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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아나이야기/高作 落書

만종

하나님.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제겐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이제 제 뺨에 달콤히 다가오는 입술도 가을 바람으로 바뀌었고,

하늘은 더 노옾이 하-얗고 파-란 빛으로 성스러움을 가르쳐, 제 눈을 시리게 합니다.

 

 

불안한 짧은 소매를 안정된 긴 소매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나니,

제게도

어엿한  가을 여인의 내음이 나네요.

 

 

여름의 뜨거움을

이제 완성으로 이끄시어

벼는 더 단단히

포도는 더 달달히

사과는 더 빨갛게

 

령이는 더 지혜롭게

 

익혀주옵소서.

 

 

 

올 가을은 참으로 더디게 왔습니다.

인디안 썸머 같은 더위 심술로

여름은 아직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우리를, 저를 단련시킵니다.

 

 

하지만 압니다.

뜨거운 태양과 모진 비바람을 이겨낸 수확물이

식탁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덥디 덥던 한여름 그 날, 다신 보지 않을 듯 놓아버린 일기장-

다시 펼칩니다.

 

 

더 탐스러운 열매가

내일의 일기가 될 것을,

 

이제는 당신 마음을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 Made in Koa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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