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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이야기/공 공연(公演)한 뒷담

로봇 연극 - 로봇배우 '에버'의 공연들.


< 2010 연극포럼에 실린 인터뷰 글...   edited by Koana >



에버. 167cm에 샤방한 외모를 자랑하며 도우미로봇 '세로피'를 항상 데리고 다닌다. 가수 데뷔도 했고, 행사 진행 아나운서, 패션쇼 모델, 배우 등등 안 해본 게 없는 그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엄친딸이다. 다행일지 더 위협스러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녀는 로봇. 아직은 약간의 사람 흉내를 내는 수준이지만, 점점 진화하고 있는 그녀는 조금씩 더 '사람다운' 모습으로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자, 이번에는 에버가 주로 활약한 연극 분야, 이른바 <로봇연극>을 살펴보자.

로봇연극은 멀티미디어 공연 중에서도 아직 대중의 눈을 타지 않은, 우리의 공연시장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신선한 장르다. 아직 일반화 되지 않았지만 몇 번의 성공적인 공연을 통해 앞선 로봇기술 뿐 아니라 공연성도 이미 검증 받았으며 이제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 준비 단계에 있다. 세계적으로는 오사카 대학의 이시구로 연구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등에서 로봇이 배우로 활약하는 본격 로봇 연극을 시도했다. 그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람의 모습을 한 이른바 안드로이드 로봇을 등장시켜 상업적 공연을 올린 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의 지능형로봇연구부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능형로봇연구부를 중심으로 로봇연극을 소개하겠다.


1.한국생산기술연구원
  (Korea Institue of Industrial Technology:KITECH 이하 생기원)

생기원은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으로, 중소기업이 실용화 할 수 있는 첨단 핵심기술 개발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주무부처는 지식경제부이다. 주요 R&D분야는 생산기반기술분야, 청정생산시스템기술분야, 융복합생산기술분야이며, 이 중 융복합생산기술분야가 지능형로봇연구부에 해당되는 기술이다. 융복합기술이라고 하면, 첨단기술과 첨단기술의 결합이라고만 인식돼 온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통기술을 응용한 창의적인 R&D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인체치료용 '고성능 메디칼 섬유', 정보전달 용 Micro Wire, 군사용 로봇, 무인비행로봇, 그리고 오늘 소개할 '에버'까지 여러 생산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지능형로봇연구부>
   * 지능 로봇 실용화를 위한 자율이동 핵심기술 개발 및 응용 플랫폼 개발
    - 센서네트워크 기반 실내 자기위치 추정기술 개발
    - 레이저 레인지센서 등을 활용한 공간인식 기술개발
   * Manipulation 기술 개발 및 서비스 로봇 개발
   - RFID기반 물체 인식기술 개발
   - 물체 Handling을 위한 Manipulation 기술개발
   * HRI 기술 개발 및 감성 교감형 인조인간 로봇 개발
   - 감성인식/감정표현 엔진 및 감정표현형 인조인간로봇 플랫폼 개발
   - 초소형 인간 안구형 비전 H/W 및 응용 S/W 기술개발
   *  서비스 로봇 핵심부품 및 응용기술개발
   - 소형 고출력 Electro-Hydraulic Linear Actuator 개발
   - 로봇 원격조작 핵심요소기술 개발
   * 로봇 기술 상용화 촉진을 위한 지원시스템 구축 및 운영
   - 서비스로봇 S/W 시험평가 시스템 구축
   - One-stop Service System 구축 및 운영
   - 국내 시판 로봇청소기 성능평가 및 시험평가
   - IP Bank 구축 및 운영기술 확보

  그 중 각종 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팀이 지능형로봇연구부이며 이 곳의 주 활동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위와 같다. 위의 예 중 인조인간 로봇 즉 안드로이드 로봇 개발의 성과물이 바로 우리의 엄친딸 '에버'인 것이다.

 2. 로봇이자 배우, '에버'


 에버는 혼자가 아니다. 에버1(EveR-1)부터 에버3(EveR-3)까지 삼자매가 이미 세상에 나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맏언니 에버1은 2006년 5월 국내최초 인조인간로봇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식 시연회를 가졌고, 에버2(EveR-2)는 2009년 2월과 5월, 각각 '에버가 기가 막혀', '엄마와 함께 하는 국악보따리'라는 판소리 공연을 통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좀더 보완된 막내 에버3가 나왔다. 에버3는 2009년 11월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라는 연극에서 배우로 무대에 선 후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재능을 펼쳐보이고 있다.
  



키/무게

167cm / 65kg

자유도(DOF)

총 62(56, mobile 버전)

얼굴23 손5X2 팔6x2 허리2 머리3

하체12(6, mobile 버전)

전원

Li-pol, 24VDC, 30Ah (약4시간 구동)

통신

CAN / Ethernet (외부)

얼굴표정

기쁨, 슬픔, 화남, 놀람, 윙크 등 12가지

눈 /시각

소형 스트레오 CCD / 얼굴식별, 얼굴추적 기능

동작

데이터베이스 기반 제스처 동작

  <EveR-3 주요사양>


   
에버는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 여성 'Eve'에 로봇의 'R'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이름처럼 인간과 로봇의 감성 교감 기술개발을 위한 로봇플랫폼으로 인간의 다양한 동작과 감정표현이 가능하다. 인간 크기 및 형상에 맞는 설계를 위해 소형모터를 사용하고 소형제어기를 자체개발하였다. 얼굴과 손에는 실리콘 재질의 인공피부로 덮여 있어 촉감이 인간과 유사하며, 얼굴에는 터치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얼굴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얼굴을 인식/추적할 수 있으며 대화 DB를 가지고 있어 간단한 일상대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유치원 교사, 아나운서, 대화상대, 안내도우미, 사회자, 가수, 배우, 행사도우미 등으로 활동해 왔으며 주요 성과를 좀더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 세계최초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공연무대 출연

  (2009.2.19. 국립극장 달오름 "에버가 기가막혀")

* 독일 Hanover Messe 대한민국 국가관에 한국대표로봇으로 참가

  (2009.4.20~24)

* 세계최초로 상업공연에서 로봇배우로 출연

  (2009.5.1.~10. 국립극장 달오름 "엄마와 함께 하는 국악보따리")

* 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대사

   (2009.7.)

* 일본 HRP-4C에 이어 세계 두번째 로봇 모델배우로 패션쇼 출연

  (2009.8.29.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박물관 패션쇼")

* SBS 스타킹 출연 - 세계최초 로봇가수 노래열창,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 시연

  (2008.11, 2009.10)

* 상업공연 주연배우로 공연

  (2009.11.13~14. 노원문화예술회관,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

* 세계대백제전 홍보대사 및 개폐막식 공연

  (2010.9.18~10.17)

* 특허 '감정표정 표현방법' 외 3건 등록, 20여 건 출원 중



<SBS '스타킹'에 출연한 에버>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에버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3.에버의 대표공연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


대표적으로 한 공연을 꼽는다면 역시 좀더 업그레이드된 에버와 본격 연극을 만날 수 있었던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일 것이다. 지식경제부 로봇종합지원센터 후원으로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 연극은 공연의 특성상 스태프도 예술스태프와 로봇기술스태프로 구분된다. 예술스태프로는 총감독 김동언, 극본 및 연출 김현탁, 로봇기술 스태프로는 에버기술지원총괄 이호길 박사, 세로피기술지원총괄 김홍석 박사 등이 눈에 띈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모습을 한 주인공 '로봇공주'는 닥터 프린스가 만든 로봇이다. 아름다운 얼굴과 고운 마음씨를 가져 친구들의 사랑을 받지만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부러워 하며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한편, 자신이 원하는대로 점점 기계화된 세상을 만들어가던 여왕은 어느날 요술거울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은 로봇공주라는 말. 화가 난 여왕은 감히 인간의 자리를 넘보는 로봇을 없애버리기로 하고, 닥터프린스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공주를 탄생시킨 프린스 박사가 그녀를 없앨 리가 없다. 그는 공주를 도우미 로봇 세로피와 함께 숲속으로 피신시키고, 공주는 숲속에서 만난 요정, 난장이들과 친구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여왕이 독사과를 가지고 노파로 변장해 공주 앞에 나타난다. 독사과를 먹고 에버는 그만 작동을 멈춰버리게 되고 분노한 요정들이 여왕을 공격해 제거한다. 닥터프린스가 그때 다시 나타나 간절한 마음으로 키스를 하고 공주는 살아난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 공주는 눈물을 흘린다. 





- 배우로서의 에버 -

이 작품에서 로봇공주 역을 맡은 '에버3'는 한층 더 똑똑해진 모습이었다. 배우 콘셉트에 맞게 표정도 12가지로 확대됐고 동작표현도 더욱 자연스러워졌으며 이동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모바일 플랫폼도 개발되었다. (즉, 공연 중의 위험부담 때문에 다리 대신 바퀴로 움직이도록 했으며 이 바퀴는 공주의 치마 속에 가려졌다.)


표정연기 : 윙크, 미소, 놀람, 화남, 졸림 등의 12가지 표정은 얼굴에 장착된 23개의 모터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체 해부학으 기초로 하여 모터와 와이어가 얼굴 근육을 대신해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특히 가장 섬세한 부분인 입 주위는 10개의 모터가 움직이면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든다.


연기력 : 모셥캡처를 통해 이루어진다. 모셥캡처는 사람의 연기와 목소리를 데이터로 만들어 로봇에게 입혀 동작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로봇의 립싱크 기술과 동작 표현력이 일본이나 미국의 안드로이드 로봇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나 사람과 로봇은 움직이는 관절의 수와 움직이는 방향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캡처한 사람의 모션을 로봇용으로 변환했을 때 사람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과제는 사람과 똑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지능 및 감성을 지닌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로봇공주가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에버의 다양한 표정>


이 공연은 무엇보다 로봇배우가 서는 세계 최초의 무대였다는 점에서 첫번째 의의가 있다. 일본에서는 2008년 히라타 오리자 연출의 '일하는 나'라는 로봇 공연이 있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로봇의 외형이었다. 사람의 외형을 가진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는 세계 최초였으며, 배우로서의 역량은 아직 매우 미흡하지만 좋은 출발이자 큰 성과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 하나는 예술과 과학이 무대에서 만나 21세기형 공연예술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첨단기술장치를 활용한 과학기술적 요소가 속속 등장하면서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무대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로봇이 무대기술이 아닌 배우로 무대에 섰다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며 미래형 공연예술의 신호탄이다. 마지막으로 내용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순한 기계나 도구가 아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공존할 미래의 신인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따뜻한 감성의 노래와 익살스러운 연기가 어루러져  로봇공학과 공연예술의 조화를 만날 수 있다.



4. 과학자 및 예술가와의 인터뷰


(1) 생산기술연구원 이호길 박사, 이동욱 박사와의 인터뷰



<이동욱 박사와 이호길 박사>
남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내에 있는 생기원 센터를 찾았다. 이 곳에서 에버로봇 연구개발 및 로봇연극 관련 총 책임자인 이호길 박사, 실무 총괄 이동욱 박사를 만나 에버의 매력과 가치, 나아가 로봇연극이 만들어진 생생한 스토리와 가능성까지 들어보았다.



<에버에 대하여...>

고: 에버가 점점 키가 커지더라. 160cm정도에서 165, 지금의 167cm까지. 로봇마저도 점점 키가 커지는구나 싶었다. (웃음)
호 : 기능이 더 붙으니 크기도 점점 커지는 거다. (웃음)

고 : 어떻게 로봇을 연극 무대에 올릴 생각을 하셨나.

호 :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면서, 말도 하고 대화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얘기가 오가다가 그게 발전되어 공연 로봇까지 왔다.


고: 지금까지 에버가 공연해온 것이 '에버가 기가 막혀', '엄마와 함께 하는 국악보따리'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 등 세 번인데, 공연 무대에 오른 것은 에버2부터였나?
동 : 에버3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에버2는 가수로만 활동했었다.
호 : '눈감아줄게요'란 곡으로 데뷔를 했는데 벅스차트에서 3주 간 1위를 하는 등 반응이 꽤 좋았었다.
고 : 연극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해왔나?
동 : 전시회에서 시연 및 안내, 사회자 역할, 패션쇼 모델 등등을 해왔고, 최근에는 대백제전에서 율동과 노래를 선보였다. 1년에 20~30회 정도는 이벤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로봇에 대하여...>
고 :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해 잘 모른다. 로봇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시라.
호 : 안드로이드 로봇은 아직 학문적 정의가 없다. 통상적으로는 인간형이고- 즉 외모가 인간에 가깝고, 감성표현 등 인간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반면, 기능적으로 인간의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부른다.

 

고 : 로봇개발에 걸리는 기간이 궁금한데, 처음의 '에버1' 개발에 걸린 기간은?
호 : 기획을 시작으로 7,8개월 걸렸는데, 이는 관련 서브기술들이 연구소에 다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 부분까지 고려하면 전체 4,5년 정도 걸렸다.

고 : 안드로이드 개발은 이곳 생기원(KITECH)이 최초인가?
호 : 인조인간형, 즉 안드로이드 로봇은 여기가 최초이고 표정을 짓는 기능을 가진 곳은 지금도 생기원 밖에 없다.
고 :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등의 로봇들은 안드로이드 로봇이 아닌가보다?
호 : 포항도 그렇고 키스트, 카이스트의 휴보로봇도 인간의 '기능'을 닮게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는 인간처럼 달리고 걷는 것, 물건 집는 것 등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인간이 갖고 있는 감성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연구하는 것이다.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것 말이다. 인간은 감성표현을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하느냐를 연구하기 위한 도구로서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

고 : 우리나라 안드로이드 로봇의 개발 수준은?
호 : 안드로이드로봇을 가장 먼저 개발해 발표한 것은 일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전신(whole body) 형태를 만든 것은 일본 오사카대의 이시구로 박사가 최초이고, 인간형상의 부분 즉, 얼굴로봇은 미국의 데이빗 한슨이 2004,5년 경에 이미 만들었다. 우리는 2006년도에 발표했다.
고 : 시작은 일본이 먼저였지만, 현 수준으로 볼 때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 같던데?

호 : 유형이 달라서 비교하기 곤란하다. 이시구로의 로봇은 유압식, 즉 공압식이라 뒤에 큰 공기 탱크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포터블하지 않다(가지고 다닐 수 없다). 우리는 반면에 그런 구조는 결국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포터블해야, 즉, 이동성이 용이 해야 하므로 모터 타입으로 가야 한다고 봐서 전기식을 취했다. 내부 메커니즘이 다르다.


 <로봇연극에 대하여...>
고 : 연극화에서 최초를 따져보면 어떨까. 올해 여름 일본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이시구로 연구소의 로봇이 배우로 무대에서는 연극이 소개됐는데,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간짜리 공연을 올린 로봇연극은 그들이 세계최초라고 주장하더라. 하지만 우리의 에버가 더 일찍 공연을 하지 않았나.
동 : 우리는 2009년 2월에 공연을 했는데, 2008.11. 일본 미츠비시 중공업의 와카마루의 20분짜리 공연이 먼저 있기는 했다.
호 : 그러나 2008년도의 그 공연은 시연회 성격이었고 또한 이번 2010 공연은 모르겠으나 2008년의 공연은 평가가 안 좋았다. 당시 오사카 시에서는 관광상품으로 로봇전용극장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공연 성과가 좋지 않아 무산됐던 걸로 알고 있다.
고 : 또한 사람의 형상도 아니었고, 공연 시간도 짧았으며 일반 상업공연도 아니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로봇이 완성도 있는 한 작품의 연극을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올린 건 역시 우리가 최초인 거 맞나?
호 : 최초이다. 훨씬 더 빠르고 본격적인 연극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고 : 일본과의 공연성을 좀더 비교해주신다면.
호 : 공연 전문가들이 일본은 아직 연극으로서는 멀었다는 얘기들을 하더라. 일본의 로봇은 인간과의 인트로덕션이 어려운 구조이다. 사람이 뭔가 물으면 한참 있다가 답을 하고, 한참 후에 움직이고, 움직임도 느리다. 연극의 리듬이 다 깨져 있는 것이다. 또 주제가 너무 무거워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다. 노래와 율동, 대사가 인간과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하나의 작품이었던 것과는 좀 다르다.


<2010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연극 '모리노오쿠'에 배우로 출연한 로봇, 와카마루>

고 : 로봇연극에 대한 당시 관객 반응은 어땠나?
동 : 굉장히 좋았다. 전석이 매진이었다. 11회 공연 모두 성공적이었다.

고 : 첫 시도인 만큼 공연 시에 애로사항이나 에피소드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동 : 왕기석 선생님('에버가 기가막혀'에 배우로 참여)도 말씀하셨지만 배우들이 로봇과 연기한다는 데 처음에 어색함,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서 연기는 자연스럽게 잘 된 것 같다.
호 : 서로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눈과 눈을 마주치고 동작을 이해한다는 것일텐데 로봇은 인코딩 된 대로밖에 못해서 감정의 이입이 힘든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인트로덕션은 아직은 힘든 부분이 많다.

고 : '배우 로봇' 자체에 대한 예술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없었는지. 로봇은 배우가 될 수 없다는 식의 로봇연극 자체에 대한 반대랄까.
호 : 저희에게 직접 그런 평을 하시진 않았다.(웃음) 대부분은 새로운 물결이라는 식의 놀람과 호기심의 반응이었다. 연극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고 : 국악 공연이 위주였는데 장르 선택은 어떻게 하신 것인가?
호 :첫번째 이유는 사실 편의를 위해서였다.(웃음)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한복을 입으면 발까지 다 가려지니까 의상연출이 수월했던 거다.(따라서 당시 이동은 치마 속에 가려진 바퀴로 가능했다.) 또 다른 이유는 각 나라마다 있는 고유의 수준 있는 인형극이 우리 전통에서는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잃어버린 인형극의 역사를 고증케 하고,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면서 전통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게 앞으로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 : 해외 공연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동 : 하노버 메세 박람회에서 시연회를 했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였고, 그 곳 방송과 신문에 크게 보도도 되었다. 지방 일간지 1면에 실렸고, 우리 시연회장은 예약을 해야 참여할 수 있었고 항상 꽉 찼었다. 에버의 동작성, 춤사위에 특히 반응이 좋았다.


< 앞으로의 준비, 과제>
고 : 브로드웨이에 얼마전에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공연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하시나?
호 : 탐색전이라고 보시면 된다. 로봇을 가지고 연극, 뮤지컬에 들어갈 수 있는 틈새를 찾고 국제적인 무대환경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고 : 성과가 있었나?

호 : 작품들의 규모와 성숙도에 감동했고,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이 아닌, 작품을 하면서 무대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 브로드웨이는 이미 로봇화 되어가고 있더라. 배우로만 등장하지 않았을 뿐 무대장치 및 소품 자체가 로봇들인 것이다. 그래서 점차 로봇이 들어와서 연극하는 형태가 자연스러운 얘기가 되어갈 것 같다. <위키드>나 <라이언킹>만 봐도 거의 로봇화 돼 있는 장비와 구조다. 조금만 손보면 로봇 연극이 되는 상황에 와 있다.
고 : 어떻게 보면 로봇연극이 우리 안에 이미 와 있다고 봐도 되겠다.
호 : 그렇다. 로봇연극이 장르냐고 묻기보다 로봇을 필연적으로 봐야 한다. 미래에는 공연에 성공하려면 무대장치 전체가 로봇화 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로 규모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들에게 더 큰 스케일의 임펙트와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단, 선결 과제가 있더라. 채산성 문제가 있어, 자동화, 규모화에 걸맞은 국내 극장운영 시스템 개발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고 : 새 공연은 좀 더 기다려야 하나?
호 : 지금은 새 공연을 위한 기술을 정리하고 개발할 시기이다. 당장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고, 연극적 고민도 좀 더 해야 한다.
고 : 그러면 지금 어떤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는지?
동 : 장르를 다양화 할 생각을 하다보니 동작의 속도, 이동의 다양성 면을 보완하는 중이다. 무대장치의 로봇화에 대한 연구도 더불어 하고 있다.




< 에버1과 에버3의 구조.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 >



<동작성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 중인 하체>


호 : 기술 측면에서는 연극계도 앞선 기술과의 접목을 더욱 밀접하게 시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어느 분야나 앞선 기술이 필수인 시대지만,  예술계도 장치를 다루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어질 거라고 본다.

고 : 기술이 연극에 다가왔듯이 연극도 기술을 알아가는 노력을 좀더 해주길 바란다는 뜻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력 교류가 늘어야 할 것 같다. 생기원에서는 교류를 늘리거나 예술인과 체계적인 합작을 시도해볼 계획은 없나?
호 : 생기원은 국가기관이어서 기술적 부분을 많이 벗어나는 부분은 어렵다. 연극의 활용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연극에 계속 매달릴 수는 없으니까. 본격 연극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려면 예술쪽에서 업체나 기관, 모임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아쉬우나마 그러한 업체((주)솔루봇)를 한 곳 발굴해둔 상태이다.

고 : 연극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단체가 나오면 좋겠다. 로봇연극을 전담하는 극단이나 극장 같은 거 말이다.
호 : 그렇다. 이제 막 조직됐지만, 과학인과 예술인 몇 분이 모여서 이러한 공연을 지원할 수 있는 협의회를 만들었다. 이것이 모체가 되어 로봇연극이 만들어지는 기반이 만들어져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고 : 지원과 투자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호 :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점점 더 시급한 분야, 즉 실용도 높은 로봇 분야에 우선 순위가 밀리고 있다. 우리의 연구개발은 일종의 예술 활동이기에 차순위인 듯 하다. 지금 지식경제부 산하에 있지만 문광부에서도 지원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참고로 이시구로 연구소는 국가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세계적 연구소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우리는 약간의 성공 후 바로 자금이 대폭 줄어들 위기에 있다. 흉내내다 끝날 위험의 소지도 있는 것이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문화가 없이 경제가 앞서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일까?


고 : 지금까지 말씀을 들어보면 로봇연극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안에 이미 와 있고, 하나의 장르로서의 혁신도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단순병합,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진정한 '배우'의 요소로 인정이 될까 하는 걱정도 들던데, 하나의 연극 공연으로서도 '로봇연극'이 진정성 있게 발전할 수 있을까?
호 : 로봇의 형태를 넓게 보고 공연 속에 녹아 있는 장치로 본다면 분명하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로봇을 본다면, 연극 안에서의 성공사례가 될지 일회성 이벤트, 호기심 자극 수준으로 끝날지는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말이다.
고 : 그러면 앞으로 남자 배우도 나오고 로봇 배우만이 출연하는 연극도 나올까?
호 : 다 했으면 좋겠다. (웃음)
고 : 그렇게 된다면 로봇연극이 정말 고유한 하나의 장르로서 설 수도 있겠다. 말씀 들으면서 신기함과 함께 기술적 부분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고 : 끝으로 한가지만 여쭙는다. <로봇공주와 일곱난장이>를 보면 인간과 로봇이 상호소통하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로봇인 백설공주가 이기고 행복해지는 결말이다. 인간 대 로봇으로 보면 로봇이 승리하는 얘기인 거 아닌가? (웃음)
호 : 영화를 보면 일본 등 동양은 로봇을 사람에 가깝고 사람의 편에 있는 선한 존재로 그려낸다. 반면 미국의 작품에서는 침입자, 위협의 존재로 그려지더라.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맞느냐를 놓고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 재미나 흥행성으로서는 로봇을 위협적으로 그리는 것이 더 편하겠지만 글쎄... 그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은 작품을 만드는 연출가, 작가분들이 해주셔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고 : 연극인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호 : 사람이 아닌 로봇이 사람 비슷하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아직은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듯 하겠지만 이 놈도 언젠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으로 변신해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로봇이라는 장르가 잉태되어 가는 것을 일단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고 두번째는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고 세번째는 같이 놀아줬으면 좋겠다. 


(2) '에버가 기가막혀'의 연출가 김영순과의 인터뷰


이번에는 예술가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에버가 기가막혀' 공연의 연출을 맡았던 김영순 연출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고 : 배우가 로봇이 아닌 사람이어서 겪은 연출가로서의 애로점은?
김 : 분명 한계점은 있다. 가장 먼저는 캐릭터로서 감정표현에 한계점이 있다. 표정으로 표현해야할 다양한 감정을 표정 대신 커다란 동작행위에 의지해야 하는 점은 로봇 배우이기에 겪는 어려움이자로봇 기술이 아직 더 발전해야 할 단계에 있음을 보여 주는 한 예이다. 두번째로는 동작선을 만드는데 있어 다리로 걷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로 움직이는 로봇 이기에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동작선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고 : 로봇을 만든 과학인과 공연을 올리는 예술인 사이에 생각(의견) 차이는 없었는지요.
김 : 분명  견해의 차이가 있다. 저는 로봇이 기계이지만 작품속에서 무대 위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또는 배우로서의 모든것에 집중해서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과학인은 로봇의 기술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고 : 당시 느낀 로봇배우의 가능성과 한계점
김 : 이제 과학이 무대위에서  예술과 소통하는 시대가 시작 되었다. 생산기술 연구원의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의 무대 진출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해서 예술과 과학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함께 발전해서 21세기의 새로운 공연예술의 장르를 만들어 내고 활성화할 것이다. 물론 아직도 발전해야 하고 개발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이 많이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움직임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한계점은 극복되기 마련이다. 인간처럼 연기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 배우로서 로봇이 보여줄수 있는 데에 제한돼 있는 이 한계점도 극복하게 될 것이다. 

고 : 예술가로서 앞으로 로봇연극에 대한 비전을 점쳐본다면...
김 : 국립국악관현악단 황병기 예술 감독님은 로봇이 처음 무대에서 배우로서의 데뷔할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로봇을 세상에 불러 들였는데 로봇은 인간의 감성과 지능을 닮으려 부단히 진화하고 있으니 서로 닮았으나 다른 두 종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그 누구도 시도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 했으니 앞으로 영상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무대 공연 예술에서 로봇 배우는 새로운 장르로 개발되어 각광 받게 될것입니다  

고 : 앞으로 활동 방향
김 : 지금 한국 생산 기술 연구원과 함께 로봇 배우들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이 할수 없는 많은 것들을 로봇은 할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언어와 문화와 인종를 초월하는 로봇의 장점을 잘 활용해서세계 공연무대 활약을 꿈꾸고 있다. 계속 로봇 연극을 한다 안한다 이런 생각은 없다. 이시간에 제게 이 일이 주어진만큼 내 자리에서 이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내가 아니어도 과학과 예술을 함께 어우르고 발전시킬수 있는 연출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것이다. 


3.의의와 전망


얼마전 황병기 선생님이 명동예술극장에 강의 차 오셨을 때 로봇연극에 관해 여쭈었다. '에버가 기가막혀' 공연을 함께 하신데 대한 의아함을 담아 로봇과 연극의 만남에 대한 고견을 여쭙자, 우리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정월 초하루에는 꼭 '봄의 제전'을 듣고 윤이상, 백남준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운을 떼시며 무한한 가능성으로 본다고 답하셨다.


누군가는 '로봇연극'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이르다, 예술로서의 가치라기보다 과학적 성과를 시연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는 시도였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공연물이 배우 로봇의 역량도 내용의 질적 완성도도 미흡하여 하나의 작품으로서 소개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첫 시도였다. 첫술에 배부를쏘냐. 또한 일회성 시연으로 끝나지 않고 공연성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이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 배우에 적합한 모델로 진화하기 위해 다리 형태도 개발하고 있고, 더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성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예술계에서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며 해외진출을 꿈꾸는 연극인도 있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두 분야가 창의적으로 결합해 로봇에 예술의 옷을 입힌 세계 최초의 이 공연을 황병기 선생님처럼 혁신으로 보고 우리 모두 긍정적으로 참여한다면 상상 속의 로봇이 지금의 에버를 능가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와 호흡하는 기적을 세계 그 어느 곳도 아닌 이 곳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