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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아나운서 비밀노트

아나운서 노이로제 5

아나운서 노이로제 5


1.새벽근무 노이로제

조근인 사람, 아침에 방송이 있는 사람, 특히 뉴스광장(06시 전국방송 시작)을 맡은 사람은 기상 스트레스로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다. 정상적인 바이오리듬을 이어가려면 밤 10시에는 자주는 게 바른생활이지만 그게 어디 쉽나. 저녁 약속이 있을 수도 있고 재미있는 TV프로는 다 야심한 밤에 하는 것을. 결국 토끼눈으로 세수도 못하고 집 밖을 나서는 경우가 많아진다.
 
문제는 펑크! 새벽 시간 TV 생방에 늦는 건 최악이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출근 전이라 갑자기 대타도 구하기 힘들고 다들 정신 없는 아침방송이라 우왕좌왕 대처가 쉽지 않아 징계 수위도 높아지기 마련이니까.
어떤 선배는 알람시계를 맞춰뒀는데 건전지가 다 닳아 울리지 않아 지각한 적이 있다 했고, 어떤 선배는 알람으로 애용하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어떤 선배는 못 빠져나온 회식자리에서 술 폭탄을 맞고 기절해서 알람을 듣지 못한 아픔의 역사를 후배들에게 들려준다.


자. 방법은 하나. "긴.장."
* 아무리 피곤해도, 술병에 돌아가시기 직전이라도, 알람은 맞추어라.
* 그리고 알람은 휴대폰에 두어 개, 소리 시끄러운 건전지 시계에 하나, 전자 시계에도 하나, 이렇게 서너 번 이상은 울리게 종류 별로 안전하게 맞추어두자.
* 그리고 자면서도 알람 울리는 소리를 듣고, 생방 펑크내는 꿈을 꾸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2. 라디오뉴스 노이로제

조근자가 아니라도 펑크 노이로제는 있다.
라디오뉴스.

TV 뉴스나 일반 프로의 경우는 할당 된 매일의 것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실제 펑크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누구나 하나 씩은 맡아서 하는 '라디오뉴스', 요 놈이 문제다. 앉아 있는 책상에서 한두 층만 올라가면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고, 내 할 일을 하다가 십분 전에만 스튜디오에 스탠바이 하면 되기에 쉬이 생각한다. 메이크업을 할 필요도 없고, 의상도 상관 없으니 십 분 전에 앉아 예독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보는 '함정'에 빠지는 순간 '대수롭게' 볼 일을 경험하고야 만다.

* 12분 전까지 시간을 확인했다가 2분만 더 컴퓨터를 본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정각 3,4분 전까지 앉아 있게 될 수도 있다.
* 잠깐 아래층에 다녀온다는 것이 생각보다 1,2분만 길어져도 스튜디오에 헐레벌떡 뛰어들어가게 된다.

*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먹은 초콜릿 한 조각이, 입안 가득 끊임 없이 침샘을 자극하기도.



헐떡이는 애로뉴스, 아주 가~~끔 이래서 일어난다.

< 라디오 뉴스 스탠바이, 분장도 의상도 너무나 자유로운 자연의 모습.>

3. 당직 노이로제

전국 KBS국 중에서 부산이 주말 당직근무의 업무량이 많다.
아침 6시부터 22시까지가 근무 시간.

'당직'이라니까 보통의 회사처럼 나와서 사무실 지키고 전화 받는 거냐고 묻는데
당연히 NO.
출근하자마자 정신 없이 토요일 아침 TV뉴스 분장과 원고준비에 들어가고 매 시각 정각마다 1라디오, 2라디오뉴스와 TV뉴스가 포진해 있다. 저녁 6시쯤 되면 입안이 달달~해 진다. 단내가 나서.

그래서그런지 오래 당직 근무를 해오신 연세 지긋한 선배들은 특히나 이 당직을 '지옥'처럼 여긴다. 당직 전날 금요일은 한숨 연발에,  '당직 때문에 내가 이민이라도 가야지' '당직해주면 돈 얼마얼마 줄게' 하며 뼈 있는 푸념도 끊임이 없다.

  < 당직 근무 중, 아나운서실에서 등 두드리며 안정을... >


4. 방송멘트 노이로제

가끔 이런 말 듣는다.

'넌 왜 말을 방송멘트처럼 하냐?' 하는.

난 별 생각 없이 진심으로 한 말이다 분명히.

뭐-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친구: 담에 보자, 잘 들어가~~
나: 그래. 좋은 주말 보내~. /
     그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
     그래.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손윗사람: 은령아 반가웠다, 잘 들어가라~~
나: 네. 바쁜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오늘도 고맙습니다./
      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5. 표준어 노이로제

평소에 나도 틀릴 때가 많다. 아나운서임에도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알지 못하는 부분이 참으로 많은 것이 매우 부끄럽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말 예민녀가 됐다.
터무니 없고 족보도 없는 말들을 접하면 혈압 상승.

구시렁거리며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이럴 때.

<식당 차림표에서>
떡복기
육계장
된장찌게

<TV보다가>
축구 캐스터가, '16강은 따놓은 당상이죠~'
아나운서가, '천상 여자인 배우 000는~ 결혼 후에도....'
리포터가, '내놓으라 하는 몸짱들은 다 바닷가로 몰립니다.'
기상캐스터가, '우비를 준비하시는 것도.....'
강호동이 외치는 ,'무릎팍 도사!'
모 광고에서, '좋은 보험 있으면 소개시켜줘~'

<책, 잡지, 인터넷 기사 등 전문 매체의 공식적인 글들>
띄어쓰기 오류 남발에 오르는 혈압.
'넘어지기 쉽상입니다.'
일제시대
아놀드 슈워제네거, 쉐익스피어, 멤버쉽, 컨셉, 워크샵...

<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활자화된 모든 것들 >
'쓰레기 취사 야영, 일체 금지'
'잔디 밟지 마시요.'
'보수공사의 철저 준비를 위해 각 항목에의 정확한 진단 조사 중에 있음. 신속한 접수가 요구됨'
'변기에 휴지 투입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등등.... 등등... 등등....

- 왜 틀린 말인지, 왜 나를 열받게 한 건지 맞혀보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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