도 모르게 아래와 같은 내 행동의 다짐과 규칙을 갖게 되었다.


'참자'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말하는 사람 말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

'남들 말로 일할 때 나는 한 번 더 돌아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방송하면서 치기에... 어려서 몰랐던... 그런 실수 다시는 저지르지 말아야지 하는 일종의 '성숙'이었다.



공연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프로와 아마추어, 그 사이를 가늠해 보게 되곤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

그 기준들.




1. 시간약속!! 지각은 절대 결격 사유.
    페이를 얼마 받든, 봉사이든 무엇이든 일단 하기로 한 일이라면,  지각하면 안 된다.

    '지각'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인간 됨됨이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봉사 수준으로 하니까 늦을 수 있다는 식의 태도라면, 그치는 다시 안 봐도 된다.
    (공연시간은 잘 지키면서 회의는 맨날 늦는 스태프, 얄밉다.

    공연 당일 늦는 스태프, 이 바닥을 뜨겠다는 거지? )

    특히 배우나 스태프가 아프다고 펑크내고 당일 불참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아나운서일 때 감기 걸리면 근무태만이라고 혼났다. 그게 ‘프로’라는 것이다.



2. 감정 관리!  다수 앞에서 내 주장을 펼치는 것이 열정의 표시는 아니다.
    부정적인 말이라면, 그 말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인지를 다시 살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고 더욱 조심히 말해야 한다. 
    칭찬은 소문내면서 하고, 비판은 숨어서 하라 했다.



3. 남탓? 내탓!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남 탓.

    참, 어딜 가나 발견하게 되는 재밌는 현상이 있다.

    잘 되면 내탓, 안 되면 니탓 하는 사람들이 꼭 보인다는 것.


    공연 때 표가 잘 팔리니까, ‘거봐 내가 그랬죠?' '내 말 대로 해서 그런 거야~’ 라 말하고
    뭐가 안 풀리면 ‘왜 이렇게 하셨어요?? (자기가 해놓고…)’ 라 말하는 사람, 공연하면서 매번 본다.

   

    남들 그러니까 나도 그래야지, 나한테 책임전가되면 안 되지, 이런 마음으로 남탓 하는 말 입에 달고 살지 말자.

    (의외로 자기는 자기가 그런 줄 모른다.) 


 

4. 말로 일하는 사람?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
    말로는, ‘같이 해보자.’ ‘이건 무조건 된다!’ ‘내가 다 해주겠다’ 해놓고,
    정작 일이 본격화 되면 문서 하나 작성할 줄 모르는 게으른 사람. 


    습관처럼 약속기일 늦는 사람.


    말로 일하고 진짜 일은 남에게 미루는 사람. 그리고 일이 성사되면 '내가 했노라' 하는 사람.


    잘된 사람 비꼬고, 약점 비판하기에 여념 없는 사람.

    (이런 사람의 99%는 자기가 이룬 일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잘 되는 사람은 자기 일이 바빠 이런 말할 시간도 없다.)








최근 공연 하나를 했다.

배우가 공연당일인 어제 제작진에게 직접 사과 없이 컴퍼니 매니저를 통해 불참을 통보했고,

스태프도 펑크가 났다.

조명담당 분은 단순하디 단순한 총 10건 정도의 오퍼 디렉션에 대해 '복잡하다며' 5번 이상 싫은 소리를 했고,

음향담당 분은 지각하셔서 최종 리허설이 한 시간 가량 늦어졌다.

우리 쪽 스태프 수를 놓고 다 어디 갔냐며 핀잔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 힘든 건, 그 가운데 자신의 업무에 대한 최선보다 남탓하는 투덜거림이 먼저였다는 것이며

자신의 잘못은 당연한 것이고, 그저 서로 다른 측 오점 비판하기에만 바쁜 모습...



나는 어제 내내 사과를 했다. 이쪽 저쪽에... 모두에게.

미리 다 더블체크하고 연락하고 일찍 오도록 얘기했으며, 사전 음악편집도 직접 참관 진행하였고,

스태프 펑크에 대해 최대한 빨리 대체인력을 투입했으며,

최대한 '상식적'으로 행동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도, 이전 공연도 나는 늘 사과하기 바쁘다.


누구를 대신해, 혹은 그냥,, 내가 사과해야 한다.


누군가는 내게 말하길, 그냥 모른 척하라고, 혹은 싸우더라도 할 말은 하라고 한다.

하지만, 예전에 싸워본 경험상 ^^;; 그게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일 이전에 사람이고, 비판은 미울 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잊을 만 할 때 하는 게 낫다.

지나간 일을 놓고 '그랬어야지!' 하고 비판해 봤자 달라질 수 있는 건 없다.

다음에 다시 일할 때 사전에 '그렇게 해달라'고 더블체크하는 게 현명하다.


물론 더 현명한 건, 

한 번 일해보고 아마추어로 판명난 사람과는 다시 일 안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