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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송이야기/아나운서 비밀노트

생방송에서 무사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05년 APEC 정상만찬의 영어진행을 맡게 됐을 때, 한 번이라도 버벅거릴까봐, 무슨 실수라도 할까봐 일주일 전, 아니 이주 쯤 전부터 가대본을 받아들고 연습하고 수정했더랬다.

행사에 가기 전엔, 울 아부진 청심원이라도 먹으라 그러실 정도.ㅎ


다행히 실수 없이 샬라샬라 하고 끝이 났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모신다고 힘차게 외치고 큰 박수가 터져나와야 할 때 가래 낀 소리가 나왔다거나,
부시대통령이 입장할 때 다른 정상을 소개했다면,
조수미가 노래할 때 내 목소리가 실수로 잡음이 되어 울렸다면,
파푸아뉴기니 총독 눈에 들어 스캔들이 터졌다면, (노,농담입니다.... 근데 행사 전에 누가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해서 진짜 그런 상상도 했다는..... 정신나갔죠 )

오오우. 식은땀...





그땐 신입 때라 더욱 떨렸나보다.
2,3년이 지나면서 난 관외 출장이라도 겁나지 않는다.

자,
혹시 볼 지 모를 신입 방송인이나 미래의 방송인을 위하여,
훗날 게스트로 출연하거나 지나다가 거리방청객이 될지도 모를 모든 이를 위하여
'생방송에서 무사하기' 노하우를 알려주겠다.




야외 생방송 전 챙길 것

1. 실핀,옷핀, 집게(빨래집게 같은.), 화장지, 팩트, 속눈썹풀, 립글로스, 어깨심, 스타킹, 초강력 헤어스프레이
    - 혹시 망가질 머리, 혹시 안맞거나 바람에 휘날릴 의상, 혹시 떨어질 속눈썹, 혹시 처져보일 내 어깨, 혹시 나뭇가지에 걸려 구멍날 내 스타킹, 바람에 사정없이 머털도사 될 내 머리를 위한 필수 아이템. 방송 상관없이 항상 가지고 다닌다.


2. 파랑/빨강 즉, 눈에 잘 띄는 펜,
     - 야외에서는 날씨에 따라 옅은 펜은 눈에 잘 안 들어올 수 있다.
 
3. 원고 바람에 날리지 않게 비닐 속에 집어넣는 파일집에 넣기(혹은 묵직한 돌)
    - 야외에서 이거 없으면 절.망. 대부분은 바람이 어느 정도 불기 때문에 원고들은 뿔뿔이 흩어질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비닐에 쌓인 바인더에 넣으면 내 손도, 걱정도 자유롭다. 



4. 휴대폰
    - 대기실/대기하는 차 안에서 심심할 때 필수. 단, 방송할 때는 꼭 놓고 갈 것.


5. 여분의 의상 하나
     - 혹시 모른다.

6. 추운 날은 핫팩, 장갑, 목도리나 담요 망또 기타 몸을 둘러쌀 옷감 종류
    - 지난 겨울, 헌혈 캠페인 때문에 중계차 탔다가 X고생. 방송 끝나고 5시간이 넘어도 시뻘건 발이 어찌나
     춥고 가렵고 아프던지. 무조건 장갑은 끼고,  숨길 수 있는 곳에 핫팩도 구석구석 붙여두자.(부츠 속이라
      든가, 배, 목 뒤....)




생방 들어가기 직전 체크할 것

1.원고 첫 멘트
   - 보통 야외인 경우 날씨로 시작하는데, 원고와 다르게 날씨는 급격히 변할 수도 있다. 날씨멘트는 꼭 다시 체크하고 수정하기.


2. 메인카메라가 어떤 건지 다시 확인 (시선 둘 곳)
  - 단순히 몇 번 카메라인지 확인하는 것 뿐 아니라, 눈 높이나 줌 상태 등 꼼꼼히 모니터한다.  아, 이건 플러스알파. 카메라감독님께 이쁘게 찍어달라 애교떨기.(알아서 잘 찍어주시지만 이 한마디로 한 시간 내내 좀더 신경써주시는 효과가 생기기도.)


3. 페이징확인
  - 이건 귀에 꼽는 이어폰 같은 것. 리허설 때 체크하지만 몇 번이고 중복체크를 해야 한다. 피디 콜이 잘 들리는지, 페이징을 통해 내 귀에 들리는 온에어 소리(실제 방송에 나가는 소리)와, 현장음(나와 다른 진행자가 멘트하는 소리)이 시간적 딜레이가 생기는 지 확인. 지방에서 중계차를 타고 서울방송과 현장 연결할 경우 딜레이가 생길 때가 많다. 이럴 땐 안습상황. 귀에선 내가 말한 소리가 2,3초 뒤에 다시 들려오고 난 그 소리에 개의치 않고 말해야 한다. 완전히 헷갈리고 더듬거리기 좋은 상황. 이 상황이 싫으면 기술선배들께 여쭤보고 중복체크를 해야지 뭐~.


4. 진행자 앞 모니터 화면 체크
  - 너무 멀리 있거나, 잘못된 각도 때문에 잘 안 보일 수 있다. 혹은 빛나는 햇살 때문에 안 보이기도.
    FD에게 말해 조정한다.

5. 핀마이크의 경우 안정되게 달려 있는지, 오디오 볼륨도 조절
  - TV를 보다 핀마이크가 비뚤게 달려 있어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있을걸? 이래서 작은 것 하나하나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페이징의 오디오 볼륨도 스스로 조절하고.

6. 페이징, 마이크 선이 화면에 보이는지 확인
  - 요고요고, 보일 때 많다. 방송 중간 중간에도  틈이 난다면 점검해야.
 
7. 바람, 비, 햇빛에 따라 화장과 의상, 헤어 수정
  - 챙겨온 비상용품을 활용할 때. 날씨에 따라, 그리고 야외에서 대기하며 흐트러지기에 수정은 필수다.

8. 2MC인 경우, 상대방과의 키높이 체크, 차이 날 경우 발 받침대를 씀
  - 진행자 두 명 뿐 아니라 다른 인터뷰자나 패널과의 키도 감안해서 구두 높이를 정하고, 정 안 될 경우 받침대를 써서 보기 좋은 그림을 만든다.



 < 위 영상을 클릭해보면, 메인카메라의 위치, 진행자 앞에 놓인 모니터화면 두 개, 페이징을 점검하는 모습, 분장 수정하는 모습, 중계차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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