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방송국을 그만둔 후, “대체 왜?”라는 질문을 참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공연일을 시작하자, “그건 또 왜?” 라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공연하는 아나운서 고은령입니다.
아나운서였구요, 지금은 공연 일을 하고 있어요.
'공연하는 제작자', '공연하는 피디’ 뭐 이런 새로운 직함으로 불려지길 원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게 저인 것 같습니다. 방송쟁이 답게 공연을 사랑하고, 공연을 소개하고, 또 만들고 있으니까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사랑했지만 점점.. 진짜 내가 말하고 싶고 세상에 말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말들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들어주는 사람이 백명이든 열명이든, 스스로 더 뿌듯할 수 있는 말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 눈을 팔기 시작할 무렵, 저는 연극인들이 숭고해보였어요.
방송프로그램 때문에 거의 매주 만나게 되었던 그들은, 돈과 권력, 이익을 떠나 너-무 행복해서 하는 자신의 일에 미쳐있는 모습이더라구요
마치 속세를 떠난 사람과 속세에 있는 사람처럼 연극인과 방송인이 비교되면서,,
저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해야 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스튜디오뮤지컬.
2012년 초창기부터 아껴주신 팬분들, 배우분들 작가분들께 잘못한 일도 많았었고 뿌듯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아직 뿌연 안개 속 같지만, 계속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앞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스튜디오뮤지컬이 하고 싶은 말은, “배리어프리" 입니다.
“배리어프리”는 공연을 보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저희는 시각장애인의 배리어(barrier)를 제거(free)하는 공연에 집중합니다.
공연을 보지 않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은 다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한 번 이동하는 것이 매우 험난합니다.
웬만한 공연장엔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어 - 시각장애인 중 휠체어 이용자도 꽤 계십니다 - 입장 자체가 차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길가를 걷다가 볼라드(자동차의 보도 진입을 막기 위한 방지기둥)에 부딪혀 큰 사고를 당하는 분도 많습니다.
저렴하다는 장애인콜택시는 1,2급 장애인만 사용 가능한데다, 보유대수가 턱없이 부족해 불러도 언제 올 지 모릅니다.
어렵게 공연장에 들어갔다 칩시다.
장면을 이해하지 못해 옆사람에게서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금 속삭일라치면, 당연히 다른 관객들이 싫어하시며 손가락질 합니다.
“공연장 에티켓도 모르냐?” 하고 말이죠.
시각장애인들은 가끔 보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길가에서 부딪히고 넘어질 때, 혼자 헤맬 때 자신을 신기하게 흘끔흘끔 보는 그 시선이요.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죠.
도와주기는커녕 구경거리마냥 보고만 있는 당신, 당신은 얼마나 에티켓이 있으십니까.
불편한 시선은 거두고 손을 내밀어주세요.
당신이 본 그 영화, 그 공연, 당신이 배려해주면 더 많은 사람이 기회를 얻습니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하는 저희는
어쩌면 공연 자체보다 ‘배리어프리’라는 단어 자체를 더 알리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만 말고 ‘좋은 거 다 같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공연하는 아나운서 고은령,
앞으로도 "좋은 공연 다같이 보도록” 열심히 알리고, 열심히 공연도 만들겠습니다.
- 2015.10.23. 팟캐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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