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나 방송 실수 시리즈

기억나는 몇 가지 나열해볼게.

  1. 얄미운 우리 아가.

 

  2005년 4월. 부산 발령을 받고 이틀 째던가. 정말 뭣 모르는 신입!

  난, 정말 용감했어~

  2라디오 오후 1시뉴스를 하러 들어갔는데 휴대폰을 갖고 들어간 거야.

 것두 진동으로 바꾸지도 않은 채,  것두 뉴스원고 바로 위, 그러니까 마이크 바로 밑이라고 해야 하나... -.-;;

 

 그런 채로 들어가놓구선 예독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당당했어.

 

 드디어 정각.

 '(시보) 어쩌구어쩌구.... 1시를 알려드립니다. 뚜.뚜.뚜.뚜-------!'

 

 바로 온에어가 들어오고 내가,

 

 '삼성전자 제공, KBS 제 2라디오 1시 뉴습니다.'

..........

 라고 멘트를 하려던 찰나!

 

 다른 목소리가 먼저 내 말을 낚아챘어.

 

 '한 시!' 하고.

 

 그거 알지? 애X콜 기기엔 아기 목소리 정각 알림음이 있잖니. 그게 울렸던 거야.

 내 마이크 바로 밑에서.

 

 그러니... 정리하면...

 뉴스는 이렇게 된 거지 모.

 ".... 1시를 알려드립니다. 뚜.뚜.뚜.뚜----!   한 시!   삼성전자 제공, KBS제 2라디오 오후 1시뉴습니다....."

 

 

 

2. kbs9시 부, 부산... 뉴습니다

 

신입 아나 고아나.

뉴스를 하며 말을 버벅하는 건 예사였어. 뜻하지 않게 더듬게 되거나 오독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 

잊을 만~ 하면, 한 번 씩 오독해주는 고 앵커! -.-;;;;

 

특히 TV뉴스 시, 자료화면 나가는 사이 내 목소리만 나가는 게 아니라, 리드 멘트로 내 모습이 함께 나갈 때라든지- 첫 인사나 마지막 인사 때 더듬으면 참 부끄러워. 도드라지잖아~

 

 한 번은 그랬더랬어.

 부산 발령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나?

 순간 늘 하던 멘트가 생각나지 않아, 내가 지금 있는 데가 어딘지 한참 생각하고

 

 'KBS 9시.....부... 부산 뉴습니다.'

 

 이랬어.

 

 바- 보-!!!

 

 

3. 어색한 꾸벅 인사

 

  동기인 모 아나도 같은 경험이 있어서 녹화된 화면 보며 함께 깔깔 웃은 적이 있는데,

 

  요지인즉슨~뉴스 끝내구 클로징을 안 한 거야.

 

 

 '뉴스를 마칩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이 동기 아나운서는 클로징멘트는커녕 꾸벅 인사도 하지 않고는 혼자 정리하다가 멀뚱 허니 자기가 온에어 화면에 나가고 있는 걸 뒤늦게 눈치채고, 어색하게 인사했다는.... 웃지못할 실수.ㅋ

 

 내 경우는, '뉴스를 마칩니다.' 까진 똑부러지게 했으나 꾸벅~ 인사를 해야 하는 지를 몰랐어.

그래서 열심히 미소를 띠고 내 모습이 사라지길 기다리며 한참을 카메라 정면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주조에서 피디님은 쟤가 왜 인사를 왜 안 하나... 하고 몇 초 기다리다가,

'고개 숙여!!' 하고 버럭 소리 지르셨어.

 

 그제야 난 억지 미소를 띤채 배꼽 인사를..... ^^;;;

 

 참... 실수 투성이지?

 

 

 

4. 가장 중요한 말 'K.B.S.'

 

   라디오 뉴스도 1라디오냐 2라디오냐에 따라 클로징 방식이 다르다? 몰랐지.

  1라디오는 뉴스및 시사 중점 채널인 만큼 클로징도 정해진 핵심 멘트는 꼭 넣어 잘해야돼.

  간단한 날씨로 마무리하고 본인 이름을 얘기한 뒤, 현재 시각을 알리고, 맨 끝엔 'K.B.S.'로 마무리를 하는 것.

  예를 들면,

 

부산지역 현재 기온은 15도, 습도는 37% 입니다.

  고은령이었습니다.

  지금 시각은 3시 10분입니다. K.B.S.

  근데 처음엔 그걸 몰랐어. 나만 몰랐나? 그 멘트를 꼭 해야 한다는 얘기를 못들었던 나는 시간도 없고 해서 '고은령이었습니다.' 까지만 했거든?

 그랬더니 엔지니어 선배님이 한 마디 하시더라구.

 

 왜 K.B.S. 안 하니? 중요한 거야~ 하구.

 

 그 때 한 번 절실히 느꼈지.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지 모르는 작은 멘트 하나 하나가 다 중요한 것이구나. 밖에 계신 엔지니어 선배님과 호흡, 서로의 규칙, 이런 것을 잘 지키는 것이 기본이자 핵심이구나..

 

그 후로? 칼이야 칼. 얼마나 잘하는데. ㅋㅋ

그 엔지니어 선배님이 이젠 그러시더라구. 칼이라구.

 시간 딱딱 잘 맞추고 라디오 뉴스 잘 한다구~~홍홍.

 

 

5. 오전 7시 - 지금 시각은 3시 10분입니다.

 

   보통 라디오 뉴스는 지역의 경우, 새롭게 개편되기 전까지는 항상 같은 시간에 라디오 뉴스를 해. 서울에서도 보통 일정 기간 그렇게 하구. 할당된 자기 것만 하는 거지. 매일 혹은 매주 바뀌는 게 아니라 3시면 3시, 4시면 4시, 이렇게 자기 것만 쭉- 하는 거지.

 

 이 당시 평일 내 담당 라디오 뉴스는 오후 3시!

 

 그러나 우리 아나운서들에겐 주말 당직이라는 게 있단다. 절대 피해갈 수 없어용~.

 주말엔 혼자 출근하기 때문에 자기 담당 따로 없이 각 시각 뉴스를 다 해야 해. 혼자 모~~두.

 

 그래서 생긴 실수가 또 있단다.

 토요일 아침에 했던 1라디오 뉴스.

 

  이 날따라 어찌나 리딩이 잘 되던지. 완벽하게 소화해서 낭독하고 이~뿌게 끝멘트를 했어.

 

 '... 고은령이었습니다. 지금 시각은 3시 10분입니다. KBS.'

!!!

ㅋ 오전 7시 15분에, 3시 10분이라니.............. +.+;;

 

 

 

6. 헐레벌떡 뉴스

 

이 날은 사고 친 후, 엉엉 울었더랬어. 한.. 한 두시간을 내내.

스스로가 어찌나 바보 같고 밉던지. 쩝.

대체 무슨 일이었냐구??

 

일명 '헐레벌떡 뉴스' 혹은 ' 애로 뉴스' 혹은.... '울음 뉴스.'

 

4월의 어느날 월요일이었어. 이 날따라 오후가 되니 편두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무겁더라구. 그래서 한 20분이라도 눈을 붙여야 겠다- 싶어 휴게실에 누웠어. 물론 내 담당 라디오 뉴스 시간을 대비해 알람을 맞춰놓구.

...

가위 눌린 듯 꿈결 속에서 헤매다 겨우 눈을 떴는데, 순간 느낌이 이상하더라구.

 

시계를 보니 라디오 뉴스 시작 3분 전!

 

 10분 전에는 대기해 부스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난 휴게실에 있었던 거야!

 단 한 번도 알람까지 못 듣고 잔 역사가 없거늘... 스스로도 어벙벙한 채 냅다 보도국으로 달렸어.

 그리곤 잽싸게 뉴스 원고를 들고는 다시 미친 듯 달렸어. 라디오 주조를 향해.

 

 30초 전 도착! 다행이닷!

 

 그러나...

 

 자다가 갑자기 뛰어서 그런지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이 차오른 게지. 암.

 이 날따라 주조 엔지니어 선배님도 기계 손보시다가 아나운서가 대기했는지 확인을 못하셨다는 나중의 말씀. 쩝.

 

 암튼 난 계속 몽롱한 상태에서 이건 꿈일 거야 꿈일 거야.....를 되뇌이며  뉴스를 시작했어.

 

..........

웬걸.....

 

세에~상에 그런 헐떡 뉴스는 다시 없을 거다아~

 

참 희한한 게, 숨이 찬 상태에서 말을 하니까... 왜, 사람이 너무 많이 울다가 말을 하면 헐떡이며 말하게 되잖아....뭐라 하는지 알아듣기도 힘들구. 그런 소리가 나더라구.

 

ㅡㅜ 읽는 내내 속으로, '꿈일 거야 이건...' 을 계속 외쳐댔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을 채우곤...

창피해서 스튜디오는 나가지도 못하고 마구 울었어. 한 30분을 그자리에서 내내.

 

펑크를 낸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시간을 지켜 읽었기에 징계감도 아니었고 크게 지적받지는 않고 넘어갔지만,

다 떠나 스스로가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한치의 오차도,한치의 실수도, 한치의 지각도 용납되지 않는 일. 그게 방송이니까.

 

p.s.) 뉴스가 끝난 후, 평소 내 라디오 프로 '즐거운 저녁길' 팬이라는 한 아주머니가 전화가 왔었다더라구. 고은령 씨 오늘 라디오뉴스 왜 그랬냐구.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서 우시는 것 같더라구. ... 뉴스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팬으로서 걱정해주는 마음으로 전화를 해주셨다는 말에 어찌나 감사하던지. 실수투성이지만... 나, 복은 참 많은 아이야 그치.  

 

 

7. 두장 넘긴 둔탁한 내 손가락-*

 

마지막으로 얘기할 이 것.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이자, 며칠동안 속상해 하며 고개 푹 숙이고 다녔던 일.

앵커로서 결코 있을 수 없을 실수를 저질렀어. 멀쩡히 순서대로 돼 있는 기사에서 한 기사를 통째로 빼먹고 읽은 거야.

기자 리포트로 이어지는 앵커 리드 멘트가 다 끝난 후, 여자 앵커인 내가 단신 기사 대여섯 개를 화면자료에 따라 맞게 읽어나가야 하는데,

 

한 기사를 빼먹은 거야.

 

나도 어찌된 건지 지금도 기억나질 않는데, 아마 두 장이 한꺼번에 넘겨졌던 모양이야.

(침이라도 손가락에 바르고 넘기든가 해야지... -.-;;;)

 

주조에서 당황해 하는 것 같았고, 자료화면도 몇 초 간 어긋났었어.

 

........

 

뉴스 직후,

 

난 내가 잘못한 건지도 모르고, 주조에서 왜 그랬을까... 하는 표정으로 눈을 말똥말똥 뜬채 뉴스피디님께 갔어.

 

에구궁.

벼락같이 떨어진 피디님의 고함소리를 듣고서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챈 어벙벙한 고 앵커.

 

바로 사과드리고

보도팀장님께도 전화드려 상황을 말씀드렸지.

물론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구......... -.-;;;;

 

다음 날 아침, 팀장님께 찾아가 다시 죄송하다 말씀드렸더니 팀장님께서 얼마나 큰 실수인지.. 앵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등에 대해 짚어주시더라.

 

그러면서 "고은령 씨, 긴장감이 떨어진 것 같아.. 그것밖에 원인이 없네."

 

이러신다~~ ㅜㅜ

 

개편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일할 때가 많고, 그 날은 운동한답시고 새벽에 일어났던 터라,

게다가 감기몸살기운까지 겹쳐,

많이 피곤한 게 사실이었거든.

 

 

 

아... 자기 관리가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뼈아픈 계기가 됐어.

 

 

왜, 많은 아나운서 분들이 그러시잖아. 가슴따뜻한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신입 아나운서 시험장에 가도 많은 후보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사랑과 따스함을 전하는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근데 그건 둘째 문젠 것 같아.

 

따뜻한 가슴 이전에

냉철한 계산성, 철두철미한 자기관리, 실수없는 기계적 완벽성...

 

그게 없으면 기본적 자질마저 의심 받는 직업이 아나운서다... 싶어.

 

어렵다~~ 사랑하는 직업, 아.나.운.서.

 - 고아나 Off the Record : 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