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인터뷰, 다큐 및 시사 프로 자료, 직접 조사 등 경험에 의거함.
비평문 형식으로 한예종에서 ...
부산연극제 비평 :
부산연극제를 통한 부산연극의 진단과 발전 모색
1. 제27회 부산연극제의 성과
2. 부산연극제의 한계
3. 대안 – 시의 지원 방안
4. 대안 – 자구 노력
5. 맺음
자구 노력
그렇다면 부산의 연극인들은 지원 부족과 열악한 환경을 탓하며 마냥 기다리고 손을 놓을 것인가. 여건 탓만 할 일은 아닌 상황인 듯싶다. 부산 연극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벽을 깨는 노력, 즉 창조의 쇄신이 있을 때 시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 전 부산KBS홀에서 최수종 주연의 ‘대 한국인 안중근’이라는 연극이 공연됐는데, 관람 수준은 난생 처음 보는 저급한 풍경이었다. 관람객의 대부분이 초대권으로 온 사람들이었으며[1] 휴대폰 벨소리를 울리고 떠드는 단체 관람 학생들, 공연도중 소란스럽게 나가버리는 관램객들 등 정상적인 관람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부산연극의 수준이 드러나는 한 장면이 아닌가 한다. 혹자는 이러한 예들을 들며 부산 관객들의 외면과 관람 문화 수준을 탓한다. 그러나 부산의 연극이 초래한 ‘대중의 복수’가 아닐까. 부산시민들은 문화예술이 멀리 있는 나와 다른 그 무엇으로 느끼며 오히려 예술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예술이 대중을 소외시키는데 대한 자연스런 대중의 반응이 바로 외면이다. 좋은 연극이 좋은 관객을 만든다.
관객을 연극과 친해지게 할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재미 없는 연극,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관객과 소통하는 장, 비판의 장이 필요하다. 부산연극제도 사실 30년이 되기까지 작품 심사와 양적 결산에만 치중할 뿐 연극제 자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검증하는 작업이 작년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부산의 비평가 모임을 활성화 하고, 부산 관객들을 모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늘려가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부산만의 연극 계발을 위한 콘텐츠 연구가 필요하겠다. 요즘 인기 몰이를 하는 작품들은 거의 코미디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코미디 극의 범람은 부산지역 연극계에는 커다란 위협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사실 텔레비전으로 방송되고 있는 오락 프로그램과 다름 없는 언어유희로 점철된 대다수 공연 덕에 틈새는 많아졌다. 이에 대한 연극인들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차별화 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자. 부산의 설화, 예를 들면 바다와 관련된 전설이나 애기 장수 전설,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 등 부산만의 참신한 얘깃거리들이 있지 않은가. 동래야류나 탈춤 등 전통문화에서 차용하는 것도 좋겠다. 가장 부산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진부한 말이 때로는 혜안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현실 하나가 떠오른다. 중견 배우들에 따르면 요즘 젊은 지망생들, 극단에 들어갔다가도 쉽게 포기해버린다고 한다. 예전 같은 끈기와 진한 연극애演劇愛가 없다는 것이다. 연극을 하는 이유가 돈벌이나 명예가 아닌 연극 자체의 본질에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유명세보다 관객과의 소통이 관심의 대상일 때 작품에 더욱 몰두할 수 있지 않을까. 드러나는 겉멋이 아니라 연극 자체를 사랑하는 ‘연극쟁이’를 키워내는 것도 과제라고 본다. 한 예로, 연극인들을 위한 꾸준한 재교육과 서울과의 교류 등으로 자극을 줘 감각과 비전을 키워준다면 전국적,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인재들이 하나 둘 늘어나지 않을까.
연극 안에서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쇄신은 필요해 보인다. 기획력 약한 부산의 작품들은 주로 재정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도리가 없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여러 가지 참신한 방안들이 분명 있다.
기획 면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할 만한 한 예로 부산의 대표 소극장이라 할 수 있는 가마골 소극장이 있다. 꾸준한 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이 곳은 먼저 자체 극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기획 부문을 분리, 전문화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광고를 통한 공연 홍보, 홈페이지와 인터넷 카페 활성화 등 작은 것에서부터 큰 규모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으로 진행한다. 여기에다 자원봉사자로 나서 극장 일을 돕는 관객들도 생겼다. 이들은 극장 측에서 면접을 통해 뽑은 모니터 및 스태프 봉사자들로, 관객 입장에서는 무대 뒤의 제작 풍경을 궁금해 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인력이 달리는 극장 측은 노동력의 도움을 얻음과 함께 이들을 통해 피드백, 홍보라는 시너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김동석 부산연극협회장은 일전의 만남에서 경성대와 남천동 일대에서 거리연극제 개최를 계획 중이라 했다. 그 외 찾아가는 문화공연, 티켓 예매시스템 개선, 광대연극제 확대 등으로 연극이 관객을 찾아가는 행사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기획들이 알차게 치러지고, 더 확대된다면 좋겠다.
[1] 부산에서는 아직 돈을 내고 직접 표를 살 의지가 있는 관람객보다 할인티켓 혹은 초대권일 경우에만 본다는 관람 풍토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고아나 On St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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