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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님 감사합니다.
[차 한잔 나누며] "시각장애인 위한 뮤지컬, 일회성 그치지 않길"
1월12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 시각장애인용 뮤직드라마 ‘당신만이’의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고은령(35)
스튜디오뮤지컬 대표의 눈에 굵은 이슬 방울이 맺혔다. “내가 미쳤나봐.” 그의 혼잣말에는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이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와 소액기부자들의 후원 덕분에 현실이 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신촌 한
카페에서 만난 고 대표에게 장애인을 위한 공연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저희 스튜디오뮤지컬은 시각장애인에 특화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을 지향합니다. 배리어프리란 말 그대로 ‘장벽을 없앤다’라는 뜻이죠. 장애인이 관람하기에 불편함이 없게끔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입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가장 먼저 나왔고 뮤지컬 등 공연 분야는 이제 걸음마 단계죠. 우리는 그동안 시각장애인용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왔고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들과 소통하며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당신만이’는 스튜디오뮤지컬이 ‘빨래’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배리어프리 공연이다. 두 쌍의 부부가 출연해 고달픈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을 맛깔나는 대사와 신명 나는 노래로 들려준다. 원작인 창작뮤지컬을 시각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도록 대본을
고치고 음향 효과도 보완해 새롭게 만들었다. 이날 공연은 원작 뮤지컬에 출연 중인 배우 하성민, 김국희가 시각장애인 중에서
오디션으로 선발한 남녀 배우와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고 대표도 해설자 역할로 직접 무대에 올라 힘을 보탰다.
“프로
배우이지만 거의 무보수로 봉사해주셔서 공연이 성사됐어요. 시각장애인 배우 두 분을 뽑는 데 30여명이 응모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웃음) 사전에 자신의 음성과 노래를 녹음한 파일을 보내달라고 한 다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출연자를 뽑았죠.”
공
연이 열린 곳은 220석 규모 무대였으나 실제 입장한 시각장애인은 절반에 불과했다. 혼자 이동하기 힘든 시각장애인은 보호자를 한
명씩 동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좌석 대신 통로 계단에 앉아 공연을 본 이도 있고,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딱
한 번으로 끝난 공연이라 출연진의 아쉬움도 컸다. 특히 오디션으로 뽑은 시각장애인 배우들의 허탈함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한 달 넘게 모여 연습하며 서로 많이 친해졌거든요. 공연이 끝난 뒤 시각장애인 배우 한 분이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 다시 할 수는 없겠죠’라는 글을 남겼더라고요. 그분한테 ‘아닙니다. 또 합니다’라는 말씀을 아직 드릴 수 없어 가슴이
아파요. 얼마 전에는 우리끼리 저녁에 ‘번개’로 신촌에서 만나 술로 허전함을 달래기도 했거든요. 정부가 장애인의 문화예술 지원
예산을 늘렸다고는 해도 현장에선 전혀 체감할 수가 없어요. 장애인을 위한 공연, 장애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고 대표는 KBS 공채 31기 아나운서 출신이다. 요즘 브라운관을
누비는 윤수영 이선영 이정민 조수빈 조우종 아나운서 등이 입사 동기다. 2005년 시작한 아나운서 생활을 5년 만에 과감히 접고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 몸담으며 막연히 품은 공연예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을 그만둘 때 아쉬움은 없었을까.
“방송이 재미있긴 해도 평생
할 자신은 없었거든요. 점점 공연에 관심이 많아지다가 결국 좋아하는 쪽으로 완전히 틀었죠. 방송국에 사표를 냈을 때 부모님께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제가 휴직한 줄 알고 계셨던 부모님이 2012년쯤 ‘왜 복직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 비로소
알려드렸죠. 저는 ‘불효녀’입니다.(웃음)”
스튜디오뮤지컬은 고 대표까지 포함해 7명의 단출한 식구다. 대표와
상근직원 한 명을 빼곤 전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재정 안정을 위해 사무실 운영비는 최소화하고 가급적 재택근무에 의존한다. 이
패기 넘치는 젊은 공연기획자의 가슴에 담긴 포부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거창한 꿈은 꾸지 않아요. 그냥 지금처럼만, 한
번만 더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으로 버텨요. 높다란 목표를 세웠으면 오히려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소박하게,
하지만 꾸준히 공연을 계속하다 보면 규모도 커지고 정말 예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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