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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아나운서 비밀노트

언니, 안 입고 왔어요; -off the record

몇 년 간의 부산방송총국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는 요즘,
내가 저지른 갖가지 실수와 만행들이 자꾸만 떠오르네.


그 중 하나. 아직도 얼굴이 벌개지는 그 날의 일은 내 만행 중 베스트.. 아니 worst지. 
코디 언니와 나만 아는 비밀.



부산 생활 접게 될지도 모르는데,
휙 말해버리고 도망갈까? ;;;

이건
진짜 오프더레코드야~ 알았지???!!!


 

어느 날이었어. 그 날은 일주일 중 가장 중요한 요일이었단다.

한 때  피디의 재량 하에 시원한? 옷차림도 가능했던 프로, 'TV문화속으로' 녹화 날이었지.

배에 힘도 줘야 하고, 날씬해 보이는 포즈로 다리도 가지런히 잘 정돈해야 하는, 가뜩이나 짧은 내 몸 구석구석 근육이 경직되는 날이라고나 할까.



그날도 대본 준비를 마치고 녹화시간이 되자,

유일하게 매주 내 몸을 다 보는, 그래서 더 친한 코디 언니와 함께  조용히 '그 곳'으로 갔어. 경직이 시작되는 그 곳, 탈의실.

그 날따라 더 하늘거리고 적은 양의 천조각을 보며
긴장되는 맘으로 입고 온 내 옷을 벗으려 하는데.....!!




 허전하더라구.
 
 원피스 속 내 몸 위쪽이.

 
 
 코디 언닌 경악했고, 반사적으로 두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내 껀 안돼!' 하더라.
(허긴 사이즈도 안 맞았겠지만...)


 결국 난 언니에게 비밀을 약속 받은 후,
 허전한 채로 얇디 얇은 실크 원피스 한 장만 몸 위에 걸친채 꼬부랑 할머니마냥 숙이고 들어가 모든 이의 앞에 섰어.

 비포 애프터가 확연해 다들 알아차릴 줄 알았건만,
 휴~~... 다행이었어. 코디 언니, 그녀만 쪼개고 계셨지.


 이 방송, 몇 월 며칠인지 못알아낼~~걸~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방송, 코디언니와 준비 중>

 

 몇 년 간의 내 방송을 돌아보며 웃기도 하고 반성도 하는 요즘이야.
 올해부턴 잘 입고 다니려고. ;;;;




 
 - 고아나 off the reco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