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송.
'마지막'이란 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담담함을 잃지 않은 채 1부는 무사히 마쳤어.
여전히 푼수끼 있게, 능글맞게, 이쁜 척 하며 애교스럽게.....
평소 저녁길 지킴이 고은령 답게 하려고 했는데
ㅋ 1부에서부터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첫방송에서,
'안녕하세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할 고은령입니다'
할 때랑 똑같이....... 아니 몇 백 배는 더 떨렸어.
우리 저녁길 가족들, 목소리에서 떨림 느꼈을래나~~~;
2부.
이런~ 아닌 척 하려 해도
이거 다 내 얘기 아냐....... 흑.
소중한 스태프들, 리포터 언니들이 직접 애청자들에게 찾아가 나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를 녹음해 온 거야.
이관석 씨, 사직시장의 '쌀이랑콩이랑' 등 릴레이멤버들, 장화윤 씨 등등
따뜻한 그 분들의 인사,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더라.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리 준비한,
떠나는 인사를 담담히 읽어야 하는데 있지?
ㅋ.......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목소리가 떨려서 '윽' 소리도 안 나오더라.
TV면 얼굴이라도 비추니 괜찮을텐데
라디오라 달랑 혼자인 진행자가 입을 닫으니 이건 뭐 정적......
애써 눈물 콧물 훔쳐가며 목소리를 냈어.
............
뭐라고 얘길 한 건지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아...... ^^;;;;
인사하고픈 사람들에게 다 인사 못해서 아쉽고
내 맘 다 전해지 못해 한스러울 뿐이란다.
이종윤 피디 님이 이 날 방송 분을 CD에 다 구워주셔서
갖고 있긴 하지만,
당장은
감히 이걸 틀어볼 용기가 나질 않네...
(을마나 머쓱하겠어 울음 참는 내 목소리, 헛소리 연발하는 정신없는 내 떨림..ㅋ)
이 날 못한 말,
준비는 했지만 써먹지 못한 원고
이 곳에다가라도 넣을래.
우리 저녁길 가족들~ 그리고 읽어줬음 하는 고맙고 존경하는 분들~
꼬옥 읽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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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먹지 못한 그 원고
<방송 첫날, 그
설렘>
2005년 5월 24일.
이 날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아침마당 같은 라디오를 진행하고 싶다고 입사 면접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녔더랬는데, 입사 단 3개월
만에 소원을 이룬 날이거든요.
즐거운 저녁길!
이 프로 하기엔 너무 어린 진행자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요
맡게 된 순간, “딱 내 프로야. 내
꺼야!”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운명 같은 만남, 그
시작이었죠. ㅎㅎ)
‘고은령의 저녁길 노래~
방!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옆집 동생 고은령입니다. 저녁길 지킴이 고은령입니다.’
인사할 때의 가슴 벅참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 제 2의 가족, 애청자도 우리 팀워크도 짱>
예상대로였어요!
내가 상상해온 아침마당 같은
라디오. 딱 그거였거든요.
방송 안에서 우리 애청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부산의 희로애락이 그 자체로 담겨 늘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방송 밖에서도 피디,작가,기술 등 우리 멤버는 환상이었습니다.
아닌 척 하지만 실은 평소엔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가 없는 타입이라,
게다가 나이도 어린 신입이라
아직 모든 게 어색해서,
처음엔 좀 낯설어 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 비타민 장미 작가
언니는 저의 푼수 본색을 빨리 드러내게 이끌었고!
작년에 퇴직하신 전임 피디
도병찬 부장님께선 늘 잘한다 잘한다 기를 살려주시며 미숙한 저를 지켜봐 주셨습니다.
기술팀도 편히 하라며 수신호
보내는 법 친절히 가르쳐 주셨구요.
정말 빠르게 적응해서 나중엔
제 진짜 가족보다 더 편했다니까요-..
10
층 스튜디오는 내 방, 도병찬 피디 님은 회사의 아빠라고 떠벌리고 다녔다지요.. ㅎㅎ
심사위원 선생님이며 리포터
등까지 합세하여 다녔던 맛집들, 주말에 브런치 산책한 기억,이기대 유람선, 오리고깃집, 철마
한우, 아나고까지?…
(아.. 더 못간 게 아쉽당..)
모두 모두 우리가 가족이라
만들 수 있었던 추억이잖아요…
그쵸?
<방송의 추억>
실수도 많은 방송,
들어주신다는 것만으로 저는 늘 머리숙여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노래방을 진행하는 MC 가운데 가장 노래 못하는 MC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ㅋㅋ
그런 가운데도 꿋꿋이 방송 중간 중간 돼지 멱따는 노래도
해가며 발악하는 절 이쁘게 봐주셔서 여러분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갈 때가 되니까 떠오르는 일들이 영사기 필름처럼 샤샤샥
지나가네요~
음…
명절에 저희 고생한다고,
다니시는 마트의 과자를 정말 큰 박스에 종류별로 담아주신 이관석 씨.
그리고 신발 공장 하시는 장화윤 사장님은 직원들 돌아가며
참여시키셔서 릴레이 노래방이 됐었잖아요. 재밌었는데. 아. 그리고 선물로 보내주신 핑크색
운동화. 제 발에 꼭 맞아요. 사장님 감사해요~~.
참.
출연하신 애청자님네 가게에서 음식을 시켜먹거나 사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붕어빵이며 돈까스 등등. ㅎㅎ 도한규 씨 요새는 뭐하세요???^^
그 외에도 모두 감사합니다.
매일 1등으로 문자
주시는 전수호 씨, 따뜻한 가슴이 느껴지는 문자-김귀주 경비님 (경비 이상무!) 귀여운 동워리씨, 이정자님의 문자, 이순자 씨
임정남 씨 등등….
이야. 이젠 줄줄이
기억나는 성함도 많네요~
번호도 기억한답니다?
들어보실래요?
1635 1750 7681
4336 5912 8979 9477 0888 4510 3818 6088 6265 등등....
모두 애청자님들 … 맞으시죠??
이 분들과 대화 나누다 저도 모르게 농익은 어투가
생겼나봐요?
저녁길만 들으시는 분들은 제 나이를 37으로 보시더라구요. ㅎㅎ
이마저도 전 행복이었습니다.
<떠나는 마음>
그런데, 이렇게 이제 좀
진짜 가족답게 가까워지고 있는데..
떠나네요..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내 가족님들!
방송 하차가 확정될 무렵부터 제 머릿속에 맴돈 건요,
1.가장 먼저는 우리
가족님들이었어요.
우리 가족들이 섭섭해 하심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니, 아예 관심
없으심 어쩌지? 하는 걱정,
금새 나 잊어버리심 어쩌나 하는 걱정,
걱정 또 걱정이었답니다.
2. 그만둘 때가 되니 또… 왜 자꾸 잘못한 것만
떠오르는지.
바
쁘시고 힘 부치실 우리 이종윤 피디 님께 투덜투덜한 것.
작
가님들께 불만 있는 거 다 속풀이 해버린 것.
한
참 어른이신 심사위원 님들께 방송에서 늘 버릇없이 군 것.
다 죄송하고, 속상하네요.
이미 늦었지만 말로나마 만회하고 가야 겠죠??
먼저..
무
뚝뚝한 갱상도 싸나이시지만 그래도 한 번씩 웃기려고 노력하시고,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늘 뒷골 잡고 고민에 빠져 계신 이종윤
피디님! 버릇 없이 군 거.. 자! 지금부터 잊어주세요 레드~~썬!
항
상 웃고 속없는 듯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장미 언니. 대장 작가로서 가장 스트레스 많고 힘들다는 거 압니다. 알면서도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불평불만 늘어놓을 때가 많았어요 언니한테. 언니가 느~무 편해서, 제일 좋아서 그랬다는 거…. 알죠? 봐주삼~~ㅎㅎ 언니랑
못해본 게 한 가지 있어요. 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술, 그동안 안먹는다고 뺐는데요, 나도 한 번 언니랑 진탕 마셔보고
싶네요. 콜??
유
진 씨. 들어온지 얼마 안 됐는데요, 저랑 추억이 정말 없다 그쵸. 제가 신경 못쓰고 제 살길만 바빴나봅니다. 미안해요 흑흑.
대신요… 앞으로, 장미 언니나 이 피디님이 구박하면 제게 바로바로 알려주세욧~ 제가 편
되드릴게요.
정 일천 선생님. 배신영. 김남주. 이주랑…….. 맛있는 음식 해가지고 오신 선생님들.. 저 아프다고 일부러 나가서 위장약 사주셨던 선생님.. 방송에서 버릇 없이 얘기해도 허허 웃고 이해해주신 선생님… 우리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가슴 깊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끝인사>
부산 KBS의 방송생활, 그 시작과
함께 해온 저녁길은 제 삶 그 자체였습니다.
딱히 부산에 지인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적인 생활을 즐길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20대의 청춘과 열정을 기꺼이 바친
내 삶 그 자체가 바로 이 방송
'저녁길'이었답니다.
'고은령의 즐거운 저녁길~♪'
'고은령의 저녁길 노래방~♪'
이 외침은 이제 그만입니다.
로고송도 바뀌고
포맷도 많이 바뀌게 될 겁니다.
더 즐거운 저녁길, 더 즐거운
노래방으로 업그레이드 될
새로운 저녁길, 더 사랑해주세요.
저도 가족으로 늘 함께 할게요.
하지만요, 너무 맘
놓고 계시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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