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멧돼지 소동 : 누가 누굴 두려워 하나

 
지난 주 새벽, 도심 한 가정집에 멧돼지가 나타났어.
꺄오~  자다 눈을 떴는데 눈 앞에 멧돼지가 킁킁 거리고 있다고 생각해봐.

이거야 원~
공공장소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밤길 구석엔 효자 성폭행범, 주변엔 등쳐먹는 좀벌레들,
다 피해서 집에 오면 멧돼지~~~~??
아악~~!

이 날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멧돼지는 금정산으로 달아나는 걸로 일단락되었대.
별 일 다 있네~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이참에 금정산에 사는 우리 친구 동물들에 대해 좀 알아보자고.


< 이 멧돼지는 왜 사람 동네까지 내려왔을까? 영역 침범 아녀?? >

일단 멧돼지의 습성부터 말해줘야 겠네. 얘넨 식성이 아주 좋은 동물이고, 잡식성이야. 인적이 드문 깊은 산, 특히 활엽수가 우거진 곳에서 사는 걸 좋아해. 본래 초식동물이었는데 토끼 들쥐 등 작은 짐승에서부터 어류, 곤충에 이르기까지 아무 것이나 먹는 잡식성으로 변한 거래.

왜 요새~ 금정산, 잡상인 단속하잖아. 그래서 이 멧돼지들, 예전에 먹던 국수, 묵 등의 음식물 찌꺼기를 구할 수가 없게 됐나봐. 게다가 산돼지의 주 먹이인 도토리는 등산객들이 다 주워가버리지.
그러니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 인가에까지 내려왔다고 보는 게 맞지.
물론 산돼지의 개체수가 근래에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고 더러 무리에서 이탈하는 새끼도 있고 해서, 길을 잃어 주택가까지 내려온 걸로 추정해볼 수도 있지만 말야.

< 금정산에 멧돼지가 살아? 금정산 어디?? > 

금정산의 경우 주 산행로가 아닌, 비교적 산행객이 드물고 숲이 우거진 곳, 그리고 습지나 초지가 형성된 곳에 집단으로 서식해. 예를 들면, 범어사 너머에 양산시와 부산의 경계 지점. 이 곳엔 오래전 농사를 짓다 지금은 버려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진흙 목욕을 하거나 초지에서 딩굴거나 하는 거지.

또, 남문 수박샘 아래 습한 지역 근처도 멧돼지가 살고 있는 걸로 보고 있어. 최근에 고당봉 근처에서 굶주린 멧돼지 새끼를 발견해 우유를 먹여 살리고는 놓아주었다는 일화도 있고.


< 멧돼지, 사람 해치면 어떡해~~ >

멧돼지는 다소 사나운 짐승이긴 하지만 사람이 먼저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으면 해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물론 이번 경우처럼 굶주린 돼지라면 자칫 공격 가능성도 있지만 말야.

멧돼지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놓인다? 그럴 땐 큰 바위 위로 몸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네. 나무 등은 대가리로 들이받아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흔들림에 사람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바위는 몇 차례 들이받다가 쉬이 포기한다나.

< 금정산엔 야생동물이 얼마나 사는데? >

노루, 고라니의 개체수도 멧돼지처럼 크게 증가했어. 이곳 저곳에서 심지어 낮에도 목격되곤 할 정도로. 먹을 거리를 찾아 밭에 침입해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일도 비일비재해서 울타리를 치는 등 피해를 줄이는 노력도 하고 있대.

- 포유류 12종, 조류 118종, 식물 949종, 양서 및 파충류 24종, 곤충류 283종 (2008.01. 생태조사)


< 개체수도 늘고... 사람 때문에도 그렇고.. 야생동물들도 살기 팍팍 하겄다~~ 그치? >

사랑 중심으로 만드는 길, 산행객들 편하자고 다 뒤집는 산행로 토목공사도 그렇고,
금정산 도로에 차량의 통행이 늘고 등산객 뿐 아니라 산악자전거 인구도 요즘 늘어났잖아.
심지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산에 올라 야~~~호 하고 방정 떠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지. 단체 행사로 우루루 몰려가서는 확성기로 큰 소음 선사해주시지.

산짐승들이 있을 자리가 좁아지지 않겠어? 또 금정산에는 금정산성이 있어 산짐승들의 통행이 방해를 받기도 하는데, 여기다 때로는 성곽을 잘라 도로까지 개설하는 바람에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할 거야.


< 웅~ 그랬구나. 금정산은 우리 부산의 진산인데, 이 곳에서 동물들이랑 우리랑 상생할 방법은 없나? >

금정산은 도심 인근에 있어 이처럼 사람 위주로 변형되거나 파괴되는 정도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어. 이를 자연상태로 돌려놓으려면... 결자해지! 사람이 만든 일, 사람이 다시 손을 좀 댈 필요가 있겠지. 동물의 이동통로를 만들거나 먹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많이 사라진 새들을 산에 방사해 다양한 동식물이 공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




자. 좀 알겠어?
멧돼지가 인가에 내려왔다고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려오게 만들었다는 걸 알고 두려움 전에 먼저 미안해 해야 한단다~.
사람들이 어떻게 해를 끼쳤기에 일어난 일인지 꼼꼼히 반성하고 동물들을 보호할 생각들을 하나 하나 해봐야 할 거야.

부산 전망대 채널/시간 KBS 부산 1라디오 월~금 오전 08:35 ~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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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 : 2009-09-15

- 부산 사는 고아나 -