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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방송가 뒷담화

앵커는 방송에서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 있을까요

2009.3.4.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온 자료.


앵커는 방송에서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세상보기 2009/03/04 16:37   http://blog.hani.co.kr/catalunia/18779



                      

방통위 “신 앵커 발언 문제 없다” 판단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신경민 앵커가 'KBS의 제야의 종 행사 중계'를 비판한 1월 1일 클로징멘트를 두고 방통위에서 징계여부를 결정한다 내용을 담은 포스팅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KBS 제야의종 중계 비판’ 신경민 앵커 끝내 중징계 받나  http://blog.hani.co.kr/catalunia/18657 )
 
후 속 소식을 전해드리면, 방통위는 당시 신 앵커의 발언에 대해 '문제없음'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전해드립니다. (하지만 박혜진 앵커에 대한 심의는 계속 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방통위는 12월31일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모인 시민들의 반정부 집회장면을 중계하지 않고 이들의 구호를 음향효과로 대체한 KBS 특별생방송 <가는 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에 '권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권고는 행정지도 성격의 가벼운 조치입니다. 

 
그 포스팅을 한 뒤 많은 분들이 앵커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것인지 제 블로그에서 댓글로 논쟁을 펼치셨습니다. 또 방통위가 과연 신 앵커 등을 징계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쟁도 분분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우리 방송에서 앵커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각계의 입장을 좀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오늘 MBC 앵커들에 대한 심의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 성명 내용과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세 분의 견해, 마지막으로 보수성향의 미디어 단체인 '미디어발전국민연합'쪽의 생각을 차례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참여연대 “OECD 국가중 행정기관의 방송 내용 규제 거의 없다”
먼 저 참여연대 쪽은 “방통위의 MBC 앵커에 대한 심의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참여연대 주장에 따르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방송심의 규정 제 9조 2항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앵커가 자신의 개인의 견해를 밝힐 수 없다”고 해석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또 앵커들의 클로징 멘트는 항상 자신들의 개인적 견해를 담아 왔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맞는 말인듯 하네요)
 
참여 연대는 나아가 방통위같은 행정기관이 방송 등에 대해 내용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방송을 포함한 모든 매체에서 행정기관이 내용 규제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독일, 영국, 일본의 공영방송에 대한 공정성 심의는 국가의 심의가 아닌 자율규제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은 폐지한지 오래”라고 합니다.  행정기관은 권력자와 여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내용을 제단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섰느냐에 따라 방통위의 판단이 오락가락하고 방송 내용이 달라진다면 그건 참 문제겠죠. 어쩌면 외국처럼 우리도 자율 규제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개인적인 판단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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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일 문제의 KBS 제야의 종 중계 비판 클로징 멘트 영상 >

 

 
앵커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과연 앵커가 방송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관한 것인 듯 합니다. 신 앵커의 발언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앵커가 개인의 사견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불편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규찬 영상원 신문방송학과 교수님,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님, 신태섭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님께 물어보았습니다. 함께 살펴보시죠. (바쁘신데도 여러 의견 말씀해주신 교수님들 고맙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망론하고 '앵커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신방과 교수님들은 “앵커는 원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주셨습니다.
 
다음은 전규찬 교수님의 말씀입니다.
“앵커는 단순히 원고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기사를 배치하고 뉴스를 어떻게 전달할지 가이드를 정해주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허수아비처럼 스트레이트 뉴스를 단순 릴레이 하는 앵커도 있지만 외국에서도 프라임 타임대 앵커들은 신경민 앵커처럼 방송을 진행합니다.”
 
전규찬 교수님은 “방통위가 앵커의 멘트에 대해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은 후진 저널리즘의 징표”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예전에 이일구 앵커가 우스갯소리를 섞어 대중과 호흡하려 했다면 신경민 앵커는 권력을 감시하는 촌철살인의 멘트로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준 겁니다. 이게 원래 앵커의 역할입니다. 시청자가 봤을 때 충분히 의미 있고 공감가는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이걸 방통위가 문제 삼고 시시비비에 개입한다는 것은 후진저널리즘의 징표입니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님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셨습니다.
“외국의 앵커들도 신경민 앵커처럼 합니다. 앵커가 원래 닻을 내린다는 의미이죠. 특정 정파를 위해 앞잡이를 서면 문제가 되겠지만 뉴스의 사회적 의미를 잘 밝혀주거나 잡아주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 앵커의 제야의 종 행사 관련 발언은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님도  “앵커가 사견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방송사마다 색깔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검열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성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제야의 종 행사 관련 신 앵커의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는 견해를 밝히셨습니다.
 
“가급적 앵커의 발언 하나 하나는 신중해야 합니다. 방송사 간 대립을 만들 수 있는 발언보다는 긍정적으로 화합할 수 있는 멘트도 할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방통위에서 (제야의 종 중계발언 관련해) '문제없다'는 판단을 하긴 했지만 적절한 멘트였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 KBS 특별생방송 <가는 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 ⓒKBS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영방송 앵커와 민영방송 앵커는 다르다”
보 수성향의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은 신 앵커와 박혜진 앵커의 클로징멘트 등에 대해 방통위에 심의를 요청했었습니다. 이 단체는 신 앵커와 박 앵커의 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전경웅 사무국장과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전 사무국장은 “당시 제야의 종 행사장에는 촛불시위를 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는데 신 앵커의 말은 그 분들을 모두 바보로 만들었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타 종행사에 참여한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했습니까. 엠비시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오만입니다. 그런 멘트는 공정하지 않습니다. 엠비시 분들은 '공영방송사수'를 외치지만 과연 국민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전 사무국장은 “앵커가 개인적 의견을 방송에서 밝힐 수는 있지만 공영방송의 앵커는 그래선 안된다”는 입장도 밝히셨습니다.
 
“MBC는 공영방송, KBS는 국영방송이죠. 민영방송의 앵커라면 사견을 말할 수 있겠지만 공영방송 앵커는 팩트를 전달하면서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함께 전달해줘야 합니다. 신경민 앵커는 스스로 공영방송의 앵커가 맞는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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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개인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언론계에서 '앵커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부족해서 벌어지고 있는 해프닝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부정권 시대에 형성됐던 방송뉴스의 앵커 역할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늦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앵커의 의미는 무엇인지 토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그 런데 신태섭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앵커에 대한 지금의 논란은 정체 공세의 성격이 있습니다. 앵커가 사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토론의 필요도 없는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 점은 인정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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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신경민 앵커의 '제야의 종 중계 비판 발언'은 일단 방통위에서 ‘문제없음’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MBC 박혜진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심의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박 앵커에 대한 방통위의 판단은 어떻게 내려질지 다시 한번 주목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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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참여연대에서 보내온 'MBC 뉴스데스크 앵커 징계 논의' 관련 논평을 그대로 올려드립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세요.

 

논  평



방통심의위 심의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알권리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소극적 심의”에 그쳐야

행정기관에 의한 방송의 공정성 심의는 정치적 악용 가능성 높아

MBC 박혜진앵커에 대한 심의는 중단해야

 



1. 오늘(4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전체회의에서 지난 12월 25일 방송관련법 개정에 대한 반대파업에 참여하겠다는 클로징멘트를 한 MBC 뉴스데스크 진행자 박혜진 앵커에 대한 안건 심의 등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방통심의위 심사소위는, MBC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가 KBS의 제야의 종 타종행사 생중계 프로그램이 그 행사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의 목소리를 미리 녹음된 박수소리 등으로 대체하여 방송한 것을 비판하는 클로징멘트를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없음’ 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첫째 선진국 등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정성’심의의 어떠한 해석에 있어서도 신 ?박의 클로징멘트는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수 없으며,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금까지 진행한 심의는 표현에 대한 내용규제 중에서 가장 헌법적으로 금기시되는 규제방법인 “정치적 견해차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남용된 사례가 많았으며, 셋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공영방송에 대한 국가심의기구”라는 세계언론사적 입장에서 볼 때, 심의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에서, 이번 박혜진 앵커에 대한 심의는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2. 현행 방송심의규정 제9조는 진실 및 객관성(1항), 균형성 및 공정성(2항), 기술적 조작 금지(제3항), 이해상충 보도금지(제4항), 연령 성별 등에 의한 차별금지(제5항)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중에서 방통심위가 이번 신경민, 박혜진 앵커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균형성 및 공정성과 이해상충 금지이다. 그러나 공정성은 방송인의 의견표시를 금지하지 않는다.  우선 방송심의규정 제9조2항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도 이 조항의 의미를 ‘앵커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자신의 개인의 견해를 밝힐 수 없다’라고 해석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심의제도의 제정에 영향을 주었던 외국의 공정성 심의제도도 공정성은 사회적 쟁점에 있어서 논쟁의 양측을 균형있게 보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왔지 방송사업자 스스로가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방송심의규정 제10조(사실보도와 해설 등의 구별)도 “방송은 사실보도와 해설・논평 등을 구별하여야 하고, 해설이나 논평 등에 있어서도 사실의 설명과 개인의 견해를 명백히 구분하여야 하며, 해설자 또는 논평자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하고 있어서 방송에는 “논평”이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는 주로 방송국이 “논설”이라는 형식으로 논설위원들의 논평을 방송할 때 이용되어 왔던 조항이지만 이 조항의 존재 자체가 방송인이 개인의 견해를 방송할 수 있음의 증거인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의 보도들을 보더라도 앵커들의 클로징멘트는 항상 자신들의 개인적 견해를 담고 있어 왔으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처음이다. 



3.  방송심의규정 제9조4항은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고 있다.



  우선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방송심의의 대상은 방송사업자이지 방송사업자의 직원들이 아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개별앵커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 물론 개별앵커들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하도록 허용하고 자신의 설비를 통해 송출을 한 방송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렇다고 할지라도 제4항은 방송사업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를 허용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MBC가 송출한 앵커들의 발언은 전혀 MBC나 앵커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방송관련법이 개정되면 MBC의 주주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발생하지만 그 자체가 MBC에 악영향도 순영향도 주지 않는다. 한 회사는 자신이 선호하는 소유주가 있을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선호가 있다고 하여 그 회사를 주주들 간의 거래에 대한 “이해당사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증권거래법이나 형사상 배임 판례 등을 살펴보아도 한 회사의 소유관계의 변화는 그 회사 자체의 이해관계와는 독립적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이해하지 않는다면 현행 상법체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 또한 최근 방통심의위가 친정부신문광고불매운동과 관련하여 소비자운동에 관한 법리를 재해석하여 “2차불매운동 금지”를 만들어 내려했지만 법원판결을 통해 무산되었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법체계의 재해석까지 하여 방송내용의 심의를 할 권한을 방통심의위가 가지고 있지는 않다.

 

   MBC는 방송법 개정에 대한 제9조4항 상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MBC나 앵커가 방송관련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곧 MBC를 9조4항 상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논쟁의 한쪽 편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해서 9조4항 상의 이해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당사자”라는 말은 폭넓게 해석하는 것이 제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의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 목적으로는 이 개념은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MBC나 앵커는 사실 법적으로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관련 멘트들을 송출한 것이고 방통심의위는 그렇게 이해했어야만 한다.

  

4.  정작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방통심의위가 무리한 심의를 통해 자신의 소속위원들의 과반수를 임명하여준 정부 여당의 정치적 목표를 지원하기 위하여 방송공정성 심의를 이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KBS제야의 종소리 타종행사에 대한 방통심위의 심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방송심의규정은 “제9조(공정성) ①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 ③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제55조(생방송과 녹음․녹화방송의 구별) 시사․보도․토론․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중 일부가 사전 녹음․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KBS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타종행사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기술적으로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쇼프로그램이라는 제작진 의견과 정황을 판단컨대 고의적으로 방송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다만 향후 보신각 타종처럼 시사성이 포함된 오락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사실성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권고'했다. “시사 보도”가 아니라 “오락”프로그램이라 고의성이 없다고 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락”프로그램도 시청자를 속여서는 안 된다. 이는 당연히 방송심의규정 9조1항 위반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56년 퀴즈경연 방송프로그램에서 흥행력 있는 참가자에게 답을 먼저 알려준 것이 발각되어 의회청문회까지 열렸고 그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퀴즈쇼 프로그램들이 폐지되어 수십 년간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 바 있었다.

 

 “진실”은 편집을 하지 말라거나 환경을 통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시청자의 기대와의 관계 속에서 정해지는 것이다. 오락이든 시사이든 모든 국민은 타종 행사의 생생한 소리와 영상을 접하기 위해 채널을 돌린 것인데 아무런 설명없이 현장 소리를 그것도 정부비판의 목소리를 지운 것은, 현행 방송심의규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5.  이와 같이 명백한 9조1항 및 3항 그리고 55조의 위반에 대해서는 가벼운 ‘권고’에 그친 것은, 방통심위가 ‘공정성’을 위해 심의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통심의위 다수 위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공동체인 정부여당을 위해 방송에 반영되는 견해를 정치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방통심의위의 ‘정치적 내용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YTN앵커들의 ‘검은옷’진행에 대한 봉건시대적인 중징계 결정,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중징계 결정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규제하는데 앞장서 왔다. 바로 이와 같은 정치적 남용의 가능성 때문에 행정기관에 의한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헌법적으로 금기시된다. OECD국가들 중에서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매체에서 행정기관이 내용규제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독일, 영국, 일본의 공영방송에 대한 공정성 심의는 국가의 심의가 아닌 자율규제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은 폐지한지 오래이다. 행정기관은 항상 권력자 및 여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내용을 재단하여 국민의 알권리 및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심대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6. 방통심의위는 사법기관이 아니며 무엇보다 사실상의 국가 검열기관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고 그 심의를 최대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른 바 ‘소극적 심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심의권’을 이용하여 권력자의 정치적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은 명백히 탈헌법적인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박혜진 앵커에 대한 심의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차제에 방통심의위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숙고와 개선을 요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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