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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아나운서 비밀노트

새벽방송, 피디가 리포터 대신 모자쓰고 투입!


                                                         <야외 생방송 준비 중>
                                
내가 입사하기 한참 전,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도 KBS 2TV에는 '생방송 오늘'이라는 프로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세상의 아침'이었던.
이름만 바뀔 뿐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미취학 아동일 시절부터 있던 필수 아침프로랄까.

이 프로는 알다시피 전국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된다. 전국의 리포터나 아나운서를 연결해 간단한 멘트를 듣고 그 지역의 VCR물을 7,8분 가량 보게 된다.

이 프로 덕분에 피디들은 돌아가며 새벽공기 쐬는 당번을 맞는다.

너무나 똑똑하시고 마음도 착하신, 꼼꼼한 피디 선배가 있다.
다.만.
그분은 머리가 젊은 나이에도 좀, 아니 많-이 없으셔서 늘 모자를 쓰셨다.
그분은 아는 게 많아 말할 때도 마음이 앞서셔서 늘 더듬거리셨다.

그분의 아침방송 당번날.
마침(?) 야외에다 스튜디오를 차려놨다.
리포터는 분장 후 방송 전에 따로 도착하기로 돼 있는 터, 근데 안 온다 얘가.
아뿔싸. 서울에서 아나운서가,
"부산 나와주세요~" 한다.

그 피디께서 들어갔다.
모자 쓴 채로.
그 피디께서 원고를 읽었다.
심하게 더듬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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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 님은 개인적으로도 전국적 망신,
                업무적으로도 대형 사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웃으면서도 눈가에 안쓰러운 주름이 지어진다, 휴~~~.



이렇듯, 방송엔 언제나 예상치 못할 '사고 바이러스'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래서 방송쟁이들에겐 직업병이 있다.

불치병 1호, 사람 못 믿고 기계 못 믿는 '불신병'
불치병 2호, 밥도 빨리- 술도 빨리- 말도 빨리- '조급병'
불치병 3호, 자다가도 알람시계 배터리 확인, 휴대폰 진동/소리 확인하는 '몽유병'
불치병 4호, 비상 시엔 비상하게 잘 돌아가는 머리와 입, '신들림병'
불치병 5호, 여차 해 사고나면 무조건 남 탓 하는 '생존형 비겁병'

                                            <사진출처: 뉴스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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